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출퇴근 이모님이 30개월 아이를 봐주십니다. 병원 검진, 몸살, 교회 일 등을 이유로 출퇴근 시간 조정과 휴가 등을 요구하셔서 친정엄마·시어머니가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지방에서 올라오십니다. 저녁엔 늘 힘들어하셔서 9월부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냅니다. 걸어서 15분 거리 어린이집이 멀다고 불평하시고, 첫 주 적응 기간에는 저보고 아이를 데려다주라고 하시네요. 이모님 요구 어디까지 들어드려야 하나요? 저도 퇴근하고 집에 오면 참 지치는데 말입니다.(감정노동 수원맘)
직장에서 일하랴 집에서는 감정노동 하랴 얼마나 힘드신가요? 저도 압니다. 알고 말고요. 그 감정노동이 얼마나 사람 피 말리게 하고 애를 태우게 만드는지요. 아이를 맡기는 엄마는 대리 양육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데, 일부 시터는 그런 점을 이용하지요.
제가 보기엔 님이 고용한 이모님의 요구는 지나칩니다. 노동의 대가로 적잖은 월급을 받고 계시는 분이 자꾸 힘들다고 하고, 개인적인 일로 지방에 있는 어르신들을 올라오게 하다니요? 하나를 보면 열을 압니다. 이런 분이 지속적으로 아이를 잘 돌봐주실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시터의 터무니없는 요구나 불평을 계속 받아주면 갈수록 요구가 늘어납니다. 처음부터 나의 기준을 넘어서는 요구를 하면 정확하게 선을 그어야 합니다. 내가 수용할 수 있는 것과 수용 불가능한 것을 이모님께 정확하게 알려드려야 합니다. 도가 지나치면 하루빨리 다른 분을 구하는 게 낫습니다. 대리 양육자와 아이 사이에 애착이 생기면 나중에 시터를 교체하기도 쉽지 않으니까요.
저는 8살, 6살 두 아이를 키우면서 8명의 이모를 경험했습니다. 산전수전 공중전 다 거쳤지요. 가장 황당했던 이모는 둘째 낳고 육아휴직 중에 함께 아이를 돌봤던 분인데요. 비자 문제로 한 달간 일을 하지 못해도 기다려주는 등 각종 배려를 해드렸더니 시간이 갈수록 몸이 아프다고 말하는 횟수가 늘더군요. 어느 날은 부부싸움을 한 뒤 펑펑 울며 제게 갱년기 증상을 호소하시고요. 밤중 수유와 산후 우울감에 힘들었던 저는 주객전도가 된 상황이 너무 힘들어 다른 분을 구해야 했지요. 어떤 이모들은 서울 강남·목동 등지의 월급과 명절 선물 등을 들먹이는가 하면, 갑자기 주 5일 근무를 하고 싶다거나 운동할 시간이 없다고 불평하기도 했어요.
다양한 사람들을 겪으면서 저도 그만큼 ‘사람 보는 눈’이 생겼습니다. 최근에는 저와 마음이 잘 맞는 이모들을 만나 잘 지냈습니다. 숱한 만남과 이별 속에서 깨달은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시간 약속을 잘 지키고 자신의 건강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 아이도 잘 돌본다는 사실입니다. 약속 시간에 늦거나 연락 없이 늦는 분은 책임감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 감기에 자주 걸리거나 자꾸 아프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은 결국 건강상의 이유로 일을 그만뒀습니다. 이런 점을 유의해서 시터를 고용하세요. 둘째, 엄마와 시터의 궁합은 아이와 시터의 궁합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아무리 아이가 좋아해도 엄마가 시터에게 신뢰가 생기지 않는다면 그 관계는 오래갈 수 없습니다. 시터가 무리한 요구를 한다면 단호하게 그 관계를 끊고 새로운 분을 찾아나서세요. 한쪽 문이 닫히면, 새로운 문은 반드시 열리더군요. 걱정 마요, 워킹맘!
양선아 스페셜콘텐츠팀 기자 *여러분, 워킹맘 양 기자와 육아 고민 나누세요. 전자우편(anmadang@hani.co.kr)으로 고민 상담하시면 됩니다. 이 글은 육아 웹진 ‘베이비트리’(http://babytree.hani.co.kr)에도 동시 게재됩니다.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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