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한국경제 길을 말하다
장하준·지승호 지음, 시대의창(02-335-6121) 펴냄, 1만3500원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가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 교수 장하준을 만났다. 지승호는 장하준 교수에 대해 보수와 진보 모두가 갖고 있는 “당신은 누구 편인가”라는 질문을 직접적으로 한다. 장하준은 바로 이러한 지점이 답답하다고 말한다. 장하준이 제시하는 일관된 화두는 ‘사회적 대타협’이다. 사회의 갈등을 풀고 상처를 치유하는 실현 가능한 대안도 여기서 출발한다. 책의 맨 끝에 장하준과 정태인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대담이 실렸다.
정치교회
김지방 지음, 교양인(02-2266-2776) 펴냄, 1만3천원
한국 교회는 민주화 이후 공공연하게 정치 세력화의 길을 걷고 있다. 교인을 향해 정치 설교를 하고 광장에서 ‘반공·친미’를 외친다. 국회의원 낙선운동을 벌이고 현재 ‘정권 교체’를 외치며 노골적으로 한 대선 후보를 지지한다. 1970~80년에 정교 분리의 원칙을 내세우며 민주화 투쟁을 외면해온 것과는 대조적인 태도다. 기독교인인 저자가 수년 동안 보수 기독교계를 집중 취재해온 결과물이다.
잃어버린 개념을 찾아서
듀나 외 지음, 박상준 엮음, 창비(031-955-3365) 펴냄, 9천원
‘새로운 상상력으로 무장하고 안드로메다로 가는’ 10대를 위한 공상과학(SF) 단편집. 새로 쓴 8편이 묶였다. 듀나는 외계동물 ‘라두’의 비극적 운명을 그린다(‘가말록의 탈출’). 라두는 구형만 보면 달려드는 본능을 가졌는데, 인간은 이것을 이용해 경기를 벌이게 하고 열광한다. 이 스포츠의 스타인 가말록은 경기장 폭발 사고로 탈출하게 되고 끊임없이 산을 오른다. 김보영은 반대로 용족의 애완동물로 전락한 인류의 미래를 그린다(‘마지막 늑대’). 배명훈은 ‘엄마의 설명력’에서 천동설과 지동설을 깜찍하게 뒤집는다.
복제인간, 망상기계들의 유토피아
알렉산더 키슬러 지음, 전대호 옮김, 뿌리와이파리(02-324-2142) 펴냄, 1만8천원
독일의 저널리스트가 황우석 사태를 계기로 쓴 생명윤리에 관한 니체식 철학서. 책은 그래서 한국을 중심에 놓고 독일과 미국, 전세계로 시야를 넓혀가는 구성이다. 저자는 “섣부른 호언장담을 우리 미래의 토대로 삼지 말”아야 하며 “고통이 없는 세계, 우연이 없는 세계가 바람직한 목표라는 믿음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과학기술과 유토피아의 관계, 영미와 유럽의 윤리학, 줄기세포의 허와 실을 깊이 있게 다룬다.
핀란드 역으로
에드먼드 윌슨 지음, 유강은 옮김, 이매진(02-3141-1917) 펴냄, 2만5천원
1917년 망명 중이던 레닌이 러시아로 돌아갈 때 타고 간 봉인열차는 핀란드 역에 도착한다. 책은 레닌의 이 여정을 따라간다. 파리 코뮌의 프랑스혁명부터 1917년 러시아혁명까지 역사가, 작가, 사상가, 혁명가들의 삶을 그려냈다. 미슐레, 비코, 르낭, 텐, 아나톨 프랑스, 바뵈프, 생시몽, 푸리에, 오언을 지나 마르크스와 엥겔스를 전환점으로 라살, 바쿠닌을 살핀 뒤 레닌과 트로츠키가 등장하고 종착역에 닿는다.
풀밭 위의 돼지
김태용 지음, 문학과지성사(02-338-7224) 펴냄, 1만원
2005년 ‘오른쪽에서 세 번째 집’으로 등단한 신인 김태용의 단편소설 10편이 묶였다. 표제작 ‘풀밭 위의 돼지’는 치매에 걸린 노인이 주인공이다. 소설은 “그녀는 돼지의 불알을 걷어찼다”로 시작된다. 노인이 아내와 돼지와 지내는 생활은 그로테스크하다. 노인은 자신이 죽으면 돼지를 아내가 차지할지도 몰라 불안해한다. 그런데 철학 교수인 아들이 찾아와 어머니는 오래전에 죽었다고 말한다. 기괴함으로 이루어진 낯선 세계.
영장류의 평화 만들기
프란스 드 발 글·사진, 김희정 옮김, 새물결(02-3141-8696) 지음, 1만6500원
신자유주의가 사람들을 할퀴는 시대다. 이는 정글, 약육강식, 경쟁이라는 말로 비유된다. 하지만 저자는 동물의 세계, 그것도 영장류의 세계에서 ‘평화의 방법’을 찾아낸다. 붉은원숭이는 영장류 세계에서 가장 권위적이고 위계 서열이 확고한 사회를 이루고 산다. 위계를 조금이라도 거스르면 가차 없이 처벌된다. 그런데 공격 행위가 벌어진 뒤 서열이 높은 원숭이가 우연인 것처럼 슬쩍 화해를 청한다. 보노보는 성을 갈등 해소의 도구로 사용한다. 침팬지, 붉은얼굴원숭이 그리고 인간이 등장한다.
근대 여성, 제국을 거쳐 조선으로 회유하다
박선미 지음, 창비(031-955-3358) 펴냄, 1만5천원
저자의 조사에 따르면 조선 여학생의 일본 유학은 규모가 대단했다. 1920년에 들어서 사범학교를 제외한 고등 교육기관의 경우 조선 내의 학생보다 일본 유학생 수가 더 많았다. 한국의 교육기관이 부족해서이기도 하지만 식민지 내부에서 만들어진 ‘이미지’도 한몫했다. 부유층을 중심으로 당연히 일본으로 유학을 가야 한다는 인식이 퍼졌다. 조선 여성들은 일본을 다녀온 뒤 몇 가지 자기의식을 내면화한다. 상당수의 여학생들은 ‘가정학’을 전공했는데 이들은 조선으로 귀국해 과학적 육아, 동반자적 부부관계 등을 ‘계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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