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02-325-6364) 펴냄, 각 권 1만4천원
‘화수분.’ 재물을 넣어두면 끝없이 새끼를 치면서 늘어난다는 전설의 항아리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신작을 내놓을 때마다 이 낱말이 떠오른다.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영역을 넘나들고 아우르며, 온갖 콘텐츠를 쉼없이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완간한 이 18권이다. 그리고 2년 만인 2008년 완간한 이 또 10권이었다. 이쯤되면 ‘다작’이란 표현조차 무색해 보인다.
강 교수가 다시 ‘산책’에 나섰다. 새로운 ‘산책로’는 미국사다. 모두 15권 분량으로 써낼 계획이라는데, 신대륙 이주와 독립전쟁으로 요약되는 미국의 건국 시기부터 1930년대 ‘재즈시대’까지를 다룬 5권이 1차분으로 출간됐다. 완간되면 국내에서 나온 미국사 서적 가운데 가장 방대하다는 평가를 받게 될 터다.
강 교수는 머리말에서 을 ‘비빔밥’에 비유했는데, 책의 목차와 참고문헌을 훑어보면 그 이유가 분명해진다. 거시사와 미시사, 사회사와 일상사, 정치사와 지정사, 우파와 좌파의 시각을 촘촘히 들여다보고 갈무리해 엮어냈다. 그야말로 ‘종횡무진’이다. 굳이 핵심을 뽑아내자면, 미국인의 의식 속에 깊숙이 뿌리내린 ‘자아관’ 또는 ‘세계관’이 아닐까 싶다.
‘선민의식’은 유대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미국인들도 스스로를 ‘예외’로 여기고 있다. 이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이다. 19세기 중반 등장한 이 표현은 이내 팽창주의자들의 ‘거룩한 슬로건’이 됐다. ‘패권적 일방주의’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강 교수는 이렇게 썼다.
“똑같은 일을 해도 다른 나라가 아닌 미국이 하게 되면 다른 의미를 가지기 마련이다. 그게 바로 힘의 원리다. 이에 대한 깨달음과 그에 따른 역지사지의 결여가 미국인들의 가장 큰 약점이다. 인간의 일을 신의 뜻으로만 돌리려 드니, 다른 나라 사람들과 어찌 소통이 매끄러울 수 있겠는가.”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허문영 지음, 도서출판 강(02-325-9566) 펴냄, 2만원
전 편집장,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를 지내고 현재 시네마테크 부산 원장으로 있는 허문영의 첫 평론집이다. 영화 비평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199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의 글을 망라하고 있다. 홍상수, 이창동, 봉준호, 이만희, 지아장커, 클린트 이스트우드 등 그가 사랑한 감독에 대한 차가운 감독론과 질문을 불러일으키는 논란의 영화에 대한 비평이 488페이지를 채운다.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은행나무(02-3143-0651) 펴냄, 1만2천원
‘철학하는 분자생물학자’ 후쿠오카 신이치가 들려주는 ‘살아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제목 ‘동적평형’은 ‘움직이는 평형상태’라는 말이다. 음식물을 섭취하고 분해된 음식물에서 몸을 구성하는 분자가 만들어지고 옛날의 분자는 새로운 것으로 대체되면서, 생명체는 끊임없이 움직이면서도 자기 항상성을 유지한다. 생명체는 외부와의 교류에서도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생명체 유지를 위해 자연이 묵직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데이비드 헬드 지음, 박찬표 옮김, 후마니타스(02-739-9929) 펴냄, 2만5천원
민주주의론에 대한 고전 격의 입문서. 2006년 개정판을 완역했다. 아테네의 고전적 민주주의, 적극적 시민을 가정한 공화주의는 20세기 이후 자본과 국가에 의해 변형을 겪는다. 경쟁적 엘리트주의, 소비에트 공산주의 등과 함께 정치적 이상의 양극화가 나타난다. 집합적인 의사 결정 과정에 주목하는 숙의 민주주의, 일국적 단위를 넘어서는 새로운 민주주의 형태까지 다루고 있다.
던컨 그린 지음, 주성수 옮김, 이매진(02-3141-1917) 펴냄, 2만원
제3세계 구호단체 옥스팸의 수석 연구원이 쓴 세계의 빈곤과 불평등을 해결하는 방법. 그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아마르티아 센의 “빈곤은 소득의 문제가 아니라 자유의 부재 상태”라는 말을 빌려 굶주리는 이유를 설명한다. 해결책도 여기에 있다. 빈곤한 사람들을 옥죄는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면 된다. 국가 기구에 의해 견인되는 발전이 효과성을 갖추려면 능동적 시민이 존재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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