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미국에서 ‘영양학의 다윈’으로 통한다. 영양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뜻이다. 그는 영양학자인가? 그렇지 않다. 치과의사다. 미국치과의사협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이름은 웨스턴 프라이스(1870∼1948).
치과의사인 그가 영양학계에서 주목받는 인물로 떠오르게 된 것은 그의 불같은 호기심 때문이다. 치아 건강은 왜 사람에 따라 다른 것일까? 누구는 충치가 심하지만 누구는 충치가 전혀 없다. 왜일까? 치열도 누구는 고른 반면 누구는 고르지 않다. 이 차이는 왜 생기는 것일까? 유전일까?
1930년대 초, 진료 활동을 중단한 그는 유랑길에 오른다. 의문을 풀기 위해서다.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든 그의 목적지가 됐다. 아프리카 오지부터 북유럽의 산악지대, 남아메리카의 밀림, 북아메리카의 에스키모 거주지, 오세아니아 지역과 태평양의 섬 등에 이르기까지, 그의 발길이 향하는 곳은 주로 토착민들이 사는 벽지 마을이었다. 물론 그 마을 사람들의 입 안이 그의 최종 목표였지만.
장장 10여 년에 걸친 탐사여행을 통해 그는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수렵·채집 생활을 하는 토착민들은 치아 건강이 하나같이 좋다는 것. 그들은 충치가 거의 없었다. 덧니도 없거니와 치열이 기계로 박은 듯 가지런했다. 당연히 턱뼈가 발달했고 얼굴도 균형이 잘 잡혀 있었다. 그 모습은 문명국 사람들과는 크게 달랐다. 이 결과를 놓고 그는 저서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식생활 차이가 그 이유였다. 토착민들이 먹는 음식에는 설탕이나 흰밀가루, 유가공품 같은 것이 없다. 식품첨가물이란 것도 없다. 그들은 비타민과 미네랄을 문명국 사람들에 비해 4배나 많이 섭취했다. 동물성 식품에서 얻는 지용성 비타민은 10배나 되는 것도 있었다. 물론 토착민들 중에도 치아 건강이 좋지 않은 부족이 더러 있었다. 그러나 그런 부족의 마을에는 영락없이 문명국 식품들이 들어와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프라이스 박사의 이 모험적 연구는 반세기 넘게 덮여 있었다. 영양학계의 호응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주는 결국 빛을 발하는 법. 최근 들어 그 연구의 진가가 드러나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적극 동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중심 인물이 메리 에닉 박사다. 트랜스지방산 문제를 최초로 공론화한 인물, 그가 바로 메리 에닉 아닌가.
중요한 것은 음식이 치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한국인들의 치아 건강은 어떤가? 비관적이다. 특히 어린 학생들이 문제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2010년이 되면 12살 아동 한 명이 평균 4개의 충치를 가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선진국의 약 2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경기 수원 지역에서 실시된 한 조사 결과 역시 비관적이다. 초등학생 10명 중 6명이 윗니와 아랫니가 잘 맞물리지 않는 ‘부정교합’이라는 것이다. 프라이스 박사의 연구 결과는 우리나라에 더 많이 알려져야 하지 않을까.
“문제는 치아 건강 악화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위험한 전주곡’으로 봐야 한다. 뒤에는 더 큰 재앙이 기다리고 있다.” ‘프라이스 연구’의 말미에서 송곳처럼 폐부를 찌르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절망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는 “전통 식생활로 되돌아간 토착민들의 치아 상태는 다시 좋아졌다”고 쓰고 있으니까. 올바른 식생활,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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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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