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경제학은 300년 동안 우리를 속여왔다. 인간은 이기적이지 않고, 시장은 효율적이지 않다.”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새사연) 원장과 이수연 새사연 연구원이 함께 펴낸 (레디앙 펴냄)은, 애덤 스미스 이후 교의가 돼버린 주류경제학의 기본 전제에 대한 이같은 비판으로 시작한다.
‘시장경제 유일사상’ 극복해야
인간의 이기심과 이를 바탕으로 한 경제적·합리적 선택이 사회적 공리를 증진시킨다는 경제학 원론의 주장에 대해 저자들은, 행동경제학의 최근 이론적 성과를 바탕으로 인간의 본성이 이기적인 것만이 아니라 오히려 협동적이었다는 점을 밝혀낸다. 또한 인간의 무한 이기주의적 경쟁을 독려하고,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자 진실인 양 말해온 것은 자본주의 역사 300년 동안에만 해당되는 것이라며 이는 결국 인류 역사에서 오히려 예외적인 상태를 일반화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에 비해 ‘시장의 효율성’이라는 신화는 보편적 상태가 특수화한 경우다. 기존 경제학에서도 인정하는 시장 실패는 단지 시장경제의 예외적 상황이 아니라 자본주의 경제의 필연적 결과라는 것이다. 고로 저자들은 시장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작동한다는 주장 역시 제한적 범위 안에서 인정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저자들은 ‘경제학 제국주의 시대’와 ‘시장경제 유일사상’을 모두 극복해야 하고, 시장경제와 함께 사회적 경제, 공공경제, 생태경제의 네 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4박자 경제학’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사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사태 이후, 30여 년 동안 맹위를 떨쳤던 신자유주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이 잇따라 제출됐다. 신자유주의가 민주주의의 반대편에 서서 사적 거대자본, 특히 금융자본의 절대적 자유만 강조한 채 일체의 공공성을 부인하는 가장 폭력적 형태의 자본주의였다는 점에서, 사망선고를 받았던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을 비롯해 다양한 비판경제학이 재조명을 받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재미 경제학자 신희영 박사의 (이매진 펴냄)은 그 흐름 속에 있는 책이다. 신 박사는 미국발 경제위기의 전개 과정을 구체적으로 추적하는 동시에 리스트, 마르크스, 케인스, 민스키와 칼레츠키의 논의를 소개하면서 주류경제학이 만든 지금의 경제위기에 ‘비판경제학’이 어떤 함의를 지닐 수 있는지 짚어본다. 특히 일반적 통념과는 다르게 월가의 금융위기가 2008년이 아니라 빌 클린턴 정부 시절인 2006년에 시작됐다고 주장하면서, 그 뒤 5단계를 거치며 위기가 어떻게 확산됐는지, 나아가 이런 위기가 어떻게 유로존의 위기로 발전하는지 잘 보여주는 것은 이 책의 장점이다.
먼저 세계를 제대로 해석하라
세계적 차원의 위기 국면에서 한국 경제는 과연 제대로 버텨낼 수 있을까? 세계경제 위기의 파고 속에서 ‘경제민주화’를 실현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이에 대해 묻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지배적 사회 현실과 구조 안에 어떤 문제가 숨어 있는지 생각해보자고 제안한다. 그 문제를 자각하는 일이 다음 단계를 생각하게 하는 단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경제위기라는 현실을 통해 경제학을 다시 바라보고, 비판경제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현실경제를 바라볼 때 비로소 가능한 작업이라고 말한다.
결국 지배적인 주류경제학에 맞서 전복적인 비주류경제학을 권하는 두 책의 결론은, 세계를 제대로 변혁하기 위해 먼저 세계를 제대로 해석하라는 것이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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