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본주의화와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여 세계 최대의 공장이자 세계 최대의 시 장, 나아가 세계 최대의 대국으로 발돋움해가는 것을 보 면서 어떤 걱정과 두려움도 느끼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 일 것이다.”
눈 밝은 이들이 이처럼 중국에 대한 두려움을 이야기 할 때, 한쪽에선 영화 의 이미지처럼 중국을 여전 히 낙후하고 비위생적인 저개발 국가의 한 표상으로 여 기는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이웃한 우리만 중국을 모르 고 있는 것도 같다.
대하소설 으로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비극을 예리하게 그려낸 작가 조정래가 중국 을 주제로 한 장편소설 (해냄 펴냄)를 구상한 이유도 여기서 멀지 않아 보인다. 작가는 “중국이 강대해 지는 것은 21세기의 전 지구적인 문제인 동시에 수천 년 동안 국경을 맞대온 우리 한반도와 직결된 문제”라며 “오 늘을 이루어내는 동안 중국인들이 겪은 삶의 애환과 고 달픔을 두루 엮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는 세계경제의 중심이 되어 주요 2개국(G2)으로 발돋움한 중국의 역동적 변화 속에서 한국·중국·일본·미국·프 랑스 등 다섯 나라 비즈니스맨들이 벌이는 숨 막힐 듯한 경제전쟁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성공을 좇 는 이들의 욕망과 암투가 중국식 자본주의를 배경으로 다종다양하게 펼쳐진다.
신입사원 때부터 중국으로 발령받은 종합상사 부장 전대광은 우연한 기회에 중국 내 인맥을 뜻하는 ‘콴시’(關係)를 얻어 승승장구한다. 거대 권력을 소유한 세관원인 샹신원은 전대광에게 한국의 실력 있는 성형외과 의사 를 스카우트해달라고 의뢰한다. 이에 전대광은 의료사고 로 수억원의 배상금을 물고 재기를 노리고 있던 서하원 을 상하이로 데려온다. 서하원은 급성장하는 중국 성형 시장에서 새롭게 일어서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고, 그 덕 분에 샹신원과 전대광의 콴시는 더욱 돈독해진다.
베이징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는 20대 청년 송재형은 동아리 활동 중 뒤늦게 역사학의 매력에 눈을 뜬다. 수 재들이 모였다는 베이징대에서조차 마오쩌둥에 대한 신 화화가 지속되는 상황을 목도한 재형은 중국 지식인들 이 갖고 있는 당에 대한 맹목적 믿음의 이면을 경험한다.
한편 건설업이 호황인 중국 경제계에 골드그룹이라는 건설회사가 진출하고 미모의 젊은 여회장 왕링링은 비즈 니스맨들 사이에 비상한 관심을 집중시킨다. 베일에 가 려진 골드그룹이 건설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이자 이에 필 요한 철강의 수주 건을 따내기 위해 일본과 한국, 독일 의 철강업체가 각축전을 벌이게 된다.
화려한 마천루에 가려진 중국의 어두운 현실을 그린 소설은 개발이 빚어낸 공해 문제, 중국의 ‘런타이둬’(사 람이 많다) 인명 경시의 세태, 먹고살기 위해 고향을 뒤 로하고 대도시의 빈민으로 전락한 저소득 농민공들의 모습 등을 통해 과속 성장의 폐해를 드러내며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곱씹게 한다. 여기에 더해 소설은, 거대 비즈 니스를 둘러싸고 경쟁하는 한국와 일본의 비즈니스맨들 이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과거사 문제와 그 저변에 흐르 는 미묘한 감정까지 예민하게 포착하고 있다.
중국을 알아야 한다작가 조정래의 는 우리에게 “중국을 알아 야 한다는 것. 중국을 하나의 주요한 상수로 두지 않고 는 향후 아시아는 물론 세계의 미래에 관한 어떠한 전망 도 공허해질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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