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결혼상대자와 정확히 일치하는 조건, 그들을 한눈에 알아보는 비법이 있다!
▣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인간은 어떻게 서로에게 매혹되는 걸까? 오랫동안 사랑이 ‘인류의 숙제’로 자리잡고 있는 이유는 우리가 아직 이 질문에 정확한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신과 의사이면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파트릭 르무안은 자신의 매혹적인 저서 (북폴리오, 2005)에서 인간은 끊임없이 누군가를 유혹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고 단언한다. 사람들은 온갖 감각기관을 자극하며 상대를 유혹하기 위해 때론 변신하고 때론 속임수를 쓰면서 일탈을 꿈꾼다. 이런 유혹의 심리는 결혼을 하고 나이가 들어서도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르무안의 주장이다.
“씻지 말고 기다리시라”
그의 관점에서 보자면, 카사노바나 돈 주앙 같은 바람둥이는 누군가를 유혹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도 하지만, 타고난 매력을 주체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타고난 매력을 갖춘데다, 여성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원하는 걸 들어줄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었으니 어떤 여성이 그의 앞에서 무너지지 않을 수 있으랴!
남자들이 한눈에 반하는 여성들의 매력은 아름다운 외모에 크게 의존한다. 적당한 키와 적당한 크기의 가슴, 좌우대칭이 잘 이루어진 얼굴과 몸매, 매끈하고 환한 피부, 동공이 큰 눈과 붉고 도톰한 입술, 윤기 나는 머리카락, 그리고 가는 허리와 풍만한 엉덩이. 이것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매력적인 여성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남성들이 줄기차게 반복해 적어낸 답들이었다.
그러나 은 주변에 남성이 끊이지 않는 여성은 ‘향기 전략’을 사용한다는 데 주목했다. 후각을 자극하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 같지만, 여성이 내뿜는 향기가 남성들을 유혹하는 데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역사적인 일례로,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이 아내 조세핀에게 보낸 편지들을 후대 역사학자들이 분석하다가 나폴레옹이 그 편지들을 쓰게 된 동기를 알게 돼 크게 놀란 적이 있다고 한다. 적들과 전쟁을 치르느라 몇 달 동안 아내와 떨어져 지내야 했던 용맹하고 혈기왕성한 나폴레옹은 요새로 돌아와 사랑하는 아내에게 종종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이제 두 주 후면 도착할 테니 몸을 씻지 말고 기다리고 있으라’는 명령을 전하기 위해서!(우리나라에선 주로 씻고 기다리라고 했던 것 같은데.) 한번 상상해보시라, ‘적들을 향해 전진!’을 외치던 장수가 요새로 돌아와 씻지 말고 기다리라는 편지를 쓰고 있는 모습을. ‘암컷의 성적 향기는 남성에겐 거부할 수 없는 최면적인 매혹’이라는 프로이트의 표현대로, 나폴레옹도 죽음의 전장에서 조세핀의 향기가 가장 그리웠던 모양이다.
매력적인 남성이 가져야 할 조건 역시 많은 여성들의 입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것이 많다. 건강해야 하며, 키가 커야 하며, 어깨가 넓고 허리는 날씬해야 한다. 지적이어야 하며, 사회적 성공과 자기실현에 대한 야심이 있어야 한다. 물론 그것을 달성할 수 있는 성실함 또한 중요한 조건이다. 또 정서적으로 안정돼 있어 여성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이런 걸 다 가지고 있는 사람은 뭘 해도 성공하겠다!). 관대함과 배려는 남성의 매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덕목인데, 바람둥이들이 늘 밥을 사고 자주 선물 공세를 하는 것도 이를 드러내기 위한 전략 중 하나다. 사회적 지위와 은행 잔고 역시 매력남의 필수적인 조건이다.
이런 조건은 여성들이 보편적으로 꼽는 ‘결혼상대자의 조건’인데, 바람둥이들은 이 모든 요소를 실제로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가지고 있다는 인상’은 주어야 한다. 그러한 가능성이 바로 여성들에게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 된다.
욕은 먹어도 실속은 챙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조건들 중에 ‘미모의 여성과 함께했던 과거’가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왜 미모의 여성과 교제했던 과거 경험이 여성들에게 오히려 매력적인 남성의 조건으로 받아들여질까? 매력적인 여성을 대해본 경험이 있는 남성이 여성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알고 있으며(학습이론이랄까?), 다른 여성에게도 매력적으로 보였다는 사실이 그를 선택하는 데 대한 확신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래서 바람둥이들이 욕은 먹을지언정 실속은 챙기는 모양이다!
몇 해 전, 미국의 어느 진화심리학자가 내게 ‘바람둥이 남성을 가려내는 방법’으로 알려준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남성 혹은 여성이 무의식적으로 ‘터치’를 얼마나 자주 하는가를 보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성의 터치에 민감하다. 모두가 경험했다시피, 스킨십은 남녀 사이의 친밀감을 빠르게 증폭시킨다.
남녀의 유혹적인 행동을 연구한 결과들을 보면, 여성은 최초의 데이트에서 남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주로 목선을 드러내고 환하게 웃으며 1분 이상 눈맞춤을 지속한다. 반면 남성들은 유머를 구사하려고 노력하며 눈맞춤을 지속하며,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유도하려고 노력한다.
이때 주의할 사항은 나라마다 민족마다 스킨십에 대한 태도가 제각기 다르다는 사실이다. 한 행동심리학자가 카페에서 손님들이 보이는 행동양상을 몰래카메라로 촬영해 분석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나라마다 스킨십의 정도가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차이가 크더라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한 시간 동안 푸에르토리코 사람들은 평균 180회 정도, 파리 사람들은 110회 정도 신체적 접촉을 한 반면, 미국 플로리다주 게인즈빌 사람들은 2회 정도에 불과하더라는 것이다(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의 신체 접촉은 미국 사람들보다는 많겠지만 파리 사람들보다는 훨씬 적을 것이다). 더욱 심한 것은 영국 사람들인데, 특히 런던내기들은 상대방과 카페에서 대화를 하는 동안 절대 접촉을 안 한다는 것이 실험 결과였다. 그러니 영국에 가서 아무 여성에게나 친한 척 접촉하지 마시길!
사랑은 사랑하게 만드네
바람둥이는 원래 타고난 것인지, 스스로 학습하고 터득한 것인지에 각별히 관심을 두는 이유는 그들의 행동적 특징이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 전형적으로 보이는 행동들의 기원을 설명해줄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근사한 답을 가지고 있진 못하다. 그들이 생물학적으로 이성을 끄는 매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략적으로도 매력적인 행동들을 학습해 적용하더라는 것이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어쩌면 당연한) 결론이다.
끝으로, 남자들이 알아두면 좋을 만한 바람둥이의 중요한 전략 한 가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카사노바의 자서전 을 보면 그가 여성을 대하는 태도와 철학을 언급한 대목이 간간이 나오는데, 여기에 주목할 만한 메시지가 있다. 카사노바는 여성이 자신을 사랑하도록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고 말하면서 “여성은 자신이 매우 사랑받고 있으며 매우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그저 여성을 (매번!)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 여성이 얼마나 아름다운 존재인지 일깨워주고 소중하게 대해주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면 놀랍게도 여성들은 (원래 그렇지 않던 여성들도) 실제로 아름다운 존재로, 사랑받는 존재로 변하고 그렇게 행동하며,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성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이다.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하듯, 사랑은 여성을 사랑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것을 실천하는 방법 중 하나로 그가 제안하는 것은 이성과 대화할 때 내가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상대방이 관심 있어 하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라는 것이다. 때로는 이를 위해 공부를 할 필요도 있다. 상대방이 관심 갖고 있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것을 함께 나누는 것만큼 사랑스런 순간은 없다는 것이 희대의 바람둥이가 우리에게 전하는 조언이다. 아,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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