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공통전염병을 소재로 한 정유정 작가의 은 출간과 함께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가파른 상승세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6월26일 서울 용산구의 커피숍에서 만난 소설가 정유정씨는 “과연 독자가 좋아해줄까 좀 불안했다”며 수줍어했다.김명진
“개에게 인간은 곧 세계였다.”
을 쓴 작가 정유정(47)씨 의 새 작품 에는 이런 대목이 등장한다. 개와 인간, 그리고 이들의 경계에 서 있는 늑대개를 소재로 써내려 간 그의 새 책에는 사람과 개 모두에게 전염되는 ‘인수공 통전염병’이 세 가지 소재를 관통한다. 이야기의 뼈대는 서울 북쪽의 가상 도시 ‘화양’(華陽)에 퍼진 전염병이다. 개와 사람의 눈을 빨갛게 만든 뒤 피를 토하며 죽게 만드 는 치명적인 전염병이 돌자 정부는 도시를 봉쇄하고, 극 단적 상황에 내몰린 등장인물들은 인간성의 민낯을 보 여준다.
독특한 소재만큼이나 은 출간과 함께 베스트셀러 에 오르는 등 가파른 상승세로 주목받고 있다. 간호사, 소 방관, 수의사, 기자 등 주인공 6명의 시선을 통해 가파른 전개를 이어가는 구성도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 지난 6월 26일 만난 정 작가는 “이 책이 재난소설로 불렸으면 좋겠 다”고 말했다. “소록도에서 한센병을 앓던 이들의 다큐멘 터리와 구제역 살처분 뉴스를 보면서 소설의 모티브를 생 각해냈어요.” 실제로 그는 하룻밤 사이에 의 뼈대를 완성했다. 그는 “동물이 화를 당하면 인간도 당하는 것이 며, 나만 살겠다는 건 결국 공멸을 의미한다”며 “궁극적 으로는 구원의 이야기를 펼쳐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수공통전염병을 소재로 쓴 건, 그의 전 직장 덕이 크다. 오랜 간호사 생활을 한 그는 등단 10년차 늦깎이 작가다.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때, 그가 살던 광주의 한 병원에는 이동식 컨테이너가 등장했다. 병상이 모자라 환자 수백 명이 컨테이너에 줄지어 누워 있던 모습은 소 설 속 한 장면이 됐다. “사실 이번 소설은 간호사 출신이 라서 아이디어를 얻은 게 많아요. 기자로 등장하는 김윤 주라는 인물은 제 성격을, 간호사인 김수진은 제 개인사 를 반영한 인물이죠.”
미국의 추리작가 스티븐 킹을 ‘롤모델’로 삼고 있는 그 는 치밀한 구성에 신경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설 속 화양은 경기도 의정부를 변형한 공간이다. 그는 소설을 쓰기 전 스케치북에 화양의 모습을 여러 차례 그려가며 만들었다. “우선 공간을 만들어두고, 그 상황에 맞는 인 물을 집어넣어요.” 개썰매의 세계, 개 행동학 등 전문 영 역의 내용도 등장한다. “책을 쓰기 전에 석 달 정도 이론 공부를 했어요. 개와 관련한 전문서적을 보다가 개와 인 간의 특징을 모두 담고 있는 늑대개 ‘링고’를 만들 수 있 었죠.” 생생한 동물 묘사는 그의 성장 배경과도 관련이 깊다. “14살 때까지 전남 함평에서 자랐는데, 개·고양이· 칠면조·닭 등 동물에 둘러싸여 자랐죠.” 두 고양이와 함 께 글을 쓰는 그는 10년째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캣 맘’이다. “작가보다는 소설가로, 소설가보다는 훌륭한 이 야기꾼으로 불렸으면 좋겠어요.”
그는 전염병으로 봉쇄된 화양을 표현하면서, 광주항 쟁의 사건일지를 가져와 참조했다. “정부가 군대를 움직 였던 현대사의 한 부분이에요. 제가 살고 있는 도시이기 도 하고요. 어릴 때 어렴풋하게 조각난 기억을 맞췄어요. 소수의 희생을 당연히 여기고 희생자들의 이야기에 귀 를 막고 잊어라 하죠. 이런 희생을 당연히 생각하면 안 되죠. 배려, 이해할 수 있어야 하죠.” 잔혹한 이야기를 담 은 새 작품을 내놓으면서 “과연 독자가 좋아해줄까 좀 불안했다”며 “잔혹함 속에 숨겨둔 메시지에 주목해달라” 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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