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깨. 중국(인)을 멸시하는 대표적 혐오 표현이다. 송나라 시절 환전상이 돈을 넣어둔 손금고를 ‘짱꿰(掌櫃·장궤)라고 했다. 한국에선 중국음식점을 속되게 일컫는 말로 쓰이다가 중국을 비하하는 멸칭으로 뜻이 확대됐다.
중국사 및 국제관계 전문가 김희교 광운대 교수는 신간 <짱깨주의의 탄생>(보리 펴냄)에서, 한국에서 중국 인식의 주류 프레임이 되어버린 혐중의 실태와 역사적 배경을 진단하고 ‘평화 체제’라는 관점에서 대안적 담론을 모색한다.
1894년 청일전쟁 전까지 한국에서 중국은 혐오의 대상이 아니었다. 승전국 일본은 청을 내쫓고 조선을 장악하면서 중국인을 열등하고 미개하고 국민으로 선전했다. 조선인도 일제의 식민 담론에 포섭됐다. 해방 뒤 미군정, 한국전쟁과 중국 참전, 반공주의 확산은 중국 혐오와 적대감을 증폭시켰다. 1992년 한중수교 이후 혐중은 멈칫했지만, 21세기 들어 중국의 급부상과 격렬한 미-중 대립은 다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지은이는 “미-중 충돌 시기 한국의 안보 보수주의가 중국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을, 서구의 ‘차이나포비아’나 ‘중국 때리기’ 개념과 구별해 ‘짱깨주의’로 지칭한다. “짱깨라는 개념은 서구의 인종주의가 지니는 혐오를 그대로 품고 있”으며, “그 밑바닥에는 20세기 전후(戰後) 체제의 위기와 미국의 신냉전 회귀의 기획이 숨어 있다.” 여기서 전후 체제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인 샌프란시스코조약(1952년 발효)과 1979년 미-중 수교로 이어진 키신저 시스템의 복합체다.
냉전 체제의 적대적 동맹인 샌프란시스코 체제와 경제·통상의 단일 시장을 지향하는 키신저 체제는 균열의 단층대 위에 공존했다. 한국을 포함한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선택한 ‘정치·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프레임은 충돌할 수밖에 없다. 미국 단일 지배체제가 흔들리고 미-중 대결이 본격화하면서, 한반도 남쪽의 짱깨주의도 더 거칠어진 모양새다.
지은이는 짱깨주의를 △유사 인종주의 △신식민주의 체제 옹호 △자본 문제를 중국 문제로 치환 △신냉전체제 구축 등의 프레임으로 조목조목 분석한다. 혐중에는 언론 보도의 책임이 크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 초, 한국 언론 상당수는 중국인 일부의 야생동물 식습관을 부풀리며 ‘미개한 중국’ 이미지를 퍼뜨렸다. 중국 정부가 천산갑 등 야생동물 거래와 사육까지 엄격히 금지한 사실은 주목받지 못했다.
2020년 8월, 한 신문은 북극해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개발과 영유권 경쟁 소식을 전하면서 미국·캐나다·덴마크 등 서구에는 ‘분쟁’ ‘개발’이라는 중립적 표현을, 중국의 가세에는 ‘알박기’라는 혐오 표현을 썼다. 대만과 남중국해 일대에서 미국과 중국이 대립한 군사 위기를 두고 “한국의 보수언론들은 미국의 행위는 국가전략의 문제로, 중국의 행위는 해서는 안 될 도덕적 문제로” 다뤘다.
2017~2020년 외국인의 한국 아파트 취득 현황 자료(국세청)가 나오자 많은 언론사가 “중국 자본이 국내 아파트 3조원 쓸어갔다”는 식의 선정적 보도를 쏟아냈다. 그러나 통계를 자세히 보면 과장이거나 왜곡이다. 미국인의 구매액이 약 2조2천억원으로 뒤를 이었는데, 한국 체류 중국인이 미국인보다 7.7배나 많으며 그중 70%가 조선족이라는 사정은 무시됐다.
지은이는 “한국 진보 진영의 과도한 이상주의와 탈현실주의적 세계 인식”도 ‘혐중’에 눈을 감았다며, 짱깨주의에 대한 진보적·실천적 대항담론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수직적 위계 관계에 있는 신식민주의적 국가 간 체제를 평등하고 평화로운 협력적 다자주의 체제로 만들어가는 것이 핵심이다.
조일준 선임기자 iljun@hani.co.kr
김영호·와다 하루키 등 23명 지음, 메디치미디어 펴냄, 3만8천원
2022년 4월28일은 동아시아 전후 체제인 샌프란시스코조약이 발효된 지 꼭 70주년이다. 일본은 전쟁범죄를 면제받고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반공 체제의 핵심 파트너가 됐다. 한국·중국·일본 3국의 학자와 지식인들이 ‘동아시아 냉전과 식민지·전쟁범죄의 청산’(부제)을 함께 모색했다.
조니 시거 지음, 김이재 옮김, 청아 펴냄, 2만2천원
미국의 페미니스트 지리학자가 지구촌 여성의 차별과 권리 확대의 흐름을 인포그래픽 지도로 한눈에 보여준다. 결혼과 가족, 임신과 출산, 여성의 몸과 성, 노동, 건강과 위생, 참정권, 교육과 정보 접근, 소득과 상속 등 다양한 지표의 데이터와 통계만으로도 성평등 실현의 당위성을 웅변한다.
이석인 지음, 시대의창 펴냄, 1만9800원
중동과 지중해 일대에서 발원한 와인은 그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역사와 풍부한 이야기를 머금고 있다. ‘술 취한 원숭이’ 가설부터 그리스 신화와 로마제국, 중세 수도원, 비단길과 대항해 시대, 양조 기술의 발전, 한국의 와인 시장, 기후변화까지 와인의 모든 것에 풍부한 삽화를 곁들였다.
송경동 지음, 창비 펴냄, 1만1천원
고공농성과 단식투쟁을 불사하며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시인이 6년 만에 낸 시집. “다시는 추모시를 읽으며 무너지고 싶지 않”(‘대답해드리죠, 스님’)은 간절함, “수많은 사람들의 헌신과 희생을/ 내 것인 양 사유화하고/ 헐값에 팔아넘기는 사람은 되지 말자”(‘내 안의 원숭이를 보라’)는 다짐이 묵직하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우원식 “한덕수, ‘내란 특검’ 후보 추천 의무 오늘까지 이행하라”
[속보] 노상원 ‘계엄 수첩’에 “북의 공격 유도”… 정치인·판사 “수거 대상”
“탄핵 반대한다더니, 벌써 들뜬 홍준표…노욕만 가득” 친한계, 일침
[단독] HID·특전사 출신 여군도 체포조에…선관위 여직원 전담팀인 듯
안철수 “한덕수, 내란 특검법은 거부권 행사 않는게 맞다”
[단독] 윤석열, 4·10 총선 전 국방장관·국정원장에 “조만간 계엄”
계엄의 밤, 사라진 이장우 대전시장의 11시간…“집사람과 밤새워”
“내란 직후 임명…자격 없다” 국회 행안위서 바로 쫓겨난 박선영
롯데리아 내란 모의…세계가 알게 됐다
‘내란의 밤’ 4시간 전…그들은 휴가까지 내서 판교에 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