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설레게 하는 책들.
2019년 동물권단체 ‘케어’에서 일했다. 대표가 직원과 회원 몰래 개 200여 마리를 비밀 안락사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곳이다. 대표와 직원 사이 몇 차례의 갈등 끝에 회사를 나왔다. 이후 본질적인 고민을 했다. 대표의 잘못이 없는 건 아니지만 결국 동물을 사고파는 이 자본주의에 근본적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대안적인 삶을 고민했다. <녹색평론> 독서모임을 하고, 전기와 화학물질 없는 삶을 추구하는 ‘비전화 공방’에도 관심을 가졌다. 최대한 소비하지 않고 직접 내 먹거리와 필요한 것을 만드는 자급의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2021년 밀양에 귀농했다.
초반엔 즐거웠다. 직접 나물도 캐 먹고 농사도 지어 우리 먹거리의 일부를 해결했다. 하지만 힘들었다. 슈퍼에서 파는 나물 반찬은 사서 먹기만 하면 끝이지만 직접 해먹으려면 열심히 농사지어, 캐서, 씻고, 다듬고, 요리해서 먹는 등 많은 절차가 필요하다. 그중 벼농사는 가장 고됐다. 모를 키워 심고 키우고 베서 수확해 도정하기까지. 기계가 없다면 손이 가장 많이 가는 게 벼농사다.
이 일만 했으면 모르겠지만, 이걸로 모든 것을 자급할 수는 없기에 돈 버는 일도 병행했다. 토종씨드림 활동가로 다양한 지역에서 씨앗을 수집하고,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고, 각종 공모전에 지원했다.
바쁘게 살았지만 살림은 여전했다. 나름 자급하며 산다고 했는데 월세·전기료 등 각종 생활요금이 나갔다. 가끔 외식하고 읽고 싶은 책을 몇 권 정도 살 수 있었지만, 따뜻한 집을 얻거나 하고 싶은 운동, 듣고 싶은 강의를 등록하기엔 돈이 부족했다.
따뜻한 집을 갖고 싶다, 눈치 보지 않고 맛난 것을 많이 먹고 싶다,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사서 읽고 싶다, 배우고 싶은 걸 마음껏 배우고 싶다 등 그동안 알지 못했던 내 안의 욕망을 마주했다.
돈은 나에게 어떤 존재였는가. 티브이(TV) 드라마에 나오는 재벌, 각종 뉴스에 나오는 부자는 왠지 돈을 벌면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돈은 나쁜 것, 죄, 탐욕의 상징이라 여겼다. 생태적으로 산다는 것, 자급의 삶을 산다는 것은 가난하고 소박하게 사는 게 아니던가.
이제는 돈을 벌고 싶어졌다. 소비한다는 건 먹고 싶고, 따뜻해지고 싶고, 배우고 싶고, 즐겁고 싶은 내 욕망을 채우는 일이다. 혼자 모든 것을 자급하기에 인생은 너무 짧아서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것을 돈 주고 사는 것이다. 돈 버는 일은 세상에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돈과 교환하는 행위다. 이 두 행위 자체는 문제가 없다. 다만 이 가운데 ‘이타성’이 없는 게 문제였다.
‘돈’이 목표가 되는 순간 문제가 됐다. 노동자와 동물, 자연 등이 돈의 수단이 되어 무한히 착취됐다. 돈이 아니라 타인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 그 사람 혹은 자연에 있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그것을 어떻게 제공할까. 이에 대한 결과물이 돈일 뿐이다.
목표가 생겼다. 위대한 사업가가 되는 것이다.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그 결과로 돈을 벌며 돈이 나를 통해 더 낮은 곳으로 흐르게 하는 사람. 특히 흙을 살리는 농사를 지으며 생태계가 복원되는 방향의 사업을 해보고 싶다. 이로써 내가 꿈꾸는 것을 이루는 것은 물론이요, 더 나아가 재단을 세우고 도서관을 세우고 병원도 만드는 꿈을 꿔본다. 2023년, 앞으로가 기대되는 이유다.
밀양=글·사진 박기완 토종씨앗 활동가
*농사꾼들: 농사를 크게 작게 지으면서 생기는 일을 들려주는 칼럼입니다. 김송은 송송책방 대표, 이아롬 프리랜서 기자, 박기완 경남 밀양의 농부가 돌아가며 매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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