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용’을 일본에 소개하는 전문 저널리스트로서 나는 지난 14년간 100여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 미용’에 본격적으로 빠져든 건 6년 전이다. 당시 한국에 2개월간 머물며 ‘생얼’에 자신 있는 피부를 얻었던 까닭이다. 매일 한국 요리를 먹고 찜질방에 다녔을 뿐인데 놀랄 정도로 피부가 좋아지고 혈액순환도 좋아졌다. 단백질과 풍부한 채소 섭취, 한방의 ‘오미오색’ 사상이 살아 있는 훌륭한 음식 문화, 찜질방을 통한 해독 작용이 세포를 되살려준 덕분이다.
흔히 ‘미용 전문 기자’라고 하면 매일 우아하게 지낸다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에스테(미용)·스파·화장품 등 미용 동향을 취재하고 해외 출장도 많기 때문에 변화무쌍하고 재미도 있다. 하지만 취재 뒤에는 밤새 미간에 주름을 만들어가며 컴퓨터와 마주 앉아 원고를 쓰는 날이 이어지고, 스트레스 해소라는 명분하에 알코올 섭취도 잦다. 자칫하면 불규칙한 생활을 보내기 일쑤라 미용 이전에 생활 자체가 흐트러지곤 한다. 그렇게 지친 몸을 끌고 한국에 가서 전통 음식을 먹으면 이게 바로 ‘약식’(보약)이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요즘엔 일본에서도 마감을 끝낸 뒤 달려가는 곳이 있다. 긴자 거리와 도쿄역 사이에 있는 JR 유락초역에 위치한 ‘와쿠덴’(和久傳)이다. 와쿠덴은 오랜 전통을 지닌 교토의 고급 요리점이다. 이곳에선 요리 장인들의 기술을 눈앞에서 즐기며 신선하고 풍부한 계절 소재로 만든 코스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요리점 안의 가게(wakuden.jp/shop)에서는 ‘오모타세’라 불리는 ‘테이크아웃’ 상품들이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오모타세 중에서 내가 꼽는 것은 ‘자라 니코고리(생선 조린 국물을 식혀서 굳힌 요리)’다. 여기엔 미용에 좋다는 콜라겐과 시간과 공을 들여 듬뿍 추출된 자양 성분 진액이 가득 담겨 있다. 20대엔 몰랐던 ‘전통 음식의 효과’를 요즘 이 ‘자라 니코고리’를 통해 느끼고 있다.
며칠 전 같은 미용 기자인 친구 카나와 “30대는 콜라겐 섭취가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화장품을 써도 그 효과는 먹는 것의 절반밖에 안 된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카나도 나도 피부 상태가 안 좋다고 느낄 때면 와쿠덴의 자라 니코고리에 의지하는 공통점이 있다. 이미 ‘아라포’(‘around 40’의 준말, 요즘 일본에서는 40대 전후 여성을 이렇게 부른다)인 나는 특히 점점 고급 콜라겐을 추구하게 된다. 한 포장에 1천엔은 결코 싼 가격이 아니지만, 맛도 있고 무엇보다 먹고 난 다음날 피부가 정말 탱탱해진다.
연근으로 만든 생과자 ‘세이코’도 가게의 인기 아이템 중 하나. 담백하면서 깊이 있는 맛에 섬유질이 풍부하다. 계절 신상품인 ‘생강칡과자’(쇼가노쿠즈야키)도 함께 구입해보았다. 생강은 몸을 따뜻하게 하는 작용이 있어서 겨울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자주 섭취하는 게 좋다. 칡과 함께 반죽해서 만든 이 색다른 생강과자는 소박하면서 정겨운 느낌이 든다. 오랜 지혜를 살린 그 나라의 전통 음식 속에 맛있고 멋있게 사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우에다 사치코 프리랜서 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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