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북 펴냄). 1952~77년 교사 이오덕(1925~2003)이 가르친 초등학교 아이들의 시를 모았습니다. 가 함께 나왔네요. 지난해부터 출간된 ‘이오덕의 글쓰기 교육’ 아홉 권이 완간된 것입니다. 이로써 이곳저곳 헤어졌던 이오덕의 글쓰기 책들이 하나로 만나 ‘대하’(大河)를 이루게 됐습니다. 그가 돌아간 지 15년 만입니다. 그가 저세상 가기 전 마지막으로 몸담았던 땅, 굽이쳐 바다로 향하는 충북 충주 남한강처럼, 그의 글이 한 물길에 올라탔습니다. 그가 바란바, 삶-글-땅이 서로 ‘같은자리말’이 되도록 할 몫은 이제 독자들이 안게 되었습니다. 사는 만큼 쓰게 되고, 쓰는 만큼 살게 됩니다.
1977년 초판 머리말을 봅니다. “글짓기까지도 상 타고 이름 내기 위해 하는 거짓스러운 말재주 놀이가 되어 있다. 더구나 괴상한 동시란 것을 쓰면서 남 따라 흉내를 내고 거짓을 꾸미는 말장난을 좋은 공부로 배우고 있어 (…) 나는 무엇보다도 먼저 아이들이 순진한 눈으로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아무런 재주도 부리지 말고 자신의 말로 그대로 쓰도록 했던 것이다. (…) 순진한 어린이의 말과 행동, 느낌과 생각은 그것이 그대로 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어린이는 시인임을 나는 믿는다.” 이오덕은 “삶이 시가 된 이 아이들의 노래가/ 마침내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되어 꽃피우기를” 믿고 희망한 사람이었습니다. 믿는 만큼 보게 되고, 보는 만큼 믿게 됩니다.
책에는 특별한 시가 하나 있습니다. 초판에 빠졌다가 2002년 고침판에 실은 시입니다. 읽어보겠습니다. 줄글로 쓴 시네요. “아침을 먹고 위아재께서 고속도로 이야기를 하여 주셨다. 우리나라 고속도로는 마구 미국 거라고 하셨다. 왜요? 하니 미국 돈을 갖다 썼기 때문이지 하신다. 그럼 그 돈을 어얘 갚아요? 하니 나라를 팔아야지 하고 말하셨다. 팔려 가니껴, 하니 몰래, 하신다. 나는 팔려 가까 봐 겁이 났다.”(1970. 7.11. 대곡분교 3학년 김선모)
말 몇은 설명이 필요합니다. ‘위아재’는 외아저씨·외삼촌, ‘마구’는 모두·죄다, ‘어얘’는 어찌·어떻게, ‘가니껴’는 가는가요, ‘몰래’는 몰라, 이런 뜻입니다. 경북 안동에서 나고 자란 아이가 듣고 하던 입말을 그대로 살려 쓴 시입니다.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이었으니, 아이들 시를 모은 책이라고 해도 차마 담지 못했던 사정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정교한 정치경제적 분석이 아닐지라도, 이 시 한 편으로 당대의 한반도 상황이 어떠했는지 단면을 살피게 됩니다. 그래서 시입니다. 시는 ‘진실의 나이테’와 같아서, 날카롭게 현실을 잘라 진실을 드러냅니다. 책에 280편의 진실이 실려 있습니다. 한번 펼쳐보시길.
올림픽 덕에 북녘 사람들이 남녘에 왔습니다. 이오덕도 지하에서 느낄 것입니다. “남북의 분단이 아무리 오래가더라도 실망할 것 없다. 아이들이 시를 쓰면서 사람답게 살아가기만 한다면 우리의 머리 위에 태양은 언제나 빛나고 있을 것이다.” 한반도, 조금 더 숨 쉬고 살 만한 땅이 될까요? 한반도의 산소 포화도는 올라갈까요? 짐과 몫은 언제나 ‘쓰고 읽는 이’들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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