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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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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데 없는 수다의 쾌감

등록 2008-06-05 00:00 수정 2020-05-03 04:25

슈퍼액션

▣ 안인용 기자 한겨레 매거진팀nico@hani.co.kr

‘술자리에 이런 사람 꼭 있다’ 목록 3위쯤에 올라갈 유형은, 술자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중계하는 유형(뜨끔!) 아닐까.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3시 방향에 앉은 친구가 실수로 술잔을 엎었다든지 하는 사건(!)이 발생하면 그 상황을 있는 그대로…라기보다, ‘매우’ 과장하며 유쾌하게 떠들어준다. 중계당하는 사람은 조금 괴로울지 몰라도 즐거운 술자리를 위해 이런 유형의 인간 한 명쯤은 필수(라고 믿고 싶)다.

몇 달 전, 바로 그런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박철이 진행하는 슈퍼액션 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다리로 팬티 빨리 입고 벗기를 두고 펼치는 대결 등 막무가내 대결을 중계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산만한 것 빼고는 꽤 재미있었다. 이 프로그램이 톤을 조금 낮추고 개그맨 이수근을 메인 캐스터로, 게임 중계 프로그램에서 얼굴을 봤던 허준과 이동진을 해설가로 영입해 라는 프로그램으로 다시 태어났다. 셋이 나란히 모여 앉아 하는 일이라고는 ‘소주 대 맥주’나 ‘밀양 아랑 규수 선발대회’ 등을 놓고 떠드는 것이 전부다. 셋은 화면을 보며 신나게 떠들다가 안드로메다행 우주선을 타기도 하고, 사소한 것을 집요하게 잡고 늘어지기도 한다.

이 프로그램을 보다가 그 언젠가의 술자리, 또 그 언젠가의 저녁이 떠올랐다. 이것저것 들쑤시며 웃어댔던 술자리에서 느꼈던 순수한 수다의 쾌감, 친한 친구들과 TV를 보며 ‘쟤는 고쳤다’ ‘얘가 그렇다더라’는 식의 얘기를 할 때 느끼는 마땅히 쓸 데 없는 공감대의 쾌감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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