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기록이었으면 좋겠어요.”
2022년 봄,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가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에 그동안의 활동을 정리해 기록해달라고 제안했다. 가족들은 ‘솔직한 기록’을 원했다. 참사 진상 규명과 안전 사회를 위한 노력을 포장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 유해정 센터장은 2024년 3월11일 센터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사회적 재난 참사 10년을 추적하는 한국 최초의 작업이며, 단 하나의 집단이 아니라 서로 다른 결로 참사를 겪어온 분들이 분투한 과정을 기록한 책”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520번의 금요일>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각각 온다프레스 펴냄)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나온 두 권의 기록집이다. <520번…>은 작가들이 2022년 봄부터 2년 동안 단원고 피해자 가족 62명과 시민 55명을 148회 인터뷰하고 관련 기록을 종합한 ‘세월호 10년 총결산’이다. <봄을…>은 어른이 된 생존자 9명, 희생자 형제자매 6명, 시민 연대자 2명의 이야기를 함께 묶었다.
3월11일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가족과 생존자들은 높은 산을 수없이 넘고 깊은 강을 수없이 건넌 전사의 모습처럼 우뚝해 보였다. 머릿속으로 ‘그날’을 숱하게 재구성해본 사람이 그렇듯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한국 사회가 좀더 일상의 재난과 안전 시스템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피해자들에게 ‘전사’나 ‘담담한 모습’만을 허용하는 사회적 편견이 어려움을 더했다고 그들은 말했다.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을 듣고 희생된 아이들의 가족을 향해 사회는 또다시 ‘가만히 있으라’고 강요했다. ‘피해자다움’을 주제로 한 사진전에 참여했던 박보나(성호 누나)씨는 “피해자라면 이래야 한다는 편견과 억압 때문에 힘들었고 우리 사회가 얼마나 견고한지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520번…>은 가족 간의 갈등, 조직 활동의 어려움 등도 함께 담았다. 상준 엄마 강지은씨는 “가족들의 편이 갈라지게 된 아픈 측면이 있어서 예민한 이야기는 쓰지 말자고 했지만, 왜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기록하면 다른 재난 참사 피해자들이 참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봄을…>에는 2014년 4월16일의 ‘어린 피해자들’ 이야기를 담았다. 첫 이야기는 이태원역 1번 출구 추모글에서 시작한다. “8년 전 세월호로 친구를 잃으면서 그게 마지막 눈물인 줄 알았는데 친구들을 또 잃었다. 누군가를 잃는 것이 정말 이번이 마지막이길.” 이호연 작가는 “생애주기에서 변화와 이동이 많은 20대로서 이들이 어떤 시간을 통과해왔는지 담으려 했다”고 말했다.
참사 이후 주변에서 서성이던 청년들은 “저도 말해도 되나요?”라고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그날’ 수학여행을 가지 않았다며 ‘수학여행 잔류자’로 분류된 아이들은 마음이 아파도 표현하지 못했다. 의료 지원도 빨리 끊겼고 스스로도 ‘나는 피해자가 아니구나’ 생각했다. 박지연 작가는 “세월호 참사 속에서 피해를 다른 학생의 것과 구분하고, 규정하는 질문이 그를 고립시켰고 고립은 죄책감을 불러왔다”고 책에 적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이렇게 숙제가 많이 남을 줄은 작가들도, 가족들도 몰랐다고 했다. 4.16생명안전공원도 아직 만들어지지 못했다. 남지현 언니 서현씨는 말했다. “지난 10년의 시간은 우리 청년들의 삶을 관통했다. 배보상을 중심으로 한 비난, 가짜뉴스, 견딜 수 없는 악플이 있었다. 스스로 배우고 학습하려 했다. 아직도 일상을 살면서 죄책감, 엄청난 내면의 싸움이 있다. 제대로 된 기록과 기억이 있어야만 용서와 화해도 가능하고 재발 방지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유진 선임기자 frog@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속보] “계엄 선포 무효”…국회,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 가결
이성 잃은 비상계엄, 국민에 대한 반역이다 [사설]
국힘 의원들도 격앙…“추경호, 국회 못 가게 당사 오라고 문자”
박안수 계엄사령관, ‘충암파’는 아냐…적법 절차 안 거치고 임명돼
국회 의결로 계엄 해제…‘국회 봉쇄’ ‘의원 출입 금지’는 내란죄
[속보] 윤 대통령 “비상 계엄 선포”
‘괴담’서 ‘현실’ 된 비상계엄…대통령경호법 시행령 개정이 시작
“윤 대통령, 탄핵으로 들어갔다”…법조계도 계엄 선포에 분노
전시·사변 아닌데 계엄 선포…국회 재적 과반 요구 땐 해제해야
[속보] 이재명 “국민들 국회로 와달라…의원 체포 가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