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나기 덮밥. 사진 김기은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에 해마다 찾아와 기력을 쏙 빼놓는 불청객, 습하고 더운 도쿄의 장마철이 올해도 벌써 중반에 접어들고 있다. 온난화 현상 때문인지 해마다 점점 길어지는 힘든 계절, 여름. “올해 우나기(민물장어) 파티는 7월23일입니다, 가능한 한 전 사원 모두 참석하세요”라는 회람이 올해도 어김없이 사내에 발표됐다.
해마다 7월 중순이면, 업무를 조금 일찍 마치고 사무실에 다 같이 모여 명가의 최고급 우나기 도시락을 간단한 알코올과 함께 담소를 나누며 즐기는 게 우리 회사의 창립 이래 이어져온 작은 이벤트다. 취지는 ‘귀한 음식으로 영양 보충하고 더더욱 열심히 일하세요’라고 할 수 있겠다. 불경기로 인해 요즘은 이런 이벤트가 많이들 생략된다고 하지만, 이렇듯 우나기는 일본의 대표적 여름 보양식이다.
비타민B가 풍부하고 자양 강장과 피로 및 기력 회복, 피부미용에도 좋다고 알려진 영양 식품 우나기는 가격도 비싸, 계절과 관계없이 고급 접대용 음식으로 꼽히기도 한다. 손님 접대를 위해 회사 경비로 점심에 우나기 정식을 먹는 게 우리 회사원들의 작은 기쁨이기도 하다.
우나기가 여름 보양식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유래를 전하는 이야기가 있다. 에도막부 말기 한 우나기구이집이 더운 여름에 장사가 안 되자 저명한 학자의 조언을 얻어 ‘오늘 복날, 우나기 먹는 날’이라고 가게에 써붙이자 장사가 잘됐고 이것이 우나기가 여름 보양식으로 일반화된 계기라는 설이다. 복날은 원어로 ‘도요우노 우시노히’(土用の丑の日)인데, 각 계절이 시작되기 전의 약 18일(土用) 가운데 십이지 중 축(소)에 해당하는 날을 뜻한다. 우리나라의 복날과 같이, 사계절 중 특히 여름을 극복할 영양을 보충하고 식욕 감퇴 방지를 기대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두툼한 장어를 참숯에 맛있게 구워 담백하고 달콤한 전통 다레(소스)로 간을 한 장어구이정식과 장어덮밥은 식당에 따라 혹은 장어의 종류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복날이 가까워지면 유명 가게들은 일찌감치 배달 주문을 마감해버리고, 직접 가게에서 먹으려 해도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리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요맘때가 되면 편의점에서도 우나기 도시락 주문 예약을 받는다는 광고가 시작된다. 손쉽고 간편하고 저렴하게 복날 음식을 즐기려는 이들의 수요를 재빨리 눈치채고 만들어낸 편의점의 전략이다.
2009년 여름, 아직도 경기는 날씨를 닮아 장마처럼 축축 처져 있지만, 올해만큼은 ‘우나기 노보리’로 더위도 이겨내고 경기도 힘차게 올라가길 바라본다. ‘우나기 노보리’는 험한 계곡도 힘있게 거슬러 올라가는 장어의 힘을 말한다.
김기은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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