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에 갓 들어온 수습기자들은 예외 없이 놀라운 존재 전환을 경험하게 된다. 지적 능력이 급격히 추락하는 것이다. 기사랍시고 ‘숨진 아무개씨에 따르면, 흉기에 찔려 응급 수술을 받았으나 곧 숨졌다고 한다’ 같은 초자연적인 문장을 버젓이 써놓는가 하면, 그러고도 무엇이 잘못됐는지조차 모른다. 처음부터 그런 유전자가 있는 사람들만 골라 뽑은 게 아닌 다음에야, 원인은 오롯이 언론사 내부에 있을 것이다.
선명한 존재에게서 나오는 선명한 웃음
964호 출판
언론의 문법은 살아 있는 사람의 말, 그리고 숨진 사람이 살아서 했던 말만 따서 옮길 수 있다. 한편 언론은 보이는 사람을 선호한다. 힘이 세거나 한창 뜨고 있는 사람을 주로 다룬다는 얘기다. 여기서 ‘숨진 사람’과 ‘보이지 않는 사람’은 상동적 관계 위에 놓인다. 주류 언론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마치 ‘숨진 사람’ 취급하는 까닭이다.
‘투명인간’은 보이지 않는 사람이다. 사람 매거진 이 6월호에서 이들을 특집으로 다뤘다. 에 투명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투명해서 보이지 않는 인간이 아니라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인간이다. 누구나 천부의 ‘근수’를 달고 세상에 나온 존재라는 근대적 믿음은 그들 앞에서 멈춰선다. 계층이나 계급 혹은 신분·직업 등으로 표시될 뿐 개별적 존재감은 삭제되어 있다. 투명인간은 태어나지 않고, 다만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다.”(전문)
가장 먼저 어느 성매매 여성이 등장한다. 그녀는 10대 때 성폭행을 당한 뒤 방황하다 ‘룸살롱 알바’의 길로 들어선다. 무용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등록금을 벌 요량이었으나, 남자친구의 카드빚으로 돈을 날리고 집결지로 흘러든다. 투명한 쇼윈도 안에서 존재를 가리고 살면서 탈출을 꿈꾸지만 번번이 가진 것을 빼앗긴다. 건강마저 잃고 나서야 탈성매매 여성 공동체 ‘막달레나의 집’을 찾은 그녀는, 이제 선명한 존재에게서 나오는 선명한 웃음을 짓는다.
이어 타인의 글을 대필해서 먹고사는 어느 등단 시인, 드라마 의 고 과장처럼 존재감을 잃어가는 한 다국적기업 영업맨, 한집에 살면서도 서로 보이지 않는 척 입을 굳게 닫고 지내는 아버지와 딸, 남자 화장실에서 우렁각시처럼 숨어 일하는 여성 청소노동자가 잇따라 호명된다. 은 이들 각각에게 ‘유령’ ‘불멸’ ‘단절’ ‘무시’라는 어둡지만 고유한 이름을 하나하나 붙여가며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이들의 존재 양식을 꼼꼼히 그린다.
투명인간과 호모사케르라는 개념
투명인간에 대한 인문학적·시적 접근도 시도된다. 인문학자 정정훈은 이들 투명인간과 조르조 아감벤의 호모사케르 개념을 비교해가며, 사회적 존재로서 삶의 의미를 박탈당했다는 점에서 둘의 유사성을 설명한다. 작가 은유는 ‘투명인간’이라는 시를 지은 의 시인 권혁웅을 인터뷰하고, 대문자 역사의 시대였던 1980년대에 투명인간이 어떻게 소문자 역사를 구성하는 숨어 있는 존재들이었는지를 시인의 시와 함께 유려한 글로 살뜰하게 풀어간다.
6월호 특집은 전체적으로 투명인간의 존재 복원 프로젝트로 읽힌다. 소재의 넓이, 내용의 깊이와 재미로도 그렇거니와, 주류 언론이 다루지 않는 보이지 않는 존재들에 대한 색다른 저널리즘적 집중 탐구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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