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워킹맘이 되라고?식탁 밑엔 아이가 먹다 흘린 밥풀이 말라 비틀어진 채 붙어 있었다. 거실을 걸어다닐 때마다 정체 모를 부스러기들이 발바닥에 달라붙었다. 빨래통이 넘치고 욕실엔 곰팡이가 피었다. 옷장엔 남편과 나와 아이의 옷이 어지럽게 얽혀 있었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지 일주일....2016-10-12 21:49
힘을 내요 육아빠들 남편의 딸사랑은 좀 유난한 데가 있다.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 나보다 더 자주 신생아실을 들여다보며 감탄하고는 했다. 새벽에 아이가 깨서 울면 1초 만에 벌떡 일어나 아이에게 달려갔다. 아이가 먹을 음식을 만드는 것도 나보다 더 열심이었다. 누군가 아기가 ...2016-09-10 02:04
“쟤는 애를 안 낳아봐서 그래”우리 언니는 결혼한 지 6년 됐다. 나이는 서른아홉. 아이가 없다. 여기까지 얘기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묻는다. “아니, 왜 아직 아이가 없대?” “아이를 낳고 싶지 않대요.” 이렇게 대답하면 또 다른 질문이 꼬리를 문다. “부부 사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2016-08-19 23:49
처음 만난 사랑며칠 전부터 아이가 아팠다. 열이 38도가 넘어 어린이집에서 조퇴하고 해열제를 먹였다. 장염이라고 했다. 평소 활기차던 아이는 잘 놀다가도 자꾸 까라졌다. 며칠이 지나도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열은 내렸지만 설사는 계속됐다. 새벽 2시. 아이 옆에서 설핏 잠이 들었다...2016-07-08 14:09
불안하다고 불안해하지 마 많은 엄마들이 ‘조리원 동기’를 갖고 있다. 같은 시기에 아기를 낳아 발달 상황을 공유하기 쉽고 육아 전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때때로 조리원 동기를 적극적으로 만들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내 앞에 놓인 선택지가 너무 많을 때 특히 그렇다. ...2016-06-11 16:05
인테리어는 안드로메다로스너그, 부스터, 러닝홈, 바운서, 베이비룸, 힙시트, 아기체육관, 놀이방매트, 알집매트, 슬리핑백, 범퍼침대…. 이 용어들이 외계어로 들린다고? 만일 임신부가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정신 똑바로 차리기를 당부한다. 나도 임신부 시절 아기용품 목록을 만들다가 현기증이 나...2016-05-21 17:31
시어머니 같은 엄마가 되련다남편이 남자친구이던 시절 그의 어머니를 만나고 나서 생각을 굳혔다. 이 사람과 결혼해도 되겠다고. 아들의 여자친구를 처음 보는 눈빛에는 호기심과 함께 애정이 담겨 있었다. 나는 그의 어머니가 좋았다. 결혼하고 본격적으로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묶이면서 시어머니가 더 좋...2016-04-21 18:57
엄마에게 자유를 허하라!남편이 3일째 외박을 했다. 최근 들어 일이 부쩍 늘었다. 열심히 일하는 남편을 방해하기 싫어 바가지를 긁지는 않았지만 낮 시간의 독박육아를 넘어서 밤까지 혼자 보내자니 우울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루 종일 말 못하는 아기와 단둘이 보내다 저녁이 되면 남편을 붙들...2016-03-31 19:15
엄마 탓이 아니다내 생애 가장 오래된 기억은 밤에 대한 공포다. 대여섯 살 때까지 온 식구가 한방에서 잤지만 옆에 누운 엄마가 잠들고 난 뒤 혼자 깨어 있는 그 시간이 너무 무서웠다. 부끄럽게도 나는 여전히 밤이 무섭다. 중학교 때 처음으로 내 방이 생겼는데 그 무렵부터는 자주 가위에...2016-03-10 22:09
마지막 남은 탯줄을 끊고서만 7개월. 모유를 끊었다. 이건 계획에 없던 일이다. 적어도 돌까지는 모유를 먹이고 싶었다. 그런데 도저히 먹일 수가 없었다. 만 6개월이 되자 아이는 젖을 깨물기 시작했다. 물려본 사람은 안다. 그 아픔을. 처음엔 참았다. 참을 만했다. 그러나 물린 젖에 상처가 나...2016-02-17 17:01
공연하는 남편에게 질투가 났다책 을 보면 소설가 레이철 커스크의 글을 인용한 부분이 나온다. 레이철은 회고록 에서 “어머니가 된 후 아이들과 함께하는 ‘나’는 결코 진정한 나 자신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하지 않는 ‘나’ 또한 진정한 나 자신이 아니었다”고 썼다. 의 저자 스테퍼니 스탈은...2016-01-20 23:20
객관성을 상실했다 “언니, 이 사진 객관적으로 예뻐, 안 예뻐?” 요즘 내가 언니에게 자주 하는 질문이다. 나는 어느 순간 객관성을 상실했기 때문에 내 눈을 믿지 않기로 했다. 내가 보기엔 눈·코·입 어느 하나 예쁘지 않은 곳이 없는 내 아이가 남들 눈에는 전혀 예뻐 보이지 않을 수도...2016-01-01 20:33
이 세균 구덩이에서 키우겠다고?2주간의 조리원 생활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첫날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남편에게 욕실 청소를 해놓으라고 신신당부했건만 욕실에는 물때와 곰팡이가 그대로 있었다. 이런 곳에서 신생아를 목욕시키라고? 말도 안 돼. 잔소리를 늘어놓자 남편은 분명히 청소를 했노라고 항변했다. ...2015-11-28 17:46
그렇게 엄마가 되었다진짜 몰랐다. 내 남편이 그럴 줄은. 72시간의 진통을 견디는 아내 옆을 꼬박 지키면서 밥도 잠도 포기했다던 송아무개 선배의 경험담을 미리 들은 터였다. 내 남편도 당연히 출산의 고통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할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휴대폰 충전기를 놓고 와서 집에 ...2015-10-31 03:19
몹쓸 죄책감으로 ‘쌩자연분만’ 출산의 고통은 대체 얼마나 심할 것인가. 그 고통의 깊이를 조금이라도 가늠해 보기 위해 출산 후기들을 폭풍 검색했지만 그럴수록 두려움은 배가 됐다. “진통이 너무 심해서 잠시 기절했어요. 아기가 무사해서 다행이지 정말 나쁜 엄마가 될 뻔했네요.” 얼마나 아프면 기절을...2015-10-10 2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