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대세라지만… 청소년 SNS 과몰입, 차단만이 능사 아니다

2026년 7월21일 프랑스 파리의 국회에서 15살 미만 아동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금지하는 법안에 대한 투표 결과(찬성 279, 반대 81)가 화면에 표시되고 있다. REUTERS
학교를 마친 서울의 고등학생은 일주일 가운데 거의 하루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틱톡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보낸다. 서울연구원이 2026년 3월 서울 지역 고등학생 500명의 스마트폰 디지털 기록을 분석한 결과, 유튜브·틱톡 등 동영상 플랫폼과 인스타그램·엑스(X) 등 에스엔에스(SNS) 이용시간은 일주일 평균 23시간에 달했다. 하루 평균 3시간17분 이용했다. 이 가운데 유튜브·틱톡 등 동영상 플랫폼 이용시간은 13.4시간, 인스타그램·엑스 등 에스엔에스 이용시간은 9.3시간이었다.
비슷한 결과는 10대 전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2025년 데이터테크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분석 결과, 국내 10대 이하 이용자는 유튜브를 하루 평균 1시간38분, 인스타그램을 49분 이용했다. 다른 플랫폼 이용까지 고려하면 상당수 청소년은 하루 3시간 안팎을 소셜미디어에서 보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을 두고 정부가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과몰입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 방안 검토에 나섰다. 2026년 7월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은 청소년의 유튜브와 에스엔에스 과몰입을 두고 연령에 따른 단계별 규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14살 미만은 서비스 가입을 제한하고 14살 이상 19살 이하 청소년에게는 과몰입을 유도하는 중독성 디자인과 추천 알고리즘 노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게 김 위원장의 구상이다. ‘중독성 디자인’은 이용자에게 맞는 영상을 끊임없이 추천하는 알고리즘과 자동재생 기능, 무한 스크롤(사용자가 페이지 하단에 도달했을 때 콘텐츠가 계속 로드되는 것)을 뜻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호주(오스트레일리아), 영국, 유럽 등에서는 16살 이하의 에스엔에스 접근을 제한하는 법안을 제정하거나 이미 시행 중인 것으로 안다”며 “이 정책은 정부의 자의적인 판단보다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렇게 정부가 청소년 소셜미디어 규제 구상을 밝힌 가운데, 전문가·시민사회에도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과몰입을 줄이기 위한 조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다. 이창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과몰입이 이미 방치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 상황이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어떤 조처는 필요하다”며 “무한 스크롤과 추천 알고리즘 등 플랫폼 사업자의 기능을 규제하는 방안에는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정부와 전문가, 시민사회를 막론하고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에 제동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부각되는 원인은 ‘사회적 비교’의 폐해 탓이다. 특히 청소년기에 다른 사람의 외모와 재력, 학력 등에 대한 과도한 비교는 자존감에 영향을 준다는 분석이 많다. ‘청소년들의 소셜미디어를 통한 사회적 비교 경향이 자존감에 미치는 영향’(김림정·최윤정, 2024) 연구를 보면, 에스엔에스에서 타인의 능력과 성취를 자주 비교할수록 자존감이 유의하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2023년 연구 ‘에스엔에스 이용시간이 삶의 만족도와 자아존중감에 미치는 영향’에서도 10대가 에스엔에스 이용시간이 길수록 자아존중감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셜미디어는 청소년 사이버범죄의 무대가 되기도 한다. 2020년 국제학술지 ‘청소년건강저널’에 실린 42개국 11~15살 청소년 18만여 명 대상 연구를 보면, 소셜미디어 이용을 스스로 조절하기 어렵거나 일상생활에 지장받을 정도로 이용하는 청소년일수록 사이버폭력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컸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장은 “(에스엔에스상에서) 친구를 초대하면 게임 아이템이나 코인을 주는 방식으로 참여자를 늘리는 과정에서 도박이나 딥페이크 성착취와 연결될 수 있다”며 “소셜미디어가 청소년에게 위험한 행동과 범죄로 이어지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 로고들. 게티이미지뱅크
정부 차원에서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국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먼저 오스트레일리아는 2025년 12월10일부터 페이스북·인스타그램·틱톡·유튜브·엑스 등 주요 플랫폼이 16살 미만 이용자의 계정 생성과 유지를 막기 위한 ‘합리적 조처’를 하도록 의무화했다. 규제를 어긴 청소년이나 부모가 아니라 연령 확인 등 필요한 조처를 하지 않은 플랫폼에 책임을 묻는 방식이다.
영국은 16살 미만 이용 제한과 함께 16~17살 이용자의 심야 이용과 자동재생, 개인 맞춤형 피드 등 중독성 기능을 기본적으로 제한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 의회는 2026년 7월21일 15살 미만의 소셜미디어 접근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플랫폼은 신규 이용자의 연령을 확인해야 하며, 기존 15살 미만 계정에는 4개월의 유예기간을 둔 뒤 제한을 적용한다.
미국은 전국적으로 일률적인 가입 금지를 시행하기보다 의회와 주정부가 플랫폼의 설계 책임을 강화하는 입법을 추진해왔다. 미국 의회는 ‘아동 온라인 안전법’(KOSA)을 논의하고 있다. 플랫폼이 반복 이용을 유도하는 기능을 제한하고 부모 통제 도구 등을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뉴욕주는 2024년 부모 동의 없이 18살 미만 청소년·아동에게 이용 기록에 기반한 개인 맞춤형 ‘중독성 피드’를 제공하거나 심야 알림을 보내는 것을 제한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유럽연합은 디지털서비스법(DSA)을 통해 미성년자 대상 맞춤형 광고를 금지하고, 초대형 플랫폼에 청소년 위험을 평가·완화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규제를 결정한) 국가에서 규제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청소년들이 이를 어떤 방식으로 수용하거나 회피하고 적응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검토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정부 차원의 규제가 가지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먼저 실효성 논란이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캐슬대학 연구진이 2026년 6월 발표한 연구를 보면, 16살 미만 청소년 408명 가운데 85%가 정책 시행 3개월 뒤에도 소셜미디어를 이용하고 있었다. 브이피엔(VPN·가상사설망)을 쓰거나 가짜 계정을 통해 우회한 경우가 많았다. 김동찬 위원장은 “또래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기술적으로 규제하더라도 청소년들은 회피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며 “통제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단순한 사고에 기대어 정책을 결정할 경우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플랫폼이 정부의 요구에 따를지도 관건이다. 이창호 연구위원은 “유튜브와 메타 등 주요 서비스가 대부분 국외 사업자이고, 알고리즘과 이용시간을 기반으로 수익을 내는 만큼 사업자들이 규제를 반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세계적으로 플랫폼의 책임을 묻는 입법과 소송이 이어지고 있어 사업자들도 대응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 제한이 곧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2011년 청소년의 심야시간대 게임을 막은 ‘셧다운제’가 도입됐지만, 기본권 침해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2021년 폐지됐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등 13개 단체는 2024년 국회에서 청소년의 에스엔에스 규제 법안들이 발의되자 “청소년 정책은 비청소년인 성인에 의한 일방적인 금지나 규제가 아닌, 청소년의 생활과 삶에 대한 총체적인 고민에서 출발할 때 가능하다”며 “청소년의 통신 자유, 문화적 권리와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규제 일변도의 법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힌 바 있다.
에스엔에스가 청소년이 소통하고 교류하는 도구의 기능을 해왔기에 갑자기 규제를 시행할 경우 사회·정서적 발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존재한다. 진민정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장은 “소셜미디어는 또래 문화와 소통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며 “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진 센터장은 이어 “아이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봐야 한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을 만들 때 그들을 논의에서 제외한 채 일방적으로 정책을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청소년 소셜미디어 규제 도입에 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 때문에 단순한 규제나 금지보다는 이용권을 보장하면서 청소년에게 안전한 플랫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진 센터장은 “규제가 필요하더라도 이용자가 아니라 플랫폼 설계를 바꾸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령에 따라 자동재생·추천 기능과 낯선 이용자의 접촉 등을 제한하는 별도의 안전한 이용 환경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플랫폼 환경 개선과 함께 청소년에 대한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소셜미디어의 원리와 무엇을 정보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등 ‘미디어 리터러시’(매체 이해 능력) 교육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지학 소장은 “미디어 리터러시를 가짜뉴스 분별법 정도로만 좁혀서는 안 된다”며 “인권과 다양성, 성평등 관점에서 어떤 콘텐츠가 사람을 정상과 비정상, 효율적인 인간과 비효율적인 인간으로 나누는지 교육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 소장은 이어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 청소년들이) 내가 이용자가 아니라 상품이 되고, 빅테크 기업이 내 스크린타임을 사는 구조(개인이 소셜미디어를 하면서 보내는 시간과 행동 데이터를 상품으로 만드는 구조)임을 이해해야 한다”며 “청소년이 충분한 정보에 기반해 스스로 사고하고 선택하는 역량을 키우도록 하는 것이 사회와 어른들의 책임”이라고 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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