‘첫사랑’을 주제로 37팀의 아티스트가 함께한 합동전람회에 참가했다. 작곡가인 지인의 제안으로 노래를 부르게 된 것이다. 전람회에는 일러스트레이터, 작가, 음악가, 인형작가, 액세서리작가, 만화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의 아기자기하고 톡톡 튀는 첫사랑 이야기가 가득했다.
일본에서는 이렇게 개인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개인, 또는 두세 명의 그룹을 만들어 작품을 만들고 교류한다. 전람회를 주최한 이들은 창작요리그룹 ‘고마’(Goma)다. ‘고마’의 세 멤버는 직접 창작요리를 만들어 파티 음식을 차린다. 이들은 주로 전시회와 잡지 등을 통해 작품을 발표하고, 요리교실을 열기도 한다. 그 외에도 서적 출판과 방송 출연, 상품 개발 등 정해진 틀 없이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고마’가 만드는 케이크와 쿠키는 언제나 매우 개성적이다. 그림책에서 빠져나온 듯한 알록달록한 컵케이크와 동물 모양 쿠키, 어린아이가 장난치듯 만든 재미있는 케이크 장식은 스위츠(sweets)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벽하게 깨버린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테마로 만든 홍차 케이크도 그랬다. 선명한 파랑과 분홍색의 버터 크림으로 그린 앨리스를 보면 어릴 적 도화지에 크레용으로 그리던 그림이 연상된다. 귀엽기만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는 달리 놀라울 만큼 부드럽고 달콤한 크림 속에서는, 오렌지 필(잘게 썬 오렌지 껍질을 끓여서 설탕에 잰 것)과 말린 살구의 새콤쌉싸래함이 뒷심을 발휘하고 있었다.
해외 유명 브랜드의 인기는 말할 것도 없는 일본이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개인 디자이너가 만든 독립 브랜드를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것도 도쿄의 좋은 점이다. 천연 소재의 면을 사용한 옷이나 독특한 패턴의 드레스, 하나하나 손수 만든 액세서리는 고급 브랜드의 따끈따끈한 ‘신상’ 못지않게 관심을 끈다. 그들은 유명 브랜드에서는 시도하기 힘든 수제작과 유머가 넘치는 디자인으로 ‘온리 원’을 추구하는 소비자를 만족시킨다.
스위츠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백화점과 고급 레스토랑에서만 만날 수 있는 유명 파티시에의 디저트를 맛보기 위해 몇 주 전부터 예약을 하고 긴 줄도 마다않는 스위츠 왕국 도쿄에서는, 자그마한 카페나 빵집의 오리지널 스위츠에 대한 관심도 지대하다. 맛있는 케이크가 있는 숨겨진 카페를 소개하는 잡지가 불티나게 팔리고, 간판도 없이 입소문만으로 인기를 누리는 빵집도 있다.
남들에게 알려지지 않는 멋진 브랜드,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작품’을 내가 먼저 즐기고 있다는 우월감은 역시 포기하기 어렵다. 손대기조차 아까울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고급 스위츠도 물론 좋지만, 조금은 투박하고 아기자기한 개성 만점 스위츠도 사랑스럽다. 그 자유분방함에 끌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사고방식,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끊임없는 노력들이 그들이 만든 한 조각의 케이크에 그대로 묻어 있다.
하혜나 모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