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없이 태어난 아기, 기적을 바라며 중환자실 보냈지만…햇빛 한 줌 들어오지 않는 우중충한 아침, 여느 날처럼 회진을 돌고 있었다. 어디선가 생과 사의 선을 넘나드는 급박함이 느껴졌다. 의료진이 굳은 얼굴로 작은 아기가 실린 수송기를 밀고 치료실로 들어갔다. 의사 두 명, 간호사 세 명, 호흡치료사 두 명이 심상치 않은 표...2023-12-08 19:22
가자지구 사진 한 장에 숨이 멎다지구 반대편에서의 전쟁. 그로 인해 죽는 생명들이 있다. 단 한 장의 사진으로 내 숨이 멎었다. 세 평 남짓 되는 공간이었다. 한쪽 구석에는 초음파 기구로 보이는 의료기기가, 그 옆에는 의료장갑을 낀 의료종사자가 망연히 서 있다. 바닥에 누워 있는 신생아 그리고 그 아...2023-11-18 12:29
생사 경계에 놓인 아이…마침내 찾은 진단명동맥혈 검사가 나왔다. ‘산도 6.8, 젖산 수치 18’ 숨이 턱 막혔다. “이거 혹시 잘못된 거 아니죠?”호흡치료사는 검사지를 건네며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보통 살아 있는 사람의 산도는 7.4인데, 아기의 산도는 6.8, 죽었거나 죽어가는 이의 산도였다. 정상적인 ...2023-10-28 19:50
내 아기 헨리와 함께 평생 시체안치실에 있겠어“사망 시각 19:34.”나직이 뱉은 말이 병실의 공기를 울렸다. 잠시 진동하다 마침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가장 하고 싶지 않은 말이지만 할 수밖에 없는 말을 끝으로 아기의 삶이 저물었다. 부모에서 이제 유족이 된 가족의 반응을 알 수 없어 몸이 굳었다. 갑자기 엄...2023-10-06 19:29
심장 좀 작다고…태아의 선택적 죽음이 아직 허락된다임신테스트기에 두 줄이 선명하게 떠오르던 날, 크리스의 엄마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었다. 이미 두 번이나 석 달을 넘기지 못하고 아기들을 보냈다. 지난 몇 년 동안 점점 진해진 엄마의 아픔이 그 두 줄로 잠시 지워졌다. 크게 이상이 없다는 산부인과 의사의 따뜻한...2023-09-08 17:46
두 달 이상 빨리 나온 쌍둥이…한 명이 심상치 않았다전원 신청이 왔다. 미국은 응급이 아니면 보험에 따라 갈 수 있는 병원이 정해졌다. 내가 일하는 4차 병원은 보험 연계가 없어 전원 요청이 가뭄에 콩 나듯 드물었다. 이 경우 둘 중 하나다. 아기가 심각한 상태라 4차 병원이 필요하거나, 아니면 아기 상태가 불안정해서 ...2023-08-18 18:14
생후 99일 떠난 엘리엇, 부모는 장례식에서 99개 풍선을 띄웠다인간은 22쌍의 상염색체와 한 쌍의 성염색체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흔한 염색체 질환인 다운증후군은 21번 염색체가 한 쌍 외에 하나가 더 많아 생긴다. 만약 13번이나 18번 염색체가 한 쌍보다 하나 더 많다면? 세 번째 염색체는 ‘죽음’을 달고 나오는 것을 의미하며...2023-07-14 22:19
경련하는 아기 새뮤얼, 네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안녕하세요. 잘 주무셨어요? 우리 아기 새뮤얼(가명)도 잘 잤죠?”경쾌하게 인사를 나누며 병실 안으로 들어섰다. 병실에는 다른 신생아중환자실과 달리 하얀 철재로 만든 커다란 아기 침대에 백일이 지나 7㎏은 족히 넘어 보이는 새뮤얼이 누워 있었다. 아기 볼은 잘 익은 ...2023-06-23 19:20
차고에서 태어난 미숙아 서배스천…두 번째 엄마 만나다“교수님, 지금 10시30분 예약환자가 한 시간이나 늦게 도착했어요. 꽤 늦어질 텐데 진료 보시겠어요?”“한 시간이나요? 어쩌다가요? 혹시 예약 취소하거나 오지 않은 환자가 있나요?”“다행히 한 환자가 취소했어요. 옆 병원 주차장에서 한참 헤맸나봐요. 위탁부모인데 아마...2023-06-09 12:17
세상에 없지만 올리비아의 생일파티는 매년 열린다올리비아(가명)는 태어나기 전부터 우리 병원에서 유명한 아기였다. 올리비아의 작은 몸에는 선천적으로 비정상적인 장기가 정상적인 장기보다 많았다. 태어날 때부터 횡격막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해 장이 흉부 안으로 다 들어차 있었다. 가슴을 가득 채운 장은 생명에 가장 중요한...2023-05-19 22:42
1㎏ 초미숙아 제이슨…“부모는 없었지만, 혼자는 아니었어요”“우리, 제발 그만해요.” 간호사가 내게 외쳤다. 벌써 세 번째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에 비해 차가운 말이 나를 향해 날아왔다. “심박수가 40~60 정도로 아직 심장이 뛰고 있어요. 심박수가 저리 낮은데도 아기는 자가호흡을 하고 종종 움직임도 보입니다. 그래서 멈출...2023-04-28 19:31
10대 약물중독, 왜 그걸 물어보지 않았을까영화 에 나오는 해그리드가 소방관이 되면 저런 모습일까. 얼굴의 반 이상을 가린 구불거리는 수염, 하얀 반팔 셔츠와 헐렁한 멜빵바지가 꽤 잘 어울리는 응급 의료요원의 모습이 눈앞에 들어왔다. 커다랗고 두툼한 손에는 희멀건 아기 싸개가 들려 있었다. 멍하니 의뭉스러운 표...2023-04-07 22:33
목에 방울을 달고 나온 아기병원 복도는 불빛으로 번들거렸다. 한 손에는 반쯤 찬 스마트워터 물병이 찰랑대고 있었다. 크록스 신발이 바닥을 칠 때마다 불빛이 춤춰 콧노래를 더 신나게 북돋워줬다. 한가로운 일요일 밤을 홀로 즐기기가 아까웠는지 내 발은 산부인과 데스크를 향했다. 산부인과 수간호사 앤...2023-02-17 21:54
‘태어난 순간부터’ 아니라 ‘태어남’ 자체가 부모 따라*글에 나오는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 #1. 엠마는 상큼한 바닷바람이 감싸는 어느 부촌의 병원에서 태어났다. 엄마와 아빠는 직장에서 제공하는 사립 의료보험 혜택을 받았다. 덕분에 의사와 차근차근 임신과 출산을 계획했다. 출산 당일, 엄마는 정신을 잃을 정도로 엄청난 ...2023-01-27 22:27
“누구도 혼자 죽어서는 안 되잖아요”컴컴한 병실에 들어서자 니콜이 고개를 들었다. 입술을 앙다문 채 물기 가득 찬 눈으로 한동안 서로를 말없이 바라봤다. 니콜의 품에는 1㎏도 채 안 되는 손바닥만 한 아기가 안겨 있었다. 떨리는 손을 겨우 뻗어 가녀린 니콜의 어깨를 꼭 감쌌다. 꺼진 모니터 옆에 걸린 청...2023-01-06 0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