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글쓰기 숙제 하는 3가지 유형, 그중 가장 안타까운 유형은?

노트북에 커피를 쏟았습니다. 노트북을 세워두고 멍하니 앉아 사진을 찍었습니다. 삶은 정말 계획한 대로 말끔하게 흘러가지 않네요. 2026년 7월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 박은지 제공
야호! 드디어 방학을 맞이했습니다. 저는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하며 신입생을 대상으로 글쓰기를 강의하고 있습니다. 학기가 끝나면 학생들과 헤어지는 게 아쉬울 때도 있고, 방학 동안 할 일을 떠올리며 마음이 무거울 때도 있는데요. 이번 방학만큼은 진심으로 ‘야호’였습니다. 인공지능(AI)과의 싸움을 잠시 쉴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AI가 일상에 녹아들면서 강의실 풍경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조별 이름을 정할 때도 챗지피티에 의견을 구하고, 수업 시작부터 제미나이 창을 켜두는 학생도 있습니다. AI의 존재감이 가장 커지는 순간은 역시나 과제를 할 때입니다. 저는 ‘AI 사용 금지’를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지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 수업이라 AI 활용이 오히려 비효율적이라고 강조합니다. 내 삶을 살아보지 않은 AI가 내 경험을 대신 써줄 수는 없으니까요. 생각하는 힘을 기르려고 쓰는 글이라면 스스로 생각해야 하고요.
그럼에도 학생들은 챗지피티든 제미나이든 클로드든 열심히 활용해 과제를 해서 옵니다. 제가 눈치채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나봐요. 저는 프로그램마다 자주 쓰는 표현까지 아는데 말이에요. 사실 AI로 쓴 글은 크게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구성은 반듯하고 문장은 매끄러우며 그럴듯한 성찰도 담겨 있습니다. 문제는 텅 비어 있다는 것입니다. 읽고 나서 주제도 내용도 문장도 그 어떤 것도 남지 않아요. 글자가 허공에 흩어지는 게 눈에 보입니다. 그 글을 김철수가 썼는지 마이클이 썼는지 구별이 안 될 만큼, AI가 쓴 글들은 서로 닮았습니다. 매력이 없어요.
학생들이 AI로 글을 쓰는 방식은 제각각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AI에 맡기는 학생, 앞부분은 직접 쓰고 결론을 AI에 부탁하는 학생, 자기 힘으로 열심히 써놓고 마지막에 ‘다듬어달라’며 AI에 넘기는 학생 등 다양합니다. 저는 그중에서 세 번째 학생이 제일 안타깝습니다. 그 학생만이 쓸 수 있었던 문장이 AI가 덧붙인 ‘좋은 문장’ 아래에서 색이 옅어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마음이 답답합니다. 왜! 어째서! 자신의 매력을 스스로 지워버리지!
지난 학기 첫 번째 과제를 피드백하던 날, 화를 내고야 말았습니다. 이렇게 쓰면 안 됩니다, 열변을 토했어요. 수업이 끝난 뒤 한 학생이 찾아와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잘 쓰고 싶었다고, 첫 과제라 유난히 부족해 보였다고, 그래서 챗지피티에 다듬어달라 부탁했는데 더 안 좋은 글이 된 것 같다고 했습니다. 다음엔 재미있게 써보자고 답하며 어색하게 화해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건 학생만의 잘못은 아니었습니다. 잘 쓰기 위해 고친 글이 왜 더 못 쓴 글이 되었을까요? 처음 원고에는 그 학생만이 쓸 수 있는 내용이 있었을 것입니다. 엄마와 실제로 주고받은 말, 이름 붙이기 어려운 감정, 자기조차 아직 의미를 다 알지 못하는 경험 같은 것들이요. 잘 쓰고 싶은 마음에 AI를 거치면서 이것들은 ‘정리’되고 ‘보완’됐습니다. 그 자리엔 “소통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 같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 들어왔겠지요. 너무 빨리 옳은 말에 도착해버려서, 더 읽고 싶지 않은 글이 됐습니다.
AI를 쓰지 않아도, 잘 쓰려고 할수록 비슷한 함정에 빠지기 쉽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잘 쓰려고 할수록 경험을 들여다보기보다 머릿속에 들어 있는 ‘좋은 글의 모양’에 경험을 끼워 맞춥니다. 무슨 일을 겪었든 성장과 감사, 소통, 배려 같은 단어로 끝맺으려 합니다. 실패를 썼으면 그 실패를 통해 무언가 배워야 하고, 갈등을 겪었다면 결국 상대를 이해하게 되었다고 써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 삶은 그렇게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습니다. 정리되지 않는 시간이 삶의 대부분일 거예요. 누군가를 미워하면서도 그리워할 수 있고, 실패하고도 아무것도 배우지 못할 수 있습니다. 잘못을 알면서도 사과하지 못하고, 시간이 한참 지나도 그 일이 무엇이었는지 여전히 알 수 없을 때도 있습니다. 여기서 글의 재미가 살아나기 마련인데, 글을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이런 미완의 감정을 견디기 어렵게 합니다. 경험을 충분히 들여다보기도 전에 서둘러 의미를 붙이죠.
그렇게 붙인 당위적인 문장은, 맞는 말이고 필요한 말이지만, 거기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이 빠져 있어 공허합니다. 인생은 여행이고, 마음에는 벽이 생기고, 어둠 속에서 빛을 발견한다는 식의 비유도 너무 급하게 튀어나와 대상을 새롭게 보여주지 못합니다. 감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슬픈 경험은 절망과 눈물로, 행복한 경험은 소중함과 감사로 써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 감정은 그렇게 모범적으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정말 슬픈 날에도 배가 고플 수 있고, 장례식장에서 누군가의 바짓단만 기억날 수 있습니다. 삶이 참 단정하지만은 않아요. 슬픔은 언제나 슬픔다운 표정으로 오지 않습니다. 좋은 글처럼 보이려는 마음은, 이상하지만 생생하게 살아 있는 장면을 지우고 이미 이름 붙은 감정을 채워넣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AI에 요구한 ‘좋은 글’의 기준을 다시 봐야 합니다. 문법적으로 완전하고, 논리적으로 빈틈없고, 주제가 분명하며 마지막에는 교훈이 남는 글, 적절한 비유가 들어 있고, 누구도 불편하지 않을 글. 이 조건을 채우면 좋은 글이 되리라 믿어온 것 아닐까요? 사람의 글은 바로 이 지점에서 생기를 잃었고요. AI는 우리가 ‘좋은 글’이라고 믿어온 기준을 누구보다 충실하게 따른 것뿐인데요.
다행히 사과를 건넸던 그 학생은 이후의 과제를 AI 없이 써왔습니다. 완벽한 글은 아니었습니다. 틀린 문장도 있었고 문단도 덜 정리됐고 결론에서 다른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글에서 학생을 만났습니다. AI는 흉내 내지 못하는 감정과 좌충우돌하는 생각을 만났어요. 마지막엔 우수작으로 뽑혀 발표도 하고 좋은 성적을 받았습니다. 멋진 결말이지요?
AI는 앞으로 더 똑똑해질 것입니다. 우리가 쓰는 글도, 읽는 글도 점점 더 그럴듯해질 것입니다. 잘 쓴 글처럼 보이는 문장은 이제 시키면 나옵니다. 엉망인데도 자꾸 다시 읽게 되는 글은 아직 사람만 쓸 수 있습니다. 오묘하고 복잡하고 그래서 인간답고 매력 있는 글 말이에요. 그러니 막 씁시다. 깔끔하게 정돈된 문장 말고, 날것의 문장을요.
미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혼돈에 빠지는 결론도 좋습니다. 명쾌하게 딱 떨어지는 이야기보다 정리가 안 돼서 자꾸 붙들고 있게 되는 결말이 더 인상적일 수 있습니다. 인물이 기어이 나쁜 마음을 버리지 않고, 갈등도 풀리지 않고, 마지막 장면까지도 뭐가 뭔지 모르겠는 이야기,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가 오래 사랑받는 이유도 아마 그거겠죠. 답을 찾은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만, 답을 못 찾은 이야기는 계속 생각하게 되니까요.
개강하면 저는 다시 AI와의 전쟁을 시작할 것 같습니다. 근데 이 글, 결론을 어떻게 내야 할까요? 제가 정말 학생들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AI를 이기거나 잘 다루는 법이 아니라 읽고 싶은 글에 대한 것인데, 개강하면 또 AI 이야기를 끊임없이 하겠지요? 그나저나 AI 도움 없이 과제를 제출한 학생은 다른 강의의 과제도 그렇게 했을까요? 정말 AI는 깔끔한 글만 쓸까요? 여러 겹의 감정과 감각, 경험을 담아내는 글까지 쓸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박은지 시인·‘여름 상설 공연’ 저자
독자 글
7월에는 음식을 따라 삶을 만났습니다. 시래기된장국 한 그릇에서 어머니의 부엌을 만나기도 했고, 살구 한 알에서 시할머니의 오래된 허기를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무화과는 먼 나라의 여름으로, 김치죽은 한 가족의 생을 버텨낸 시간으로 이어졌고, 어떤 음식은 배고픔보다 더 깊은 마음의 결핍을 비추기도 했습니다. 음식을 이야기했지만, 결국 사람을 이야기한 글들이었네요.
유난히 좋은 원고가 많았습니다. 미처 소개하지 못한 글에도 마음을 울리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각자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 더 욕심내봤으면 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추억이나 감정을 설명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장면을 조금 더 살려보는 건 어떨까요. 식탁에 무엇이 놓여 있었는지, 누가 어떤 표정으로 숟가락을 들었는지, 그 자리에 어떤 냄새와 소리가 있었는지 설명하기보다 보여줄 때 독자도 그 기억 속으로 뚜벅뚜벅 들어갈 수 있습니다.
서정미님의 ‘아버지의 경관식’을 나눕니다. 콧줄로 식사를 대신하게 된 아버지를 바라보며, 과거에 음식 앞에서 참기만 하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는 글입니다. 비유도 적재적소에 잘 있습니다. 슬픔을 크게 말하지 않는데도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먹는다’는 일이 살아 있다는 것이고, 누군가를 먹이고 싶은 마음이 사랑이란 것을 함께 읽어봅시다.
이번에도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달에도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리겠습니다. 함께 오래, 그리고 꾸준히 써봅시다.
아버지의 경관식
비위관을 타고 연분홍빛 영양식이 콧줄로 흘러 들어간다. 아버지는 벌써 몇 달째 콧줄로 식사를 대신하고 있다.
아버지를 모처럼 휠체어에 앉히고 두 다리를 휠체어 발받침에 스카프로 묶는다. 내가 중학교 때나 신었을 법한 실내화를 신겨드리고, 선글라스와 모자도 씌워드린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몸에 선글라스와 모자를 얹으니, 마치 ‘크리스마스의 악몽’의 남자주인공 ‘펌킨 킹’처럼 보인다. 콧줄이 보일까 마스크까지 씌워드리고 무릎에 블랭킷까지 얹어드리니 이번에는 강보에 폭 싸인 아기 같은 모습이다.
휠체어를 밀고 밖으로 나간다. 아버지는 선글라스를 끼고도 눈을 지그시 감았다 뜨기를 반복한다. 슈퍼 앞을 지날 때 나는 일부러 휠체어를 멈춘다. 아버지가 눈을 뜨고 슈퍼의 물건들을 가만히 바라보신다.
작년 봄에도 아버지는 농가마트에 가면 딸기며 체리를 가만히 바라보곤 하셨다.
“이거 살까유?” 하고 물으면, “아니, 봤으니께 되었어” 하며 발길을 돌리던 분이었다.
얼마 전, 그 좋아하시던 체리를 맛보게 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연습 삼아 요플레를 드시게 했다. 사흘 동안 하루에 한 개씩 맛있게 드시더니, 결국 폐에 염증이 심해져서 응급실로 가야만 했다. 나는 단지 체리가 맛있게 나오는 철이어서, 딸기가 나오는 철이어서, 워낙 좋아하시던 블랙사파이어 포도가 눈에 띄어서, 드시게 하고 싶었을 뿐인데.
돌이켜보면 아버지는 항상 음식을 먹기보다 보기만 하는 사람이었다. 초여름이면 뒷밭의 청자두와 옥수수가 익었는지 살펴보고, 가을이면 호두를 따서 말리고, 상자에 담아 사 남매 집으로 보내기 바빴다.
지금도 아버지는 침상에서 청자두를 따고 있을지 모른다. 옥수수를 심고 얼마만큼 자랐는지 수염의 색깔과 길이를 살피고, 아삭이고추를 심어놓고 딸 때가 되었는지 아침저녁으로 들여다보며 아이들이 올지 먼 길을 내다보실 것이다.
서정미
여러분의 글을 보내주세요
이번달에는 진짜 막 써봅시다. 결론을 내리지 않아도 됩니다. 여전히 알 수 없는 일을 써주세요.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이해되지 않는 일, 누군가를 끝내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 좋아하는지 미워하는지 알 수 없는 사람, 그날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아직도 설명할 수 없는 순간도 좋습니다. 성장하지 않아도 됩니다. 교훈이 없어도 됩니다. 굳이 의미를 찾으려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감정과 정리되지 않은 마음을 그대로 데려와주세요. 결론 대신 질문으로 끝나도 좋습니다. 설명하고 싶으면 설명하고 장면을 데려오고 싶으면 장면을 데려옵시다. 쓰다가 생각이 정리된다면 정리된 생각도 써보시고요. 시든 에세이든 형식은 자유입니다.
주제: 아직 모르겠습니다
분량: 에세이는 1천 자 내외, 시는 분량 제한 없음
마감: 2026년 8월9일
보낼 곳: han21@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윤석열이 동네 애 이름이야?” “현직 대통령한테 ‘이재명’ 부르면서”

김민석 “유시민 저주에 침묵, 당대표 가능하냐”…정청래 “‘십자가 밟기’ 말라”

이진숙 과방위 배치에 민주 반발…“방통위원장 때 위법 논란 여전”

페루 첫 여성 대통령 후지모리 취임…야당 “연설 안 듣겠다” 퇴장
![참사 수습보다 급했던 ‘용어 왜곡’ [그림판] 참사 수습보다 급했던 ‘용어 왜곡’ [그림판]](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original/2026/0729/20260729503359.jpg)
참사 수습보다 급했던 ‘용어 왜곡’ [그림판]

국힘 ‘397억 폭탄’에…홍준표 “윤석열 데려온 자, 책임져라”

일본 올해 최저임금 1만500원…한국보다 180원 높아

동기생 빈소 앞 유튜브 말리자…김현태 “이재명한테 욕먹을까봐?” 음모론

국회의장의 ‘현 대통령 연임’ 발언, 개헌 동력에 찬물

“2만원에 고전 730권 평생 소장” 구독했더니…AI 번역 ‘책도둑’ 논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