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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와 대통합이라는 미몽

민영화의 폐해 비판하며 야권 대통합의 동상이몽 일깨우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12월호
등록 2011-12-16 12:32 수정 2020-05-03 04:26

몰랐다. 그저, 그런가 보다 했다. 세계적으로 잘나간다는 인천공항을 팔아넘긴다고 했을 때도, ‘대체, 쟤들은 왜 저런다니?’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러곤… 미안하다, 잊어버렸다. 솔직히, 인천공항 몇 년째 갈 일도 없었다. 그래서 물었다. 인천광역시 중구 공항로 272번지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전화를 걸었다. “대체 어떻기에 이러는 거요?”

민영화, 시민들 공유재산 몫 빼앗는 것

대답은 간단했다. 수치가 웅변했다. “운항 21만5천 회, 여객 3347만 명, 화물 268만t, 환승객 529만 명, 매출 1조3천억원, 순익 3200억원….” 지난 12월2일 미국 여행전문지 가 주는 ‘세계최고공항상’을 6년 연속 받은 것도 이유가 있었던 게다. 그러니 궁금해진다. 이런 빛나는 성과를 내고도 ‘민영화’ 얘기가 나오는 이유가 뭘까? 인천공항공사 쪽은, 글쎄, 지나치게 진지하시다. 이렇게 말씀하신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당·정·청의 협의 결과를 존중하고, 그 결과를 이행할 것이다.”

정부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로선, 달리 답변할 방도가 없을 게다. 근데, 이대로 둘 일이 아닌 듯하다. 우고 마테이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 법대 교수가 (이하 ) 12월호에 쓴 ‘공유지의 비극, 희극으로 바꾸려면’을 보고 나면 더욱 그렇다.

“모든 민영화 사업은, 모든 시민에게서 공유재산에 대한 그들의 몫을 빼앗는 것이다. …자유주의 헌법의 전통은 사유재산 수용에 대한 보상금 지급 제도를 제정해 국가로부터 사유재산을 보호하지만, 신자유주의 국가가 공동체의 재산을 민간에 양도할 때는 이를 보호할 수 있는 어떤 법률 조항, 아니 헌법 조항도 없다.”

‘그러게…’, 다시 고백할밖에. 몰랐다. 골프장 따위가 ‘공공의 필요’에 따른 ‘체육시설’로, 버젓이 민간이 소유한 토지까지 도시계획으로 묶어 ‘수용’할 수 있는 세상이었다는 점에 신경 쓰지 않았다. 지난 6월 말 헌법재판소가 “그렇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기 전까지 말이다. 그러니 옳다. 마테이 교수는, 조금 복잡하지만, 이렇게 주장한다. “모든 공유재산을 사유재산뿐 아니라 공공재산에 대한 대안으로서 법률적 독립성을 갖춘 범주로 분류하는 이론적 구상을 발전시키고, 여기에 전투적 방어 능력을 갖춰줘야 한다.”

12월호가 ‘특집’으로 준비한 ‘좌파 정치, 거시와 미시’는 이른바 ‘안철수 바람’이 불기 시작한 지난가을 이래 머리를 갑갑하게 만든 주제다. 를 쓴 김민하는 “개혁정부로부터 대중의 마음이 떠나고, 그것이 더욱 커다란 ‘정치 바깥’을 향한 열망으로 표현되었을 때, 책임질 수 있는 정치세력”이 누구인지를 물었다. 해답은 각자의 것이겠지만, 적어도 “야권 대통합이라는 동상이몽에서 깨어나라”는 김민하의 주장은 흘려듣기 어렵다.

긴축 강요하다 불황의 함정에 빠지다

1993년 11월1일 마스트리히트 조약 발효와 함께 ‘한 나라’가 된 유럽연합(EU)이 경제위기 속에 겪고 있는 혼란의 배후를 추적한 경제학자 프레데리크 로르동의 기사도 눈길을 끌 만하다. 로르동은 “긴축만 강요하다 불황이라는 자기 함정에 빠진 금융시장을 두고, 유로존 정상회의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타개할 어떤 대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세대를 이어 자연과 조화를 이뤄 살고 있는 토착민의 삶을, 국제사회가 ‘기후변화 대응책’이란 명분으로 유린한 과정을 추적한 멕시코 언론인 안네 비그나의 고발도 놓쳐선 안 되는 기사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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