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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올림픽, 영화로 두 배 즐기자

자메이카 봅슬레이 선수단 이야기 <쿨 러닝> 등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 잡은 겨울스포츠 영화
등록 2017-12-28 02:00 수정 2020-05-03 04:28
한국 대표팀의 스키점프 실화를 다룬 영화 <국가대표> 네이버 무비

한국 대표팀의 스키점프 실화를 다룬 영화 <국가대표> 네이버 무비

평창겨울올림픽 개막이 다가왔다. 유치와 준비 과정이 순탄치 않은 탓에 시큰둥한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전세계 겨울스포츠의 제전이란 의미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더욱이 북한이 참가한다면 얼어붙은 남북 대화의 물꼬가 트일 수도 있고, 어쩌면 2년 뒤 도쿄올림픽과 4년 뒤 베이징겨울올림픽이 동아시아 갈등을 해빙하는 마법의 고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감돈다. 하기야 냉전시대에도 올림픽은 체제 경쟁의 장이자, 인류화합의 장으로 활용되지 않았던가.

<font size="4"><font color="#008ABD">피겨부터 아이스하키까지</font></font>
자메이카 봅슬레이 선수단 이야기 <쿨 러닝> 네이버 무비

자메이카 봅슬레이 선수단 이야기 <쿨 러닝> 네이버 무비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영화를 보며 올림픽 정신과 겨울스포츠의 매력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올림픽 정신을 그린 영화로 과 가 손꼽힌다. 한국영화 와 도 독특한 맥락을 지닌 수작이다.

그 밖에 김연아 선수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피겨스케이팅을 소재로 한 영화도 많다. 피겨스케이팅 페어선수의 성취와 사랑을 그린 가 4편까지 나와 있다. 과학 영재인 소녀가 피겨스케이팅의 재능을 발견하고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성장영화 , 두 남자로 이루어진 피겨스케이팅 페어팀을 내세워 천연덕스럽게 퀴어 코미디를 구사하며 막나가는 영화 에도 눈길이 간다. 냉전이 고조되던 1980년 겨울올림픽에서 대학생 선수들로 구성된 미국 아이스하키팀이 1년 정도의 혹독한 훈련을 거쳐 최강의 소련팀을 이기고 우승했던 실화를 다룬 미국 ‘국뽕’ 영화 도 있다.

은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이라는 난센스 같은 실화를 담았다. 1988년 캘거리겨울올림픽에 눈도 얼음도 본 적 없는 자메이카 선수들이 출전한다. 100m 달리기로 서울올림픽에 출전하려던 선수 셋이 선발전에서 발이 걸려 넘어진다. 이들과 자메이카 무동력자동차경주 챔피언이 뭉친다. 이들을 가르칠 코치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지만 부정행위로 메달을 박탈당한 미국인 어빙.

석 달 남은 겨울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흙먼지 날리며 바퀴 달린 썰매로 연습하던 이들은 겨우 썰매에 순서대로 앉는 것을 익힌 상태에서 캘거리로 날아온다. 추위와 빙판을 처음 겪는 이들은 현지에서 얻은 고물 썰매를 타고 좌충우돌한다. 영화는 설정만으로도 큰 웃음을 주지만, 이들을 우스꽝스럽게 그리거나 과장된 코믹을 구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국가를 대표해 출전하는 선수들의 명예, 인종적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는 자긍심, 승리가 아닌 완주를 지향하는 숭고한 정신 등을 일깨운다. 평창겨울올림픽에 나이지리아 여자 봅슬레이팀이 출전한다고 하니,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영화이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스포츠 정신 조명한 </font></font>

역시 1988년 캘거리겨울올림픽에 출전한 영국 스키점프 선수의 실화를 담는다. 어린 시절 약간의 장애가 있던 에디는 올림픽 출전을 꿈꾸며 자란다. 스키선수였지만 올림픽 출전에서 제외된 에디는 스키점프에 눈을 돌린다. 그때 영국에는 스키점프팀이 없었다. 무작정 독일의 스키점프 훈련장에 간 에디는, 한때 촉망받던 선수였으나 인성 문제로 쫓겨난 미국인 피어리를 만난다. 그를 코치 삼아 연습을 시작한 에디는 가까스로 본선에 출전한다. 캘거리의 70m 점프대에서 세계기록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에도 자족하며 독수리 날갯짓을 선보이던 에디는 대중의 호감을 산다. 여기에 머물렀다면 에디는 진지한 스포츠 정신을 깎아먹는 광대처럼 보였을지 모른다.

에디는 한 번도 도전해본 적 없는 90m 점프대에 오른다. 어쩌면 목숨을 건 모험일 수도 있는 점프대에서 에디는 멋진 활강을 보여준다. 영화는 피어리나 당시 세계 챔피언 플라잉 핀과 에디가 나누는 대화로 스포츠 정신을 조명한다. 재능보다 포기하지 않는 열정이 더 소중하고, 경쟁이 아닌 도전을 목표로 삼아야 하며, 패배가 아니라 최선을 다하지 않음을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긴 여운을 남긴다.

도 첫 출전한 한국 대표팀의 스키점프 실화를 다룬 영화다. 1998년 나가노겨울올림픽 스키점프 단체전에 출전한 한국팀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겨울올림픽 유치에 도움이 되기 위해 스키점프팀이 급조된다. 사연이 있는 선수들을 모으고 훈련하는 과정이 코믹하면서도 극적으로 그려진다. 여기에 하늘을 나는 듯한 활강 장면이나 주제음악이 재미를 더한다.

영화는 ‘국가대표’의 의미를 이중으로 묻는다. 주인공은 어린 시절 미국으로 입양된 뒤 20년 만에 친모를 찾으러 한국에 온 선수다. 다른 선수들도 메달을 따면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다는 동인이 가장 크다. 이들에게 대한민국은 어떤 의미일까? 동메달 목전까지 갔다가 최하위로 미끄러진 선수들에게 코치는 “니들은 오늘 너희 인생을 대표해서 뛰었다”고 말한다. 이는 앞서 아들을 무시하던 아버지가 “니들 인생이나 대표하라”고 했던 말과 조응한다.

선수들 부모가 자식을 버렸거나 억압하는 것은 국가와 개인의 관계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국가는 이들을 쓰고 버리는가 하면, 병역으로 억압한다. 개인은 그런 부모-국가를 원망하거나 그리워하며, 때로는 존경한다. 락커룸 앞에서 해단식을 가질 때 애국가를 부르며 눈물짓는 것은 이러한 양가감정을 표현한 것이다.

는 2003년 겨울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여자 아이스하키팀을 그린다. 역시 겨울올림픽 유치를 위해 팀이 급조되는데, 아이스하키를 해본 선수는 탈북자 지원뿐이다. 쇼트트랙 선수였으나 승부 욕심에 다른 사람 경기마저 망쳐버린 채경, 피겨스케이팅 선수였으나 결혼이 목표인 가연, 필드하키 선수였으나 변변한 출전 경력도 없이 ‘아줌마’로 불리는 영자, 최연소 국가대표를 꿈꾸는 어른스러운 중학생 소현, 롤러스케이트 좀 타봤다는 협회 경리 미란. 이들이 홀대와 조롱을 견디며 훈련에 매진하는 장면이나 읍소까지 해가며 출전 기회를 얻는 장면은 익숙한 클리셰(판박이 장면)지만, 후반의 경기 장면은 아이스하키의 속도감과 격렬한 몸의 충돌을 박진감 있게 담는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승부보다 인간애, </font></font>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인물들 간의 정서다. 8년간 생사를 모르던 동생을 북한 대표선수로 마주한 지원은 잠시 흔들린다. 그러나 다시 경기에 몰입한다. “얼음 위에선 언니도 없고 동생도 없어. 인민대표가 그것도 모르네?” 하며 악착같이 경기를 펼치던 지원은 마지막 순간 동생을 안으며 벽에 부닥친다.

서로 다른 사연을 지닌 선수들이 땀내 나는 훈련을 통해 자매애를 쌓고, 앙금이 남은 지원 자매가 격렬한 경기 속에서 화해하며, 변절자라고 비난하던 북한 선수들이 지원에게 손 내미는 장면은 스포츠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승부가 아님을 일깨운다. 그것은 몸과 열정이 부딪히며 서로를 한 사람의 인간으로 느끼는 오롯한 공명이다. 국외입양인과 탈북자가 국가를 대표하는 아이러니 속에서, 진정으로 의미를 발하는 것은 국가가 아닌 개인이다. 부디 국가 간 경쟁에 가려지기 쉬운 존엄한 개인의 가치가 더 많이 발견되는 평창올림픽이 되기를 기원한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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