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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자를 준비하던 시절, 여러 일간지에 실린 사진 중 유독 눈에 띄는 사진이 있었다. 신문을 넘기다 ‘아, 이 사진 좋다’는 생각에 살펴보면 사진 아래엔 늘 같은 이름이 달려 있었다. 임종진. 그는 사진 속 인물에게 눈높이를 맞췄고, 이름을 불러주었다. 그가 찍은 사진엔 대상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아는 ‘남녘 사진기자’로 통할 정도로 잘나가던 그는 돌연 사진기자를 그만두고 캄보디아로 떠났다. 그곳에서 도시빈민촌과 시골 오지마을을 돌며 무료로 사진을 찍어 나눠주는 일을 한다. 그 기간에 그는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는 맛보다는, 같은 시공간에서 천천히 유영하듯 머물고 있을 때의 모든 순간들을 내가 훨씬 즐거워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에게 사진은 한 장을 ‘건지기’ 위해서 ‘찍는 행위’가 아니라 ‘함께하기’ 위해 ‘하는 행위’인 것이다. 사진기자에서 사진가로서 삶의 영역을 확장한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아픈 이들 곁에서 사진으로 치유하는 일을 시작한다. 피해 당사자가 고통을 겪은 장소에서 사진 찍는 행위로 스스로를 치유해나가는 ‘사진치유’를 통해, 임종진은 5·18 고문, 1970~80년대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와 세월호 유가족 등을 만난다. 그는 사진치유 작업을 위해 사진심리상담사 1급 자격증을 따고 상담심리교육을 전공했다.
최근 출간한 에세이 (소동 펴냄)엔 그가 사진기자, 사진가를 거쳐 사진치유자로 살아온 인생 행로 속 고민이 담겨 있다. 전문 사진심리 상담가로 활동하며 세상과 사람, 카메라와 자기 자신과 만나는 과정을 글과 사진에 녹였다. 책은 모두 네 부문으로 구성됐다. 캄보디아 벙칵호수 인근 강제철거를 앞둔 주민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담은 사진에선 ‘사람을 우선'하는 저자의 태도(1부)가,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공수부대원들에게 잡혀 린치를 당했던 건물 앞에서 카메라를 들고 다시 선 황의수씨 사진에선 사진이 주는 치유의 힘에 대한 이야기(2부)가 담겨 있다. 3부는 사진가이자 일상인으로서 임종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4부에선 저자가 사진 찍으며 만났던 이들을 통해 편견과 배제를 넘어선 공동체에 대해 사유한다.
사진치유자로서 임종진은 자신에 대한 의심을 멈추지 않는다. “어설픈 연민과 동정심으로 ‘너’를 바라보거나 상념 어린 자책감으로 ‘나’를 바라보지는 않았을까” 하는 의심은 “내 눈앞에 선 사람의 삶은 나의 삶이나 다름이 없고 그래서 더도 덜도 할 것 하나 없이 귀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리고 “얼치기 심리상담가이기보다는 그저 당신과 나의 곁에서 함께 사랑하는 사람이고 싶다”고 말한다. 그에게 자신의 카메라가 있어야 할 자리는 누군가의 곁에서 가만히 있어주는 것이다.
물론 책이 무겁고 진지한 내용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가 사진을 찍기 시작하며 맺었던 인연들인 가수 김광석, 강원도 선이골의 가족들, 북한의 장류, 김일연, 호떡 굽는 이민옥과의 사연을 풀어낼 때면 가슴 한쪽이 따뜻해진다.
저자는 스마트폰 덕분에 누구나 손안에 카메라가 있는 시대에 사진이 ‘순간을 천천히’ ‘고통을 고스란히’ ‘나를 가만히’ ‘세상을 스스럼없이’ 바라보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사진은 사랑이다. 틀림이 없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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