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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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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전진기지로의 전진?

제주민군복합항의 민간 이용 ‘0’…

중국 견제용 미국 최신예 군함 배치로 한-중 갈등 증폭 우려
등록 2017-05-30 16:41 수정 2020-05-03 04:28

제로(0). 완공 15개월이 지난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민군복합항)의 민간 이용 현황이다. 제주 강정마을 부지 29만m²에 해안과 바다 20만m²를 매립해 만든 총 49만m²(축구장 약 70개 넓이)의 항구다.
제주민군복합항은 1993년 김영삼 정부 때 합동참모본부의 해군기지 소요를 받아들여 시작됐다. 처음부터 ‘해군기지’ 건설이 목적이었던 것이다. 2007년 강정마을을 건설 지역으로 결정할 때도 항구는 여전히 해군을 위한 것이었다. 민간 크루즈 선박이 입·출항하도록 조치한 것은 2012년에 이르러서다.
‘대추리의 비극’ 불러온 평택 문제로
제주도는 올해 초만 해도 크루즈 선박 터미널 완공과 함께 15만t급 크루즈선 2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게 되면 연간 입항 700회, 관광객 150만 명이 찾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는 2016년 제주도 전체에 크루즈선이 506회 입항해 관광객 120만여 명이 다녀간 것과 비교한 수치였다. 하지만 제주도가 밝힌 5월11일 현재 크루즈선 입항 예정 현황을 보면, 중국발 크루즈선은 162회로 연초 예측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관광객은 30만 명 정도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크루즈선 입항 예고에도 여전히 민간 선박의 이용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강정마을회의 한 관계자는 “이곳 어민들은 기상 상황 때문에 배를 근처 화순항 등으로 옮겨놓는다. 항구는 1년에 100일 가까이 이용하기 어렵다”며 “군사 목적이 아닌 배들이 안정적으로 이용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주장했다. 또 “군함이 들어오면 민간 크루즈선 동시 접안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항구는 크루즈선 이용을 위한 곳이다. 특히 강정에는 10만t급 이상 크루즈선이 입항할 예정이어서 (너울 등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시 접안 문제에 대해서는 “군함과 관계없이 15만t급 크루즈 2척이 한번에 접안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했다.
문제는 복합항의 민간 이용이 아니다. 이 기지가 평택 대추리처럼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견제하려는 미군의 전진기지로 활용되는 것 아닌지가 강정을 둘러싼 핵심 문제다.
“줌월트함 전략 배치하려는 은폐 공작”
3월25일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인 스테뎀함이 제주민군복합항에 군수 적재와 승조원 휴식을 위해 입항했다. 첫 외국 함정의 입항이었다. 강정마을회는 “스테뎀항 입항으로 제주 해군기지 건설 당시 미군이 이용하지 않는 순수한 대한민국 해군기지라고 했던 말은 신뢰를 잃었다”며 입항 거부 시위를 했다. 마을회는 “사드 문제로 중국과 외교 마찰을 빚으면서 경제적으로 타격받고 있음에도 국방부는 미국 뜻대로 움직인다. 스테뎀항의 입항은 궁극적으로 최신예 이지스함인 줌월트함을 전략적으로 배치하려는 은폐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줌월트함은 해상작전헬기와 무인정찰헬기 이착륙이 가능한 최신예 스텔스 이지스함으로 ‘항공모함 킬러’로 불린다.
줌월트함의 제주 배치는 사드 못지않은 중국의 반발이 예상되는 전략적 문제다. 실제 는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이 지난달 말 우리 측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줌월트를 제주 해군기지에 배치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왔다”고 보도한 바 있다.




제주 해군기지  활용  현황


1993년  제주 해군기지 최초 소요 반영
2007년  해군기지 건설 지역(강정마을 지역 해안) 결정
2008년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추진 결정
2010년  항만공사 착공
2012년  민군복합항 건설 소송 대법원 적법 판결
2015년  제주기지전대 창설, 해군 제7기동전단 이전
2016년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 준공
2017년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스테뎀함’ 첫 입항, 민간 크루즈선 입항 예정(7월)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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