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대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1776년 7월4일 미국이 영국의 식민지로부터 독립한 이래 최초로 당선된 아프리카계 혼혈 대통령이다. 미국 독립 당시 북아메리카 지역에 살고 있던 사람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첫째는 유럽에서 신교의 자유를 찾아 들어온 300만여 명의 백인, 둘째는 아프리카로부터 강제로 끌려온 70만여 명의 흑인 노예, 그리고 마지막으로 1만5천 년 이상 아메리카 대륙에서 평화롭게 살아왔던 50만여 명의 원주민(콜럼버스의 이른바 신대륙 ‘발견’ 당시 100만여 명의 원주민이 북아메리카 지역에 살았던 것으로 추산되나, 거듭된 학살로 미국 독립 당시 원주민 인구는 반으로 줄어들었다)이다.
결국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출발은, 그들이 어떻게 포장을 하더라도, 자기들의 고결한 신앙을 지키기 위해 ‘느닷없이’ 남의 땅에 몰려들어와 수만 년간 터 잡고 살아왔던 그 땅의 원주민들을 무자비하게 말살하고, 그 드넓은 땅덩어리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 아프리카인들을 사냥해 길들인 노예를 부리는 체제의 수립이 그 본질인 것이다. 그러하니 건국 이래 200여 년이 지나도록 백인들이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국가의 상층부를 지배해 권리를 독점하면서 흑인과 원주민의 권리와 자유를 침탈하고 차별해온 것이 미국 사회의 흐름이었다. 흑인 노예들의 강제노동으로 지은 백악관에 흑인의 후예인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입성한 것이 큰 사건인 것도 바로 그 이유이다.
‘술 식민주의’(alchoolosialisme)란 말이 있다. 이 프랑스말 신조어는 한 나라의 국민을 식민지 노예로 만들기 위해 국가 내에서 제조되었거나 수입해온 술의 공급과 사용을 조작하는 것을 가리킨다. 순진하고 힘없는 세계의 사람들이 이전에 접해보지 못한 술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무기였다. 이 무기의 희생자들은 이에 길들여져 술을 더 달라고 아우성치게 되고, 그럴수록 더욱 술을 공급하는 자들에게 예속돼갔다. 파렴치한 이 수법은 17세기부터 아프리카와 아메리카의 정복자들이 노예를 거래하는 데, 원주민을 축출·말살하는 데 사용해왔다.
술은 포르투갈 등 유럽의 노예상인과 아프리카인 노예 중개인들의 거래에 널리 이용되었다. 술을 먹임으로써 부족 전체를 사냥하거나 사냥감의 판단을 둔하게 할 수 있었다. 또 유럽의 독한 증류주는 총, 화약 다음으로 노예 거래에서 교환가치가 큰 물건이었다. 술 서너 병, 심지어 술 한 병으로 쓸 만한 노예 한 명을 바꿀 수 있었다. 한 부족장 노예 중개인은 오늘날의 정찰제처럼 노예 한 명당 교환될 물건의 양을 엄격히 정해놓기도 했다. 건강한 남자 노예의 경우 스물다섯 내지 서른 자루의 총이나 화약 300ℓ, 또는 4.5배럴의 증류주를 주어야 했다. 이렇게 ‘확보된’ 아프리카인들이 노예선에 차곡차곡 실려 미국의 목화밭으로 끌려갔던 것이다.
아메리카 대륙에 들어온 백인들은 오드비(유럽의 독한 증류주), 럼과 같은 독이 발린 선물로 원주민들의 씨를 말려가고 있었다. 백인들은 처음에는 원주민들에게 술을 허용하지 않았다가, 그들이 잡은 짐승 털가죽이 탐나자 “가장 정직한 사람들을 사회와 무역업에 편입시킨다”는 명목으로 털가죽과 술의 교환을 용인했다. 원주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짐승 가죽을 내다팔아 술을 구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짐승 가죽을 얻기 위해 사냥하는 백인을 돕는 대가로 증류주를 받는 원주민도 나타났다. 원주민들에게 술의 자유를! 그런데 그 결과는? 아메리카 인디언의 알코올중독 비율은 백인의 2배에 달하고 있고, 독립 당시 12%를 차지했던 인구가 현재 0.2%인 것이 ‘의도하지 않은 진실’인 것이다.
200여 년 전 미국 독립 전후 아메리카 대륙의 정복자 백인들, 그리고 그 신산한 삶을 살았던 아프리카 흑인들과 인디언 사이에 얽힌 술 식민주의의 화두는 일찍이 로마의 역사학자 타키투스가 독일의 바르바리아인들을 이야기하면서 갈파한 적이 있다. “그들을 술에 취하게 만들면 우리는 무기를 사용하는 것보다 악을 동원해 더 쉽게 정복할 수 있다.”
김학민 음식 칼럼니스트 blog.naver.com/hakmin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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