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다빈치 의 해부학은 사실일까? 한 과학자가 성교하는 사람을 MRI 기계에 넣고 촬영해보았는데…
▣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오랫동안 꿈꿔왔으나 정작 결정적인 순간에 지나친 긴장으로 허둥대며 허무하게 끝나버린 첫 섹스의 순간. 여자친구와 나눈 생애 최고의 섹스, 그 절정. 한 달에 200번도 넘게 섹스를 하던 신혼의 단꿈. 이제는 섹스가 일상이 돼버린 40대의 그윽한 부부 관계. 몸은 버거워도 마음은 20대 못지않은 60대의 섹스. 평생 살면서 2580번이나 한다는 섹스의 순간, 우리 몸에선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 황홀한 순간, 오르가슴의 전율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남자에겐 ‘장소’만 있으면 된다?
섹스의 순간 체내에서 일어나는 생리적 반응을 연구하여 섹스의 실체를 파헤치는 성생리학 분야는 매우 중요한 분야임에도 실험이 어렵고 체내 반응 측정이 쉽지 않아 오랫동안 정체돼왔다. 그러나 그 역사는 매우 깊으며 최근 들어 뇌영상 기법과 체내 생리적 반응 측정 기술이 발달하면서 과학자들 사이에서 은밀히 연구되고 있는 분야다.
성생리학적 연구가 과학자들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만든 논문 한 편이 있다. 그 기원은 이탈리아가 낳은 세계적인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에게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술에서뿐만 아니라 물리학, 천문학, 의학, 공학 등 자연과학 분야에서도 탁월한 연구업적을 남긴 과학자,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는 해부학에도 조예가 깊어서 여러 동물들과 심지어 인간의 정밀한 해부도를 그리기도 했는데, 1493년에 그린 (copulation)라는 해부도는 남녀가 성행위를 하고 있을 때 남자의 성기가 여성의 질 속에 삽입된 모습을 정밀하게 데생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다빈치가 그린 이 해부도는 정확한 것일까? 이런 의문을 품은 과학자가 있었다. 네덜란드 그로닝겐 대학병원의 생리학자 펙 반 앤델 박사. 그는 한 동료 학자가 유명 가수에게 발성 연습을 시킨 뒤 입 모양과 혀의 위치, 목 모양을 정확히 알기 위해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를 생각해냈다. 성교하는 장면을 MRI로 찍어서 다빈치의 해부도가 사실인지 비교해보자! 그로부터 8년 뒤인 1999년 12월8일치 (British Medical Journal)에는 그가 촬영한 ‘성행위를 하고 있는 남녀의 MRI 영상’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해부도 가 나란히 실린 논문이 발표됐다.
그와 그의 동료들은 7년 동안 TV광고까지 동원해 실험에 참여해줄 부부 8쌍을 모았다. 그가 했던 실험은 듣기만 해도 엽기적이다. 발가벗은 두 남녀를 지름 50cm밖에 안 되는 원통 모양의 MRI 촬영기 속에 들어가게 했다. 그리고 성행위를 하게 한 뒤 발기된 남자의 성기가 여성의 질 속에 삽입된 모습을 단층 촬영했다. 물론 실험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그들의 사생활에 대해 절대 공개하지 않기로 약속했으며, 실험에 관한 모든 지시사항은 둘만 있을 수 있는 대기실에 인터컴을 설치해 전달했다.
그럼에도 실험은 쉽지 않았다.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었으나, 남성들은 긴장이 되어 도무지 발기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영화 (City Slickers, 1991)에는 “남자가 섹스를 할 땐 이유는 필요치 않다. 그저 ‘장소’만 필요할 뿐이다”라는 유명한 대사가 나오는데, MRI 촬영기 안은 예외였나 보다.
다행히도 이 실험을 위해 신이 준 선물이 있었으니, 그 이름도 유명한 ‘비아그라’다. 8쌍의 부부 중 7쌍이 비아그라를 복용하고 MRI 촬영기 안 좁은 공간에서 성행위에 성공했다. 이 논문의 공동저자인 산부인과 의사 윌리브로드 웨이마르 슐츠의 전언에 따르면, 재미있게도 비아그라가 필요 없었던 유일한 한 쌍은 거리에서 애크러뱃을 하는 곡예사 부부였다고 한다. 이 부부는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공연(?)하는 데 익숙했기 때문에 이 실험도 쉽게 성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감춰져 있던 기다란 음경의 뿌리
이 연구팀이 얻은 MRI 영상에 따르면, 다빈치의 그림은 틀렸다고 한다. 우선 다빈치는 정액이 뇌에서 척수관을 타고 내려와 분비되는 것처럼 그리고 있다. 천하의 다빈치도 그 당시 사람들이 믿었던 ‘정액은 뇌에서 분비된다’는 믿음에 사로잡혀 엉터리 해부도를 그린 것이다.
더욱 새로운 사실은 질 내에 삽입된 남자 성기의 모양이다. 정상 체위(미국에서는 정상 체위를 ‘성직자 체위’라고 부른다)로 섹스할 때 질에 삽입된 남자 성기 모양은 의학적으로도 중요한 문제여서, 1933년 해부학자 디킨즈는 음경과 크기가 같은 유리관을 여성의 질에 삽입해 질 속의 음경 모양을 유추한 그림을 그려 해부학 교과서에 싣기도 했다. 다빈치는 질 내에서 남자의 성기를 일직선 모양으로 그린 반면, 디킨즈는 S자 모양으로 휘어 있는 것으로 그렸다.
그러나 실제로 촬영해보니 성행위 때 음경은 질 내에서 부메랑 모양으로 휘어 있었으며, 삽입되지 않은 음경의 뿌리 부분과 120° 각도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평소 피부 속에 감춰져 있던 음경의 뿌리가 성기 전체 길이의 3분의 1이나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됐다. 그들은 자신들의 연구논문이 성행위에서 성적 만족을 얻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연구에 MRI 촬영이 도움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나는 몇 해 전 이들의 연구를 라는 과학잡지에 상세히 소개한 적이 있는데, 이 글을 읽고 전자우편을 보내온 독자들이 꽤 많았다. 이들의 상당수는 자신의 성기가 휘어 있지 않고 직선 모양인데 그것이 상대방의 성적 만족과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나는 이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어서 이 질문에 대해 과학적인 대답을 해줄 수는 없었는데, 그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휜 정도가 성적 만족의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답해드렸다.
어쨌든 이 연구팀 덕분에 섹스할 때 남자 성기의 모양이 어떻게 되는지 새롭게 알게 됐고 논문을 꼼꼼히 읽어보면 8년 동안 계속된 실험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을지도 짐작이 가지만, 이 실험 결과를 보도한 유럽의 신문들은 기사 마지막을 이렇게 장식하고 있다. “세상에, 참 별 실험을 다 하네!”
그 뒤 이 연구는 미국 하버드대 출신 과학자들과 의사들이 황당하고 엽기적인 연구 결과만을 모아 소개하는 잡지인 (Annals of Improbable Research)에 소개돼 더욱 유명해졌다. 두 달에 한 번씩 발행되는 이 잡지(www.improb.com)는 최근 발표된 엽기적인 실험들과 과학계의 황당한 뉴스만을 모아 전해주고 각 분야 최고의 걸작들을 뽑아 노벨상이 시상되는 10월에 ‘엽기노벨상’(IgNobel prize·‘무시할 만한, 불명예스러운’이라는 의미의 ignoble을 음차해 만든 상)을 시상하는데, 2000년도 최우수 의학상으로 이 연구가 선정됐다. ‘재현할 수 없는 실험, 혹은 재현해선 안 되는 실험’이라는 수상작의 조건에 잘 맞아떨어지는 실험이라는 선정 이유와 함께.
재현 불가능한 혹은 재현해선 안 되는…
생리학자 윌리엄 마스터스와 버지니아 존슨은 성생리학이라는 학문의 근간을 이루는 데 결정적 공헌을 한 과학자로 손꼽힌다. 그들이 쓴 이란 책은 지금도 이 분야에서 고전으로 일컫는 입문서다. 재기발랄한 글쓰기와 뒤통수를 치는 소재 발굴로 ‘과학 글쓰기의 전범’을 보여주는 메리 로취의 신작 (파라북스, 2008)에는 그들의 연구 업적이 자세히 소개돼 있는데, 이들의 실험은 펙 반 앤델 박사의 실험을 능가한다.
그들은 수년간 이성애자와 동성애자 커플들을 실험실에 불러 섹스를 하게 한 뒤, 체내(특히 페니스와 질 속)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관찰했다. 에 따르면, 그들은 피험자의 신원 보호를 위해 실험 건물에 아무도 없는 밤늦은 시각 또는 주말에 실험을 했다. 피험자들 중 몇몇은 배우자나 오랫동안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온 사람과 섹스를 했지만, 그중 일부는 낯선 사람, 그것도 스스로가 고른 게 아니라 마스터스와 존슨이 배정해준 낯선 사람과 섹스를 했다고 한다. 요즘 같았으면 이런 실험이 과연 실험윤리위원회(IRB)를 통과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든다(물론 이들은 모두 실험 전에 성병 검사를 받았다).
이 실험에서 마스터스와 존슨 연구팀은 황홀한 섹스의 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들이 이 순간 발견한 황홀한 섹스의 비밀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 내용은 다음 이 시간에.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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