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세대보다 너희가 더 믿음직하다막내 린아가 다니는 고등학교는 6월부터 전면 등교를 시작했다. 이제 온라인수업은 안 한다. 2020년 3월 이후 등교 중지, 온라인수업, 블렌디드수업(온·오프라인 혼합 수업) 등 어수선하게 보내다가 이제야 제자리로 돌아갔다. 1년하고도 2개월이 걸렸다. 코로나19가 휩...2021-06-12 20:27
정답만 말하려다 아무 말도 안 했다나의 9할(어쩌면 그 이상)은 ‘메이드 인 코리아’다. 머문 시간도 그렇거니와 가족, 친구, 언어, 취향, 습관, 생각, 정서 등 나를 이루는 대부분은 한국에서 만들어졌다. 내게 큰 영향을 미친 것 중 하나는 학교다. 보낸 세월만 봐도 그렇다. 초등학교 입학에서 대학교...2021-05-29 21:06
자기 정체성은 자신이 말하도록내가 어쩌다 교장이 됐다. 전임 교장과 통화했다. 구체적인 업무 인수인계보다 지금까지 이 학교를 꾸려온 사람들의 마음을 잘 살피고 듣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일 것 같았다. “선생님은 지금까지 학교를 운영하면서 학생들에게 무엇을 주고 싶으셨어요?” “저는 아이들에게 붙은 ...2021-05-17 00:15
학생이 대학을 면접할 차례입니다애린이가 9월에 대학에 간다. 고등학교는 지난해에 졸업했는데 대학에 갈지 말지를 포함해서 진로 고민이 많았다. 한국에선 청년 열에 일곱이 대학에 가지만, 영국에서는 절반만 진학한다.(25~34살 인구에서 대졸자 비율은 한국 69.8%, 영국 51.8%이다. ‘OECD ...2021-05-02 01:15
좋은 것을 만들면 망하는 시장은?내가 가장 오랫동안 했던 직업은 학원 원장이다. 남편과 나는 2005년 영어학원을 하나 만들어서, 2020년 코로나19로 운영이 어려워질 때까지 16년 동안 경기도 우리 동네에서 초등학생과 중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어머니는 어렵게 학원 임대 보증금을 마련해주면서 “...2021-04-17 20:49
LGBT를 어떻게 부르냐고? 이름으로!“당신들의 사위가 여자, 며느리가 남자이길 바랍니다.” 누군가 이런 댓글을 남겼다. 그 말은 맥락상, 당신이 그렇게 ‘동성애를 옹호’하니 당신에게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지길 바란다는 ‘악담’이었다. 내가 쓴 글은 성소수자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다른 맥락에서 영국...2021-04-03 21:29
학교의 일상 회복, 친구들과 놀 시간도 필요하다마침내 봄이 왔다. 유달리 춥고 길었던 겨울이 끝난 것만 해도 신나는데, 코로나19 백신 접종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곳 영국은 2020년 12월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지금은 하루에 50만 명씩 맞는다. 이제 지병이 없는 50대 인구집단까지 순서가 내려와서 나도 2...2021-03-06 21:32
학교에서 ‘돌봄사회’ 시작되길남편은 초등학교 보조교사가 됐다. 한국에서는 대학교수였으니 새로운 일자리가 섭섭할 수도 있는데, 기뻐했다. 아무리 자기 나라라지만 20여 년 만에 돌아온 자리에선 이민자나 다름없었고, 쉰을 훌쩍 넘긴 나이나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건강 상태를 고려하면 학교에서 일하는 것...2021-02-14 00:39
한국인은 다 K팝 듣나요한국 드라마가 없었으면 코로나19로 갇혀 지내는 이 시간을 어떻게 보냈을까 싶다. 지난 1년은 정주행한 드라마 순서로 정리될 판이다. 넷플릭스는 방문 흔적을 놓치지 않고 자꾸만 ‘취향 저격’ 볼거리를 내밀었고, 나는 번번이 그 유혹에 넘어갔다. 영국에서 한국 드라마를 ...2021-01-23 02:14
열아홉, 입시생 아니면 수고하지 않은걸까가톨릭교회에는 ‘고백 기도’가 있다. “생각과 말과 행위로 죄를 많이 지었으며 자주 의무를 소홀히 하였나이다”라고 말하고 “제 탓이오”라며 가슴을 친다. 라틴어 기도문을 번역한 것인데 나라마다 표현이 조금 다르다. 영어로는 “생각과 말과 내가 한 일과 하지 않은 일(i...2021-01-12 20:38
아이의 반발짝 뒤에 서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2021년 새해 계획은 ‘아이들과 함께 사는 지금을 매일 즐기는 것’이다. 그 시간도 얼마 안 남았다. 올해 큰딸이 대학에 간다. 9월이 되면 집에 없다. 내년에는 작은아이도 떠난다. 그러면 우리가 모두 한 지붕 아래 모여 있는 오늘같이 흔한 날이, 달력에 동그라미 쳐...2020-12-30 22:07
수능은 좋은 시험이어야 한다‘팬데믹에도 멈추지 않은 인생을 건 시험’() ‘바이러스가 재확산됨에도 한국은 대입시험을 친다’() ‘대입시험을 9시간 동안 본다. 코로나19가 그 시험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한국인들은 코로나19 확산에도 앉아서 대입시험을 친다’() 2020년 12월3일, 주...2020-12-14 18:07
[시험과 답] 온라인교육, 플랫폼 뒤를 보라영국 대형 슈퍼마켓 모리슨스가 교사들에게 할인 행사를 했다. 덕분에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간 것에 감사하며, 초·중등학교에서 일하는 교사·보조교사·행정인력·식당조리원·청소부 등 모두에게 2021년 1월까지 전국 매장에서 쇼핑액의 10%를 할인해준다. 흐뭇했다. 더욱이 교...2020-11-22 21:25
[시험과 답] 무능한데 야박하기까지돌봄과 교육, 지금까지 학교가 한 일은 그것이었다. 팬데믹으로 학교가 문을 닫자 그 기능에 큰 차질이 생겼다. 나라마다 고민이 깊다. 아이들을 굶기지 않는 것, 모든 학생이 원격으로라도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딱 이 두 가지만 보면 한국이 영국보다 훨씬 잘했다....2020-11-08 00:12
[시험과 답] 오뚝이처럼 다시 책상으로다큐멘터리 가 넷플릭스에 올라왔다. 막내 린아가 타이(동갑내기 남자친구)와 함께 볼 거라며, 관심 있으면 같이 보자고 했다. 물론 관심 있다. 블랙핑크는 린아와 타이가 사랑하는 뮤지션이다. 나는 그 전에는 큰 관심이 없다가 일전에 아이들이 보여준 뮤직비디오를 다 섭렵한...2020-10-25 2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