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결혼할 때 축하 선물로 서양화가 그려진 커피잔 세트를 받았다. 행남자기에서 나온 혼수 시리즈 중 하나였다. “머그컵을 많이 쓰지만 손님접대용으로 이런 거 하나는 필요할 거야. 어쩌다 꺼내 쓸 텐데 돈 주고 사려면 아까울 테니 선물로 줄게.” 지인 말대로 커피잔 세트는 집들이 때 반짝 쓰고 다시 꺼낼 일이 없었다.
디자인역사연구자인 조현신 국민대 테크노디자인 전문대학원 교수는 에서 이렇게 인기를 잃고 사라진 사물들을 좇아가며 한국인들 삶의 변화를 살핀다. 그릇, 소주, 담배, 라면 등 15가지 물건의 디자인 역사가 현대사를 읽는 것처럼 흥미롭다.
한국의 근대 식기류 생산은 1942년 전남 목포에서 창업한 행남자기에서 시작됐다. ‘백조’ ‘늘봄’ 등의 제품명은 서구 영향으로 ‘킹’ ‘솔로몬’ 등으로 바뀌더니 유럽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면서 ‘루블레르’ ‘뺑띠미어’ 같은 프랑스어 이름이 붙어야 잘 팔렸다.
그릇의 크기도 줄고 무늬도 서구화됐다. 1940~60년대 500㏄를 웃도는 밥공기는 1970년대 450㏄, 2013년에는 260㏄로 작아졌다. 한국인의 현재 하루 쌀 소비량은 1인당 약 170g. 밥 한 공기를 100g으로 볼 때 한 사람이 하루 두 공기도 채 먹지 않는 셈이다.
우리가 자체 개발한 첫 엔진을 달고 나온 자동차 ‘포니’(1975년)는 한국의 자존심이었다. 당시 세계적 유행이던 상자 형태의 해치백 스타일 ‘골프’를 디자인한 이탈리아 디자이너 주지아로가 골프 디자인을 살려 포니를 디자인했다. 재밌는 건 포니라는 이름의 탄생이다. 판매에 앞서 자동차 이름 공모전을 열었는데 1차 심사위원이던 여대생들이 ‘새마을’ ‘아리랑’ 등의 이름 대신 당시 후보에도 들지 못한 포니를 택했다. 하지만 포니는 이미 포드사가 상표등록까지 마친 상태여서 돈을 주고 상표권을 사오는 해프닝을 거쳤다.
포니 시대는 갔지만 이름은 영원하다. 뮤지컬로도 만들어진 인기 만화 에는 한국이 생산한 여러 자동차가 나온다. 로봇으로 변신하는 자동차 중 카봇 마이스터가 있는데 이것이 자동차일 때 모습이 포니다. 카봇 마이스터가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1970년대 불패 신화를 입버릇처럼 말하니 웃음이 절로 난다.
세계 주류 판매 1위인 소주는 어떨까. 진로소주는 1924년 평남 용강군에 설립된 ‘진천양조상회’에서 시작됐다. 한국전쟁 때 남하해 1951년 부산에서 ‘금련’을, 1952년에는 ‘낙동강’을 선보였고, 1954년 서울에서 ‘진로’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초창기 소주 상표에는 원숭이가 나오는데, 원숭이는 사람과 비슷하고 술을 즐기는 짐승이라는 이유로 모델이 됐다. 우리가 기억하는 두꺼비가 원숭이를 제친 건 1955년부터다. 서울에서는 원숭이가 속임수와 교활함을 상징했기에 ‘떡두꺼비 같은 아들’의 주인공이 라벨에 나왔다. 이후 라벨 디자인은 세련됨을 추구하는 시대적 분위기와 함께 꾸준히 변해갔다. 투박하고 강했던 초기 도안은 고급스러움과 풍요에 대한 지향으로, 이제는 건강하고 공해 없는 환경에서 느리고 맑게 살려는 마음을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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