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뒤엔 여름을 무엇에 비유할까?

이렇게 더우면 별수 있나요. 육지에서 살던 사람들도 잠시 수생생물이 됩니다. 2026년 8월 부산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에서. 박은지 제공
곧 백로(白露)입니다. 밤사이 기온이 내려가 풀잎에 흰 이슬이 맺히는 때라고 해요. 그런데 가을은 제 차례를 모르는 척 딴청을 피우고 있습니다. 덕분에 이른 출근길에도 이마에 땀이 맺힙니다. 선크림과 뒤섞인 흰 땀이 말이지요. 백로를 코앞에 두고도 이러니 지난여름은 얼마나 뜨거웠던 걸까요. 올해는 정말이지 말도 못하게 더웠습니다. 말이 안 되는 여름이었어요.
그만큼 올여름 한반도는 바빴습니다. 찜통이나 사우나가 되는 건 기본이었고요. 가마솥에 갇혔다가 불가마와 용광로로 변신하기도 했습니다. 바다는 펄펄 끓었고 아스팔트는 달궈진 프라이팬이 되었으며 야구장은 보온병으로 둔갑했습니다. 해수욕장은 급기야 불지옥이 되었습니다. 모두 폭염을 다룬 기사에 등장한 말입니다.
말만 과격해진 것이 아니라 실제 더위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기상청이 2026년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3년(1973~2025년) 동안 우리나라의 폭염일수와 열대야일수는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과거 10년(1973~1982년)과 최근 10년(2016~2025년)을 비교하면 폭염일수는 8.3일에서 18.3일로 2.2배, 열대야일수는 4.1일에서 12.2일로 3배가 되었습니다. 기상청은 5월에 이미 올여름이 평년보다 더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더웠지요. 놀랍도록요. 7월 전국 평균기온은 26.8도로 평년보다 2.2도 높았고, 열대야일수는 9.7일로 관측 이래 가장 많았습니다.
숫자를 보니 정말 더웠던 것이 맞네요. 하지만 한 해 평균 18.3일의 폭염이 우리의 하루를 어떻게 바꾸는지, 12.2일의 열대야가 우리의 잠을 어떻게 바꾸는지 숫자만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이때 활용하는 것이 비유입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뜨거움에 기대어 우리에게 닥친 뜨거움을 이해해보는 것이지요.
‘비유’라는 글자를 읽자마자 직유법, 은유법, 의인법 등을 떠올리는 독자분도 많을 것 같아요. ‘내 마음은 호수요’가 생각나면서 ‘마음은 원관념, 호수는 보조관념’이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분도 있을 테고요. 학창 시절 공부를 열심히 하셨군요. 저도 국어 시간에 문학작품을 읽으며 비유법을 배우고 문제도 열심히 풀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비유라고 하면 ‘문학적인’ 표현법부터 떠올리게 됩니다.
물론 비유는 문학에서만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지식을 설명할 때도 유용합니다. 비유의 세계는 넓지만, 여기서는 서로 다른 두 대상의 닮은 점을 발견하고 연결하는 은유를 중심으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김언 시인은 산문집 ‘사유노트’(아침달 펴냄, 2025)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은유의 길은 두 가지다. 잘 모르는 것을 잘 아는 것으로 바꾸거나, 잘 아는 것을 잘 모르는 것으로 바꾸거나. 과학의 언어가 대체로 전자의 방식을 따른다면, 예술의 언어는 대체로 후자의 방식에 몰두한다. 즉 미지를 기지로 개척해가는 방식과 기지를 미지로 새삼 전복시키는 방식. 그리하여 신세계는 늘 미지였다가 기지였다가 다시 미지인 세계를 반복하면서 우리에게 온다.”
디엔에이(DNA)를 생명의 설계도라고 부르거나, 원자의 초기 모형을 태양계에 빗대어 설명하는 것. 낯선 것 옆에 이미 아는 것을 데려다놓는 과학의 방식입니다. 반대 방향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을 엉뚱한 것 옆에 세워놓는 겁니다. 늘 보던 사물도 뜻밖의 무언가와 나란히 놓이는 순간 전에 보지 못했던 모습을 드러냅니다. 시를 읽다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하고 놀라거나, 대체 ‘이건 무슨 말이야?’ 하며 혼란에 빠지기도 하지요. 그렇게 시 안에서 헤엄치다가 ‘그러고 보니 정말 그러네’ 하고 감탄하기도 합니다.
글을 쓸 때 우리는 두 방향을 모두 오갈 수 있습니다. 문제는 어느 쪽으로도 우리를 데려가지 못하는 비유입니다. 너무 많이 사용해 하나의 뜻으로 굳어버린 비유가 그렇습니다. 찜통더위, 희망의 불씨, 마음의 문, 삶은 여행 같은 표현은 너무 익숙하죠? 이제 ‘내 마음은 호수요’도 낡은 비유가 되어버렸습니다. 처음에는 분명 반짝이는 발견이 있었겠지만, 같은 연결을 너무 오래 반복하니 그 발견이 희미해졌습니다.
낡은 비유는 뻔하다는 것보다는 대상을 자세히 보지 않고도 쓸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새로운 비유를 발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멋진 단어를 많이 알고 있어야 할까요. 기발한 상상력을 타고나야 할까요.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관찰입니다. 아 또 관찰이야, 하는 분도 계실 테지만요. 무언가를 비유하려면 먼저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더위를 찜통이나 불가마에 빗대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오래 들여다보면 더위 안에서도 여러 모습이 보입니다. 아침부터 뜨거운 공유 자전거의 안장, 그늘의 모양을 따라 옮겨 앉는 사람들, 건널목 앞 작은 지붕처럼 모여 있는 양산 같은 것들 말이지요.
새로운 비유를 찾고 싶다면 이것은 무엇과 닮았을까를 너무 빨리 묻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먼저 보세요. 어떻게 생겼는지, 어떻게 움직이는지, 만지면 어떤 느낌인지, 무슨 소리가 나는지. 낯설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닙니다. 낯설기만 한 비유는 수수께끼가 되어버려요. 읽는 사람이 아무리 생각해도 두 대상 사이의 닮은 점을 발견할 수 없다면 그 비유는 독자에게 도착하지 못합니다. 좋은 비유에는 낯섦과 동시에 ‘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네’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합니다.
방법 하나.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을 지웁니다. ‘여름과 닮은 것은?’이라는 질문에 찜통이 떠올랐다면 찜통을 지웁니다. 다음으로 불가마가 떠올랐다면 그것도 지웁니다. 하나만 더, 하나만 더. 그렇게 익숙한 것을 몇 개 지나치다보면 슬슬 내가 실제로 보았거나 겪은 것들이 나타납니다.
멀리 떨어진 단어들을 일부러 만나게 해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종이 한가운데에 ‘외로움’을 적고 그 주변에 오늘 하루 보았던 것들을 아무렇게나 적습니다. 편의점, 빨대, 운동화, 건널목, 화분, 냉장고, 우산. 그리고 이어봅니다. 외로움과 건널목은 무엇이 닮았을까요. 모두 건너간 뒤 혼자 깜빡이는 신호등을 발견할 수도 있겠지요.
그다음이 더 중요합니다. 왜? 왜 그것이 외로움으로 보였을까요. 두 대상 사이에 내가 발견한 닮은 점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나씩 연결하면 세상은 조금 전과 다르게 보입니다. 좋은 비유는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라, 이미 세상에 있었지만 아직 서로 만나지 못했던 것들을 만나게 하는 일입니다.
기후위기를 지구 평균기온, 해수면 상승, 탄소배출량 같은 숫자로 이야기할 때면 나의 하루와는 멀리 떨어진 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흔적은 아주 구체적입니다. 곧 백로인데도 식지 않는 밤에, 한낮이면 사람이 사라지는 놀이터에, 잎 가장자리가 갈색으로 타들어가는 가로수에 남습니다. 폭염 속에서도 밖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과 폭우로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에게 남습니다. 기후위기는 모두에게 똑같은 얼굴로 찾아오지도 않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거대한 변화가 세계 곳곳에 남기는 흔적을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진득하게 관찰하고 거기에 어울리는 말을 찾아주려 하지요. 몇 년 뒤 여름은 무엇에 비유될까요. 그때도 여전히 찜통과 가마솥 정도면 좋겠습니다.
박은지 시인·‘여름 상설 공연’ 저자
독자 글
지난달에는 ‘아직 모르겠습니다’라는 주제로 글을 부탁드렸고, 다섯 편이 도착했습니다. 이 뜨거운 여름에도 자기 안의 이야기를 꺼내어 글로 만들어 보내주신 다섯 분께 감사드립니다.
정선님은 오래도록 선명하게 남은 기억과 누군가에겐 너무 쉽게 사라진 기억 사이를 들여다봅니다. 같은 일을 겪고도 우리는 왜 이렇게 다르게 기억할까요. 끝내 알 수 없는 채로 남겨둔 질문을 저도 붙들고 있습니다. 성호님은 책을 읽으며 재능과 쓰는 삶에 관해 묻습니다. 잘 쓰고 싶은 마음과 꼭 잘 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 쓰고 싶은 마음과 버리고 싶은 마음이 글 안에서 부딪칩니다. ‘완성하지 않아도 움직임 안에 있는 게 좋다’는 대목처럼 답을 찾기보다 질문 속에서 계속 움직이는 글이었습니다.
숙연님은 30여 년 동안 가슴에 ‘꾸깃꾸깃 쑤셔 넣었던’ 한마디를 꺼냅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건너 이제야 꺼내놓은 이야기를 읽어서 좋았습니다. 어떤 뒤끝은 그때 하지 못했던 말을 이제라도 해보려는 마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목 ‘뒤끝 작렬’처럼 오래 묵힌 서운함을 무겁게만 다루지 않는 유머도 좋았고요. 창연님은 둥근 현실과 네모난 세계를 오가며,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건지 현실에서 도망치는 건지 알 수 없는 사람을 그립니다. 태양과 눈동자와 입, 모니터와 방문과 픽셀이 만들어내는 둥글고 네모난 세계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결국 다시 자리에 앉아 점을 찍는 마지막에서는 마음이 쓰였습니다. 모르겠다고 해서 삶이 멈추는 것은 아니니까요.
소민님은 사람이 죽어도 멈추지 않는 노동의 현장을 바라봅니다. 노동자의 죽음과 우리 일상이 하나의 구조 안에 이어져 있다는 사실이 서늘하게 다가옵니다. 특히 ‘사람이 죽었는데’가 ‘네가 죽었는데’로 바뀌는 순간, 멀리 있던 죽음은 한 사람의 구체적인 죽음이 됩니다. 사람이 죽어도 멈추지 않는 것은 기계뿐일까요. 노동과 죽음, 우리 일상을 돌아보게 하는 시였습니다. 함께 읽어보겠습니다.
다섯 분 모두 서둘러 답을 찾기보다 자기에게 남아 있는 질문을 붙잡고 글 안에 머물러주셨습니다. 누군가 자기 안에 오래 품고 있던 이야기를 꺼내어 보내주는 데는 생각보다 큰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이번 글들이 더 고맙고 귀했습니다. 조금 선선해진 바람 속에서 만날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교반기
참 이상한 일이지
사람이 죽었는데
아직도 그 기계가 돌아가고 있다는 게
멈추지 않고 돌고 있다는 게
참 이상한 일이지
사람이 또 죽었는데
여전히 골목마다 파란 간판들이 보인다는 게
아침부터 밤까지 온종일 환하게 빛난다는 게
참 이상한 일이지
사람이 더 죽었는데
지금도 그 빵들이 팔리고 있는 게
조그만 우유갑과 그만큼 작은 손에 쥐어진다는 게
참 이상한 일이지
네가 죽었는데
아직도 그 기계가 돌아가고 있다는 게
여전히 돌고 또 돌고 있다는 게
김소민
여러분의 글을 보내주세요
우리는 사랑하는 것만 오래 바라보는 게 아닙니다. 미워하는 것도 오래 들여다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미워하는 ( )을/를 비유를 활용해 풀어내봅시다. 괄호 안에는 사람, 사물이나 장소, 음식, 계절, 습관, 제도, 상황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일단 마음껏 미워합시다. ‘싫다’ ‘짜증난다’ ‘최악이다’로 달려가기 전에 그 대상을 들여다보고 그것이 무엇과 닮았는지 찾아봅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뻔한 비유는 잠시 밀어두고 하나 더, 또 하나 더 떠올려보세요.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것을 데려와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왜’입니다. 둘 사이에 내가 발견한 닮은 점이 있어야 합니다. 미움을 극복하거나 용서할 필요는 없습니다. 알고 보니 사랑했다는 결론도 내리지 맙시다.(물론 알고 보니 사랑했다도 환영합니다.) 미운 것은 끝까지 미워도 됩니다. 대신 내가 이토록 미워하는 것을 오래 들여다봤을 때 무엇이 보이는지 써주세요. 시든 에세이든 형식은 자유입니다.
주제: 내가 미워하는 ( )
분량: 에세이는 1천 자 내외, 시는 분량 제한 없음
마감: 2026년 9월6일
보낼 곳: ha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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