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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보이지 않는 사람들〉외

등록 2009-12-31 11:43 수정 2020-05-03 04:25
〈보이지 않는 사람들〉

〈보이지 않는 사람들〉

<font color="#638F03">
박영희 지음, 우리교육(02-3142-6770) 펴냄, 1만3천원</font>

서울시 동작구 흑석동 재개발 구역에는 ‘선거철만 구민이더냐’는 현수막이 나부낀다. 재개발 구역을 아직 지키고 있는 이들은 ‘지금 아는 것을 그때 알고 있었다면’ 하고 후회한다. 최영국씨는 말한다. “우리나라 재개발 지역의 60% 이상 가옥주 연령이 50대 이상이에요. 그리고 이건 동네 어른들의 입을 통해 직접 들은 이야깁니다만, 그분들의 이구동성은 개발동의서에 도장을 찍기 전에 입주할 아파트의 추가 부담금과 20%만 입주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미리 알려주었다면 절대 찬성하지 않았을 거라는 겁니다.” 서명을 하기 전 정보는 차단되어 있었고, 정보를 알려달라 찾아간 조합은 귀찮은 표정만 지었다.

‘제때 알고’ 권리를 찾아나선다 한들 용역깡패들의 폭력에 시달리기만 한다. 서울 왕십리에서 10년 넘게 세입자로 살아온 이은정씨는 말한다. “법적으로는 세입자들에게 임대아파트 입주 자격과 주거이전비, 그리고 개발 기간에 머물 수 있는 가이주단지 등을 제공해주어야 해요. 그런데 지금까지 가이주단지를 실제로 마련해준 예는 없다고 하대요. 그렇지만 엄연히 법이 존재하는 만큼 저희는 이걸 얻어내기 위해 싸우고 있어요.” 그런데 돌아오는 것은 갑자기 상주하기 시작한 건장한 청년들의 협박이다. 세입자를 위한 임대아파트는 17%만 지어지고, 개발 전 소규모 주택은 개발 뒤 중대형 아파트로 탈바꿈한다. 집주인들도 추가 부담금을 2억원 정도는 내야 한다. 현장에서가 아니라면 듣기 어려운 목소리다.

은 를 지은 저자의 세 번째 인권 르포집이다. 그간 그가 발품을 팔아 만난 사람들의 업종만도 50여 가지. 이번 책에는 재개발 지역 세입자와 집주인, 환경미화원, 아파트 경비원, 대학이나 병원의 청소 용역 노동자, 노점상이 등장한다. 절망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지만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절망에만 싸여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서울 수색시장에서 붕어빵을 파는 김영엽씨는 말한다. “내 볼 좀 봐. 화장한 것처럼 빨갛지? 동상이야. 잘됐지 뭐, 남들은 없는 돈 들여 화장을 한다는데 나는 동상 덕에 그 돈 벌었잖아.”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문학으로 역사 읽기, 역사로 문학 읽기〉

〈문학으로 역사 읽기, 역사로 문학 읽기〉

<font color="#638F03">
주경철 지음, 사계절(031-955-8571) 펴냄, 1만3800원</font>

역사학 교수가 서양 문학 스물세 작품을 통해 역사를 이야기한다. 등이 그 대상이다. 는 착한 교훈용이라고 여겨지지만, 이런 내용은 후대에 덧붙여졌을 가능성이 크다. 어린이가 볼 만한 이야기도 아니다. 실제로 이솝이 살던 그리스 시대와 그의 노예 신분을 생각하면 냉소적 시각을 이해하기 쉽다. 역사학자가 문학을 읽은 이유다.


〈공정무역,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거래〉

〈공정무역,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거래〉

<font color="#638F03">
박창순·육정희 지음, 시대의창(02-335-6125) 펴냄, 1만6천원</font>

박창순은 퇴직 뒤 공정여행에 뛰어들었고 제2의 인생을 열었다.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2006년 1년간 아내 육정희와 함께 공정무역 제품 생산 국가인 인도·네팔·필리핀, 소비 국가인 일본·영국·네덜란드를 방문했고 그 뒤로로 여행을 이어갔다. 영국은 대규모 유통업체에서도 공정무역 상품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나라다. 이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바탕에는 고시피움, 트윈 등 시민단체의 힘이 컸다. 시민단체와 정부 관계자, 일반 소비자 등을 직접 만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시티즌 오블리주〉

〈시티즌 오블리주〉

<font color="#638F03">
문제갑·양순필 지음, 역사비평사(02-741-6125) 펴냄, 1만3천원</font>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사회 고위층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말이다. 저자들은 정작 사회 공동체를 발전시켜온 일반 시민들의 따뜻한 이야기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는 점에 착안해 ‘시티즌 오블리주’라는 새로운 조어로 이를 소개한다. 신분사회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전통이 오늘날 어떻게 시티즌 오블리주로 확산되는지 그 과정과 의미를 중심으로 엮었다.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시작된 기업활동도 다뤘다.


〈호모 무지쿠스〉

〈호모 무지쿠스〉

<font color="#638F03">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장호연 옮김, 마티(02-333-3110) 펴냄, 1만8500원</font>

시트콤 에서 과외 선생은 영어 과외를 하는 중에 ‘give send tell teach show…’ 노래를 부른다. 노래로 하면 암기가 더 쉬워지는 것은 세계 공통이다. 기타리스트 출신으로 신경과학을 연구하는 저자는 ‘음악 본능’을 제시한다. 인간이 보편적으로 음악과 시를 암송하는 것은 인간 진화의 결과라는 것이다. 음악을 우애·기쁨·위로·지식·종교·사랑의 노래 여섯 가지로 분류해서 살펴본다. 홈페이지(www.sixsongs.net)에서 책에서 언급하는 노래를 직접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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