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에서 원만한 소통을 하기 위해 몇 가지 기본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 정당한 자기주장과 지나친 솔직함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인간관계를 고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다양하다. 하지만 대체로 한 가지 공통점을 보인다. “주변 눈치 보며 사는 것도 이젠 지쳤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하고 싶은 말 하면서 내 맘대로 당당하게 살고 싶다”는 것이다. 물론 대개는 “하지만 아마 난 평생 그렇게 살지 못할 거야. 뭐, 때때로 까칠하게 살 수 있겠지만 내 맘대로, 하고 싶은 말 다 하면서 살아갈 자신은 없는 거지. 평생의 희망사항이라면 또 모를까”라는 말이 뒤따른다. 그것은 나라고 다르지 않다. 다만 정당하게 자기주장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필요하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모두에게 통하는 방식은 없다</font></font>그런데 자기주장을 지나치게 솔직한 것과 혼동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 그들은 인간관계에서도 자신의 본성대로 모든 사람을 똑같이 대하는 것이 솔직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에게 때와 장소에 따라 옷을 갈아입듯 인간관계도 나를 100% 내보여도 되는 사람, 10%만 보여야 하는 사람, 아예 가면을 쓰고 만나야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그건 솔직한 게 아니라고 반발한다. 그러나 물도 그릇의 크기에 따라 담는 양이 달라지듯 인간관계도 만나는 대상마다 그 모습이 달라져야 한다.
예를 들어, 비밀을 지켜줄 것 같아서, 믿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모든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오히려 그것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저기 이야기를 퍼트려 결국 상대를 곤경에 처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그런 사람들을 만날 때와 진실하게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을 만날 때는 당연히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둘째, 인간관계도 훈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인간관계로 고민하는 사람들 가운데 “그런 건 처음부터 타고나는 것 아닌가요?”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 물론 친화력은 일정 부분 타고난다. 그러나 우린 모든 것을 훈련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우리가 연습하고 훈련하지 않는 것이 어디 있는가. 말하는 법, 걷는 법, 밥 먹는 법, 공부하는 법 등. 특히 공부하는 법에는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가. 인간관계에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를 흔히 본다. 그러다보니 힘들게 공부한 결과가 인간관계에서 잘못된 매너 하나로 엉망이 되기도 한다.
언젠가 갈라파고스에 사는 동식물의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그곳에는 갓 부화한 새가 많았다. 어미새는 새끼의 먹이를 구해 나르느라 정신없다. 그런데 새끼들이 어느 정도 자라자 어미들의 행동이 달라졌다. 먹이를 입에 넣어주는 것이 아니라 조금 떨어진 곳까지 새끼들이 날아와야 먹이를 주는 것이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상대에 따라 내 반응 조절하기</font></font>먹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날아야 하는 새끼들은 절박하게 날갯짓을 했다. 그 과정이 끝나자 새끼들은 본격적으로 날아가는 연습을 시작했다. 그 과정은 눈물겨웠다. 처음에는 조금밖에 날지 못하던 녀석들이 끈질긴 연습 끝에 하늘을, 낮은 자세지만 한 바퀴씩 돌기 시작한 것이다. 마침내 힘차게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그들의 날갯짓에는 자랑스러움과 당당함이 담겨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이 본성인 새들조차 처음에는 저토록 힘겨운 연습을 하는데, 하물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린 때때로 많은 것이 힘든 훈련 과정 없이 내 것이 되었으면 하고 꿈꾼다. 결코 그런 일은 없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인간관계의 시작은 내 생각을 상대에게 제대로 전달하고 상대의 반응에 따라 내 반응을 조절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하다. 인간관계에서 매너를 지키는 연습, 행여 나의 불안이나 분노 때문에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러다보면 서로 조금은 편안한 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셋째, 상대의 장점을 보려 노력해야 한다. 이것은 결심하고 일정한 훈련을 거쳐야 한다. 인간은 애초 부정적인 것을 먼저 인지하는 경향이 있다.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대부분 사람들을 만날 때 상대의 장점보다 단점을 먼저 본다.
정신의학자 융은 인류가 이 세상에 생겨난 이래 경험한 모든 것이 우리의 집단무의식에 자리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즉, 개인적 경험 외에 인류가 경험한 모든 것이 우리 뇌에 저장돼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아마 인류가 태어나서 처음 경험한 감정은 불안과 두려움이었을 것이다. 어디가 안전한지, 누가 자기 편인지, 어떤 것이 먹어도 되는 식물인지 독초인지, 어느 동물이 나를 공격할지 등등.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긴장하고 불안해하며 문제점을 먼저 살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부정적 성향이 인류의 집단무의식에 자리잡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 모른다. 그 때문에 오늘날 우리도 어쩔 수 없이 매사 좀더 부정적 시각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불안과 분노는 관계를 잠식한다</font></font>문제는 지나치게 부정적 생각에 빠져들수록 불안과 우울, 분노의 감정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러면 일차적으로 우리 뇌에서 지혜와 연관된 전두엽 기능이 떨어지고 매사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다. 즉, 불필요한 부정적 정서 때문에 뇌가 판단력을 상실하는 것이다. 불안하면 곧바로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온몸이 긴장되고 심장이 빨리 뛰는 신체적 불편함이 나타나 판단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인간관계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흐려진 판단력과 집중력이 원만한 소통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린 늘 문제와 더불어 살아간다. 공기에 100% 산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산화탄소, 질소, 먼지 등이 섞여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 몸 역시 실제로 병균과 함께 살아가지 않던가. 우리 몸에서 면역세포가 가장 많이 분포한 곳이 장이다. 그런데 장 청소를 잘못하면 오히려 면역세포마저 다 파괴돼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이 떨어지기도 한다. 그런 것처럼 평소 아무 문제가 없다면 우린 갑작스러운 위기가 닥쳤을 때 그것을 어떻게 돌파해야 할지 제대로 알 수 없다.
이는 적절한 스트레스가 주어질 때 우리의 잠재 능력이 오히려 더 잘 발휘된다는 이론과 일맥상통한다. 그런 시각으로 보면 위기가 닥쳤다고 해서 낙담하기보다 문제 자체를 인정하고 해법을 찾아나가려 노력할 수 있다.
주역의 지천태괘(地天泰卦)에서는 “평평하기만 하고 비탈지지 않은 땅은 없으며, 언제까지 앞으로 가기만 하고 돌아오지 않는 것은 없다”고 한다. 삶에서 언제까지 좋거나 언제까지 나쁘기만 한 일은 없다는 뜻이다. 나쁜 일이 생겼다고 지나치게 실망하거나 좋은 일이 생겼다고 환호할 필요는 없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일희일비하지 않는 평상심</font></font>이것은 인간관계에도 적용된다. 가능한 한 긍정적 마음으로 여유를 가지고 인간관계를 형성해나갈 때 누구나 좀더 원만한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다. 여유가 없고 늘 쫓기듯 불안한 기분일 때는 원하지 않아도 상대의 단점부터 보인다. 여유가 있으면 상대의 단점에는 너그러우면서 장점에 더 마음을 쓴다. 그런 마음가짐은 인간관계에 훨씬 더 좋은 영향을 미친다.
긍정적 사고를 통해 마음의 여유를 가지면 좋은 점은 또 있다. 인간관계 때문에 일희일비하지 않게 된다. 내가 바라는 대로 진행되지 않거나, 누가 뒤에서 내 험담을 해도 평상심을 덜 잃어버린다. 앞서 언급했듯 그런 일이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는다. 적절한 마음가짐으로 훈련해나갈 때 비로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인간관계를 해나가면 스트레스를 반으로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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