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제1454호 표지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산다는 건, 늘 뒤통수를 맞는 거라고. 인생이란 놈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어서 절대로 우리가 알게 앞통수를 치며 오는 법은 없다고. 나만이 아니라, 누구나 뒤통수를 맞는 거라고. 그러니 억울해 말라고. 어머니는 또 말씀하셨다. 그러니 다 별일 아니라고.” -<그들이 사는 세상>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최승자 ‘삼십세’)던 서른 살, 노희경 작가가 쓴 드라마의 대사를 곱씹으며 숨 막히는 일상을 버티고 거센 마음의 파고를 넘었다. 노희경의 드라마 속 세상엔 “몸 안의 온 감각을 곤두세워야만” 하는 사랑, “그냥 다 처음 살아보는 인생이라 서툰” 사람들이 있었기에,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
“사진을 보면 슬퍼진다. 사진 속 나는 환하게 웃고 있어서, 이때의 나는 행복했구나 착각하게 된다.” 박연선 작가의 <연애시대> 속 은호는 삼십 대의 내 모습이기도 했다. “(아들이 성소수자임을 알았을 때) 저 녀석의 마음을 생각해봤어. 넘어서지 못하고 받아들여야 했을 때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 난 외면하지 못하겠더라, 엄마니까.” 박바라 작가의 <슈룹> 속 화령은 사십 대의 나였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 내 직업이다./ 그다음 날도 당신을 기다리다가 당신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 내 직업이다./ 그리하여 나의 사랑을 부정하는 것이 나의 직업이다.” 신하은 작가의 <갯마을 차차차>에서 두식이 혜진에게 읽어준 시집(김행숙 <에코의 초상>)이 좋아서, 바로 시집을 샀다. ‘덕후’까지는 아니지만 드라마를 좋아한다. 특히 마음을 울리는 대사는 적어두고 꺼내보기도 한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최근 드라마·영화 각본집은 출판시장의 베스트셀러다. 그만큼 ‘글’로 드라마를 기억하려는 독자가 많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번호 ‘21 WRITERS ③’은 드라마·영화 작가 특집으로 꾸몄다. 작가 22명을 인터뷰해 ‘어디서 영감을 얻고 글을 쓰는지’ ‘특별한 글 쓰는 습관’ 등에 대해 물었다. 소설가 21명을 인터뷰한 ‘21 WRITERS ①’(2020년 8월 제1326·1327호), 비문학 분야 작가 21명을 인터뷰한 ‘21 WRITERS ②’(2022년 3월 제1405·1406호)에 이어 세 번째 ‘글쟁이’ 통권호다. 특히 이번 잡지는 <씨네21>과 공동제작했다. <한겨레> 엔터팀 남지은, 김효실 기자도 함께했다. 김보통·김수진·노희경·박바라·박연선·박재범·박해영·백미경·서숙향·성초이·송재정·신하은·양희승·연상호·유보라·윤성호·이나은·정도윤·정서경·조광진·진한새·황진영 작가(또는 스토리텔러) 22명을 인터뷰했다. 드라마 제작 일정이 겹쳐, 새로운 대본을 쓰느라 몸이 아파, 아쉽게 이번에 인터뷰하지 못한 작가들과는 다음 ‘21 WRITERS ④’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창간 29돌을 맞은 <한겨레21>과 작가들의 마음은 통하는 구석이 있었다. 바로 ‘이야기’다. “잡담을 나누는 것도, 일기를 쓰는 것도, 기사도 이야기”(김보통)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설득은, 그냥 쓰는 거, (…) 좋아해주는 사람들을 야금야금 만드는 것”(김수진)뿐이니까. 이야기는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자 “전부”(성초이)이니 말이다. 이 작가들처럼 <한겨레21>은 앞으로도 “시대의 가려운 곳을 확실히 긁어주는 효자손 같은 이야기”(박재범)를 계속해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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