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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탄압’은 청와대의 핵심 사업

김영한 업무수첩 ‘좌파·종북 세력 탄압’ 메모 30건…

인사·예산·법 제도로 각 부처와 산하단체 통제
등록 2017-02-21 20:28 수정 2020-05-03 04:28



김영한  업무수첩  ‘다함께  잠금해제’


① 무조건 막아라! ‘청와대행 세월호’
② ‘정권 호위무사’ 보수단체
③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융성’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국정 농단 청문회에서 거의 모든 혐의를 모르쇠로 일관했다. 하지만 특검 수사 결과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고 실행했다는 의혹이 입증돼 구속됐다. 한겨레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국정 농단 청문회에서 거의 모든 혐의를 모르쇠로 일관했다. 하지만 특검 수사 결과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고 실행했다는 의혹이 입증돼 구속됐다. 한겨레

‘문화 융성’하는 줄 알았더니 블랙리스트가 융성했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수집·탄압은 예삿일이 아니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파악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김 전 비서실장은 2013년 8월2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종북 세력이 문화계를 15년간 장악했다, CJ와 현대백화점 등 재벌들도 줄을 서고 있다. 정권 초기에 사정을 서둘러야 한다. 이것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국정과제이다”라고 발언했다. 비서실장 취임 13일 만의 일이다.

그의 말대로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예술계 ‘정상화’는 정권의 지상과제처럼 보인다. 김대중 정부 이후 15년간 문화예술계를 점령한 ‘좌파·종북 세력’을 색출해 탄압하는 ‘블랙리스트 융성’ 바람이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에 불기 시작했다.


김대중 정부 이후 15년간 문화예술계를 점령한 ‘좌파·종북 세력’을 색출해 탄압하는 ‘블랙리스트 융성’ 바람이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에 불기 시작했다.

‘블랙리스트 탄압’을 주도한 청와대에서 작성된 기록이 있다. 2014년 6월12일부터 2015년 1월10일까지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을 지낸 고 김영한 대구대 석좌교수의 업무수첩(비망록)이다. 그는 213일의 재임 기간 중 194일치 메모를 남겼다. ‘블랙리스트 탄압’ 관련 메모는 이 가운데 30건가량이다.

김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선 청와대가 문화도 ‘이념’의 눈으로 바라본 것으로 짐작할 메모가 눈에 띈다. 김 전 수석이 업무수첩을 쓴 첫날인 2014년 6월14일치엔 ‘이념 대결 속에서 생활-갈등 속에서 전사적 자세 지니도록’이란 메모(그림1)가 있다. 바로 위 長(장)이란 글자에 비춰 김 전 비서실장의 발언을 옮겨 적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업무의 중심에 ‘이념’을 놓고 참모들을 ‘이념전쟁’의 ‘전사’로 호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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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수첩 10월2일치엔 ‘문화예술계의 좌파 각종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이란 메모(그림1)가 있다. 김 전 수석이 남긴 194일치 메모 가운데 유일하게 청와대가 ‘투쟁의 대상’이 아닌 ‘주체’로 언급된 메모다. 청와대가 공격적으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탄압에 나선 정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 전 수석 임명 이전부터 청와대는 이미 블랙리스트 ‘수집’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청와대의 블랙리스트 탄압은 김 전 비서실장, 정무수석실, 교육문화수석실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① 아군과 적군 구별하기: 두 개의 TF

청와대가 블랙리스트 탄압에 본격 돌입하기까지 크게 세 가지 계기가 있었다. 먼저 2013년 9월3~15일 공연한 연극 다. 국립극단이 제작하고 박근형씨가 연출한 는 박정희·박근혜 모녀를 풍자했다. 예를 들어, 박정희 역의 배우가 “우리 딸애 작년에 기말시험 본 거 있잖아. 그걸 가지고 커닝했다, 점수 조작했다 염병을 떨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2012년 대선 부정선거 의혹을 풍자한 것이다. 그 무렵 9월5일 백승우 감독의 가 개봉했다. 2010년 천안함 침몰 원인이 북한의 어뢰 공격 때문이라는 정부 발표에 의문을 제기한 다큐멘터리다.

김 전 비서실장은 2013년 9월9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두 작품에 대해 “용서가 안 된다”고 말했다고 특검은 파악했다. 두 작품은 ‘문화예술계를 좌파·종북 세력이 점령하고 있다’는 청와대 문제의식에 불을 당긴 것으로 보인다. 그 무렵 블랙리스트 탄압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일깨운 보고서가 청와대로 전달됐다.

국가정보원의 ‘예술위의 정부 비판 인사에 대한 자금 지원 문제점 지적’이란 보고서다. 2013년 9월께 작성됐다. ‘예술위’는 문화예술 진흥을 목적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설립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약칭이다. 예술위가 문화예술 사업·활동에 문화예술진흥기금(이하 문예기금)을 지원하면서 정부 비판 인사들을 솎아내지 않는 점을 지적한 보고서로 보인다. 국정원 보고서는 곧 현실이 됐다.

2014년 새해 벽두, 청와대는 정부 부처 산하단체에 대한 정부 지원 실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청와대는 그로부터 석달 뒤 2014년 4~5월 ‘민간단체보조금 TF’를 설치·운영했다. 김 전 실장의 지시였다. 박준우 당시 정무수석과 신동철 소통비서관이 주무를 맡고, 비서실의 각 분야 비서관들이 실무를 맡았다.

이들의 임무는 ‘문제예산’과 ‘좌편향 인사’ 명단을 자료로 축적하고 각 부처 실무에 반영하는 것이었다. ‘문제’ 또는 ‘좌편향’으로 분류하는 기준은 ‘야당 후보자 지지선언, 정권반대운동 등에 참여’ ‘불법시위 참여단체, 문재인·옛 민주노동당 지지 참여’ 등이었다. 이런 기준으로 ‘민간보조금 TF’는 문제예산 130건, 좌편향 단체 3천여 개, 좌편향 인사 8천여 명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보완·감시하려 했다고 특검은 보고 있다.

문체부도 2014년 10월께 ‘건전콘텐츠 활성화 TF’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김 전 비서실장과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의 지시였다. ‘건전콘텐츠 TF’는 문체부와 산하단체가 ‘좌편향’ 개인·단체를 기금 지원 등에서 배제하고, 그 이행 실태를 구체적으로 점검하는 임무를 띠고 설치됐다.

예를 들어 문예기금·영화기금 및 영화제 지원과 우수도서 선정 과정에서 ‘문제’ 작품, 제작자, 심사위원을 청와대 지적대로 배제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그 임무였다. ‘건전콘텐츠 TF’는 매주 한차례 회의를 열어 점검 결과를 김종덕 장관과 김 전 비서실장에게 보고했다고 특검은 파악했다.

② 정권의 무기: 인사, 예산, 법

청와대가 문화예술계의 ‘좌파·종북 세력’에 휘두른 무기는 인사, 예산, 법이었다. 김 전 수석의 업무수첩 8월23일치엔 ‘소관부처 산하단체 통제 難(어려움) 인사와 예산 통제수단 감독 철저 법제도로 통제’라는 메모(그림2)가 있다. 각 부처와 산하단체 통제 수단으로 인사, 예산, 법제도를 직접 언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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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탄압’ 작업을 밀어붙일 목적으로 정부 부처 인사에 극단적인 방법으로 개입했다. 업무수첩에서도 그 의지가 읽힌다. 업무수첩 9월12일치엔 ‘국정철학에 검토는 필요 - 과거 정권관계, 행적, 언동 의문 유 - 민정 세평팀 여과. 거치도록. esp. 문체부, 교육부 다수 골치. 전교조 성향. 좌파 성향. 본부 또는 예하단체. △적, 산하단체장 - 성분. 여과 과정. 기초적 노력’이라는 메모(그림3)가 있다. 민정수석실에서 문체부 등 각 부처·산하단체 인사들의 성향을 검증하라는 취지로 보인다.

그 무렵 극단적 인사 개입이 벌어졌다. 유진룡 문체부 장관이 2014년 7월 면직된 뒤, ‘블랙리스트 탄압에 미온적’이라는 이유로 최규학 기획조정실장 등 문체부 1급 공무원 3명이 청와대에 ‘성분 불량자’로 찍혔다. 특검은 2014년 9월 박 대통령과 김 전 비서실장, 김종덕 장관의 지시로 문체부가 최 전 실장 등 3명에게 사직을 강요한 사실을 파악했다. 국정감사와 예산심의가 임박한 시점이었다. 업무 공백 우려에도 문체부 실장 3명에게 사직을 강요할 정도로 ‘블랙리스트 탄압’은 청와대 핵심 사업이었다. 3명은 모두 다음달 사직 처리됐다.

청와대는 ‘블랙리스트 탄압’을 목적으로 부처 산하단체 독립 기금 지원까지 통제하려고 했다. 문예기금으로 운영되는 예술위 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청와대는 사전 정지작업부터 시작했다. 분야별 심의위원들을 ‘정치적 성향’을 기준으로 솎아냈다. 그 과정에서 국정원이 또다시 등장했다.

김 전 비서실장은 2014년 2월 모철민 교육문화수석에게 국정원 보고서 하나를 전달했다. 그 내용은 ‘2014년 상반기 문예기금 지원 대상자에 좌파 단체 및 좌성향 작가 등이 포함되었는데, 그 원인은 심의위원 중에 좌성향 인물들이 있기 때문이므로 심의위원의 이념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예술위 문예기금 지원사업에서 지원하지 말아야 할 개인·단체 명단을 작성하는 일을 직접 챙겼다.

다음달 모철민 수석 지시에 따라 문체부는 2014년도 예술위의 문학·시각예술·연극·무용·음악·전통예술 등 분야별 책임심의위원 후보 105명 명단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청와대는 이 가운데 19명을 심의위원에서 빼라고 지시했다. 제주 해군기지 반대 활동, 촛불시위 참여 전력을 문제 삼았다. 결국 청와대 뜻에 따라 예술위는 그들을 심의위원에서 제외했다.

청와대는 예술위 문예기금 지원사업에서 지원하지 말아야 할 개인·단체 명단을 작성하는 일을 직접 챙겼다. 예술위가 2014년 10월 공고한 2015년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사업이 대표적이다. 예술위가 우수 작가를 선정해 문학 작가들에게 문예기금 예산 9억9천만원을 창작지원금으로 주는 사업이다.

청와대 정무수석실은 1차 무기명 심사 통과자 250명의 명단을 전달받았다. 그 뒤 보유한 ‘블랙리스트’ 데이터베이스와 웹 검색 등을 통해 ‘배제’ 대상 17명을 추렸다. ‘정부 정책 비판, 야권 인사 지지, 시국선언’ 등에 참여한 작가들이었다. 그 명단은 문체부를 거쳐 다시 예술위에 전달됐다.

2015년 5월 문체부가 정리한 ‘블랙리스트’ 9473명과 정무수석실이 정리한 ‘블랙리스트’ 60명 명단이 문체부·예술위로 오가는 검증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그해 7월 ‘배제’ 대상 18명이 추려졌다. 특검은 2014년 10월~2016년 9월 예술위 주관 사업 가운데 26개 사업에서 307개 개인·단체를 포함한 지원·선정 배제 명단을 청와대가 하달했다고 파악했다.

청와대는 대통령 비판 그림을 그린 작가들을 법으로 단죄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홍성담 화백과 이하(본명 이병하) 작가가 대표적인 사례다. 광주광역시는 비엔날레 행사에 출품 예정이던 홍 화백의 대형 걸개그림 의 전시를 불허하기로 2014년 8월6일 결정했다. 그림에서 대통령을 희화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다음날 업무수첩 8월7일치엔 ‘우병우 팀, 허수아비 그림(광주), 애국단체 명예훼손 고발’이란 메모(그림4)가 있다. 이튿날인 8월8일 보수단체 보수국민연합은 홍 화백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날치 업무수첩엔 ‘홍성담 배제 노력. 제제(제재의 오기) 조치 강구. 사이비 예술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라는 메모(그림4)가 있다. 청와대가 보수 단체를 동원해 홍 화백을 고발한 정황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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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아티스트 이하 작가는 10월20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옥상에서 박 대통령을 그린 전단지를 뿌렸다. 전단지에는 머리에 꽃을 꽂은 박 대통령 그림 아래 ‘MAD GOVERNMENT’(미친 정부)라는 글자를 썼다. 업무수첩 10월31일치엔 ‘이병하, 엄마부대 고발(명예훼손)’이라는 메모(그림5)가 있다. 한 보수 단체가 미술작가를 고발한 사건을 청와대가 깨알같이 챙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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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다이빙벨>은 블랙리스트 피해 사례의 축약판이라고 할 만하다. 시네마달 제공

<다이빙벨>은 블랙리스트 피해 사례의 축약판이라고 할 만하다. 시네마달 제공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다큐멘터리 은 블랙리스트 피해 사례의 축약판이다. 인사·예산·법 등의 무기가 동원됐다.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는 9월2일 그해 영화제에서 ‘와이드 앵글 부문 다큐멘터리 쇼케이스’로 을 10월6일 상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성역 없는 진상 규명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점이었다. 안해룡·이상호 감독의 은 세월호 참사 당시 정부와 해경의 무능한 구조에 비판적 시각을 담은 작품이다. 청와대는 상영을 기필코 막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을 상영한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 인사에 개입하려 한 정황이 있다. 정부의 외압 논란이 일던 2014년 9월 말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언론에서 “(을) 상영할 것”이라는 뜻을 고수했다.

업무수첩 9월11일치엔 ‘정부 각종 위원회 지체(지자체의 줄임말로 추정) 위원회 위원 선정 문제 다(많다) 부산 위원장(이용관). ~~하던 ○○○위원, ○○○위원 이념편향적 인물, 중립적 공정 임무 수행에 애로. 소관 위원회 재검증, 재검토 임기 만료 선정시 유의. 노력 비상하게 하도록!’이라는 메모가 있다.

10월18일치엔 ‘정부 내 각종 위원회-위원 교체시 선정 협조-철학과 협조성, 인사 천거-말로 할 것’이라는 메모(그림6)가 있다. 청와대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와 각 부처·지자체 산하 위원회 인사에 ‘이념 성향’이나 ‘협조성’을 기준으로 개입하려 한 정황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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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예산도 틀어쥐려고 했다. 업무수첩 9월10일치엔 ‘부산영화제-다이빙벨-이용관 집행위원장. 60억 예산지원 손석희 송옥숙-이종인 부부-이상호 기자’라는 메모(그림7)가 있다. 그해 부산광역시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예산 60억5천만원을 지원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최대 규모 예산을 지원하는 부산광역시를 언급한 메모로 읽힌다.

특검 수사 결과, 김종덕 장관 등은 서병수 당시 부산시장 등에게 부산국제영화제의 상영 계획 철회를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 전 시장은 9월25일 과의 인터뷰에서 ‘ 상영 반대’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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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 사태’ 이후 각 부처 산하단체·위원회들의 예산 지원을 통제하려 한 정황도 있다. 업무수첩 10월31일치엔 ‘래(내년의 준말로 추정) 2~3월, 국고보조금, 각 부처 장관 관심을 가지고 관찰-단체의 문제성 유무 검토’라고 쓰였다.(그림7) 특검 수사 결과 청와대가 영화진흥위원회의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 지원금을 전액 삭감하도록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2015년 4월 최종적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영진위 지원금은 2014년 14억6천만원에서 2015년 8억원으로 삭감됐다. 전액 삭감할 경우 영화계 반발을 우려한 영진위 의견을 받아들인 결과였다.

청와대는 ‘다이빙벨’과 ‘부산국제영화제’ 수사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업무수첩 9월20일치엔 ‘다이빙벨 상영할 것으로 예상됨→수사’라는 메모가 있다. 10월22일치엔 ‘다이빙벨 상영-대관료 등 자금원 추적’, 10월23일치엔 ‘시네마달 내사-다이빙벨 관련’이란 메모가 적혔다.(그림8) 청와대가 ‘다이빙벨’ 관련 수사·조사를 지시한 흔적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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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부산국제영화제 폐막(10월11일) 직후 부산국제영화제 특별감사 예비조사에 착수했다. 1년 뒤 감사 결과가 발표됐다. 2015년 10월 감사원은 이용관 집행위원장 등 3명이 2011~2014년 협찬 중개수수료 6천여만원을 허위 집행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부산광역시에 이 위원장 등 3명을 고발조치하도록 통보했다.

청와대는 그뒤로도 영화계 ‘블랙리스트’ 수집·탄압 작업을 지속한 것으로 보인다. 업무수첩 2015년 1월2일치엔 ‘영화계 좌파 성향 인물 네트워크 파악 필요(경제)’라는 메모(그림9)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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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이념이 문제다?:

‘책’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문체부 산하 법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출판진흥원)은 2014년 7월 학술·교양·문학 도서 가운데 좋은 책을 ‘세종도서’라는 이름으로 선정해 1천만원어치씩 구매한 뒤 공공도서관에 제공하는 사업 ‘세종도서 교양 및 문학 부문 선정·보급사업’ 공고를 냈다.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2014년 11월 세종도서 최종 심사를 앞두고 ‘청와대와 협의한다’는 이유로 출판진흥원에 2차 심사를 통과한 총 763종 도서 목록을 요청했다. 이를 전달받은 청와대는 그중 9종을 ‘문제 도서’로 분류했다. 국내 최초로 2016년 5월 세계적 문학상인 영국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소설 도 포함됐다.

‘문제도서’를 최종 선정작에서 배제하라는 출판진흥원 요청에 따라 심사위원들은 9종의 도서를 탈락시켰다. 2015년 세종도서 선정 과정도 같은 과정을 거쳐 13종의 책이 ‘문제 도서’로 분류됐다. 공지영 작가의 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들에게 가족들이 쓴 편지글을 모은 가 포함됐다.

참사로 먼저 떠나보낸 가족에게 쓴 편지글 모음집을 ‘블랙리스트’ 도서로 분류한 청와대가 지키려 한 이념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이 골몰한 것은 이념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가 아니었을까.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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