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은 있지만 스승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단순히 교과서에 나오는 지식을 가르치는 사람은 있지만 학생들에게 삶의 지혜를 깨우쳐주는 이가 드물다는 뜻이다. 인성보다는 입시 위주의 교육을 꼬집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황폐한 교육의 땅에도 ‘학교 밖’과 ‘학교 안’에 참스승이 있다고 외치는 책이 있다. (교육공동체 벗 펴냄)와 (양철북 펴냄)가 그것.
세상을 인간다운 학교로
는 학교를 떠나 세상이라는 더 큰 학교 속으로 성큼 들어간 교사들 이야기다. 그들은 “세상을 인간다운 ‘학교’로, 자유·평등·평화의 터전으로 바꾸고자 자신부터 혁명하는” 이들이다.
학교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숲속학교 치유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이 자존감을 회복하는 모습을 본 이인식씨는 자연 속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자랄 수 있는 교육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33년간 몸담은 교직을 떠나 마음에 품었던 교육을 펼칠 수 있는, 경남 창녕 우포늪 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다. 이곳에서 어린이 생태캠프를 진행하며 생명의 가치와 환경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장을 열고 있다. 우포늪이 그가 만드는 학교가 된 것이다.
제도권 밖으로 나온 또 다른 ‘세상의 교사’. “돈 엄청 밝히는 교장에 맞서 수업 거부까지 했다”던 임은혜씨는 학교에서 더 이상 싸움닭으로 살고 싶지 않아 10년간의 초등 교사 생활을 접고 경북 청송의 폐교에 둥지를 튼 나무닭움직임연구소의 연구원이자 연극기획자가 됐다. 문화생활의 혜택을 받지 못했던, 자신이 가르쳤던 아이들을 위해 우둥불공연예술놀이터도 마련했다. 그것이 작은 씨앗이 돼 알찬 열매도 맺고 있다. “우둥불공연을 보던 아이들이 커서 대학생이 됐어요. 그 학생들이 앞으로 문화기획자가 되어 우둥불을 확장한 풀뿌리 공연예술 축제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더라고요.”
입시와 경쟁 위주의 제도권 교육과는 다른 ‘대안’을 만드는 이들도 곳곳에 있다. 더불어 함께 사는 법을 가르치고 서로를 이해하고 북돋아주는 참교육을 펼치기 위해 공동육아협동조합부터 초·중등 대안학교까지 학부모들과 마을학교와 마을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불이학교 이철국 교장, 대안학교 코디네이터를 자처하며 대안학교를 설계하는 심수환씨 등이 그들이다.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사제지간의 정도 사라져가는 요즘, 제자들에 대한 사랑과 믿음으로 교육자의 길을 걸어온 이상석 교사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2000년대 중반 부산 경남공고에 재직할 때 쓴 글을 모은 를 보면 그의 따뜻한 교육철학을 엿볼 수 있다. 그는 “돈 드는 일을 한다”고 눈치를 주는 교장의 잔소리 따윈 아랑곳없이 학급 아이들의 집을 일일이 찾아간다. 취업을 나가는 제자에게는 “기계같이 살지 말라. 네 나름대로 한 가지 할 일은 따로 잡아라. 특히 인생의 진로를 다시 생각할 때 선생님한테 꼭 연락해라”며 당부의 말도 잊지 않는다. 아이들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도 함께 한다. 삶의 주인이 되려면 자기 주체를 바로 세워야 하고, 주체를 세우려면 글쓰기가 가장 알맞고 소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두 권의 책 속에 담긴 참교육의 길을 걷는 이들. 다가오는 스승의 날을 맞아, ‘참스승’이 그리운 이들에게 소개하고 싶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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