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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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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있는 식당

등록 2009-06-17 17:59 수정 2020-05-03 04:25
‘마루노우치 하우스’ / 사진 우에다 사치코

‘마루노우치 하우스’ / 사진 우에다 사치코

도쿄역 바로 앞에 위치한 마루노우치는 도쿄의 대표적인 오피스가라고 할 수 있다. 이곳은 수년 전부터 명품 숍이 들어서고 유명 음식점들이 잇달아 진출해 순식간에 멋쟁이들의 장소로 변모했다. 여기서 인기를 끄는 곳이 바로 지지난해에 오픈한 신마루노우치 빌딩(줄여서 ‘신마루비루’라고 부른다)의 7층에 있는 레스토랑 플로어 ‘마루노우치 하우스’(사진)다. 여느 건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레스토랑 플로어지만 이곳이 특별히 주목받게 된 이유는 입점한 레스토랑의 차별화와, 오피스빌딩답지 않게 새벽 4시까지 문을 여는 영업시간. 게다가 정기적으로 다양한 이벤트를 열고 유명한 DJ를 초빙해 파티를 여는 등 풍부한 오락성 때문이다.

총연출을 맡은 야마모토 우이치는 카페 문화를 일본에 정착시킨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가 만들어내는 공간은 세련됐을 뿐 아니라, 매일같이 찾고 싶을 만큼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그런 그가 만들어낸 공간에, 향신료처럼 다양한 이벤트와 풍부한 볼거리 전시가 가미된 마루노우치 하우스에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마루노우치 하우스에는 8개의 레스토랑이 있다. 모든 곳이 제각기 개성이 넘쳐서, 한 층 안에 8개 세계관이 훌륭하게 공존하고 있는 듯하다. 선술집 같은 서민적 소바가게 ‘소바키치’. 야마모토가 경영하는 ‘소 타이어드’(SO TIRED)와 ‘헨리 굿 세븐’(HENRY GOOD SEVEN). 소 타이어드는 카페 같은 공간에서 중화요리를 맛볼 수 있고, 헨리 굿 세븐은 라운지 스타일로 식사 전에 이곳에서 칵테일 한 잔을 즐기는 등 가볍게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이곳의 소프트크림은 농후한 맛으로 많은 팬들을 만족시키는 인기상품 중 하나. 나와 지인도 마루노우치 하우스에 갈 때면 ‘항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소프트크림을 먹는다.

그 외에 본격적인 이탈리아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앙델’(ander), 중후한 실내장식으로 호화로운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스패니시 이탈리안 요리점 ‘리골레토’(RIGOLETTO)가 있다. 리골레토는 와인의 종류도 풍부해서, 맛있는 와인을 마시고 싶을 때 자주 이용한다. 옛날 그대로의 일본풍 경양식을 즐길 수 있는 ‘지유가오카 그릴’. 몸에 좋은 메뉴가 가득한 ‘무스무스’(MUSMUS). 이렇듯 어떠한 요구도 만족시킬 수 있다는 점이 이곳의 큰 특성이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즐겨 찾는 곳은 ‘라이무라이토’다. 이곳은 노래방 기계도 완벽하게 갖춘 여성 전용 스낵바다. 여자친구들끼리 이곳에서 마음껏 즐기는 것이 요즘 주말의 낙 중 하나다.

점심시간에는 근처 회사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늦은 오후에는 아이를 데리고 오는 주부들도 눈에 띈다. 저녁 무렵이 되면 퇴근길의 직장인들이 모이고, 밤이 늦으면 연예계와 패션업계, 모델과 광고대리점 직원 등 그야말로 ‘업계 사람들’(業界人)로 불리는 이들도 합세해, 한층 다양한 분위기를 낸다. 1960년대의 가구를 복고시킨 작품을 전시하거나, 유명가수 마쓰토야 유미와 공동 이벤트를 여는 등 갈 때마다 즐거운 행사가 있어 자극적이다. 맛있고 즐거운 마루노우치의 레스토랑 라이프는 하나의 ‘도쿄 카테고리’가 돼가고 있다.

우에다 사치코 프리랜서 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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