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인권은 무슨 인권?” 이런 소릴 듣는 사람이 있다. 좀 많다. 군인, 아이들, 노숙인 등등등. 때론 자격이 없어서, 때론 특수한 사정이 있어서 인권을 얘기할 수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중 대표 격이 ‘죄수’다. 다른 이에게 피해를 입혀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쳐서 처벌을 받는 주제에 웬 인권이란 말이냐, 뭐 이런 사회 통념이 분명 있다. 내가 ‘죄수’가 돼보니, ‘죄수’들 자신도 그런 자포자기한 태도를 보일 때가 많다.
“수용자 신분임을 잊지 마라”
원래 인권은 ‘사람의 권리’라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사람이기만 하면 어떤 자격도 조건도 필요 없이 지니고 있다고 인정받는 권리가 인권이다. 누가 사람다운 사람이냐 자격을 따지는 건 차별을 낳고, 누가 인권을 보장받을 처지나 조건인지 따지는 건 폭력을 낳기에, 사람이기만 하면 일단 우선적으로 인권이 있음을 인정하고 시작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인권을 제한당해야 할 때도 있지만, 그때도 일부를 제한하는 것이지 박탈할 수는 없다. 인권은 내가 사람인 이상, 저당 잡히거나 박탈당할 수 없는 것이다. 아직 우리 사회에는 인권이 없는 양, 예외인 양, 박탈당한 양 취급받는 사람도 많은 게 현실이지만 말이다.
실제로 감옥 생활을 하다 보면 사람 대접을 못 받는다 싶을 때가 있다. 예를 들면 간혹 직원들에게 하대를 들을 때. 물론 나야 나이가 적어서 그럴 때가 많다. 더 문제가 되는 건 ‘죄수’라는 이유로 직원들이 수용자에게 하대를 하는 일도 있다는 것이다. 다수의 수용자를 상대로도 반말을 쓴다거나 모욕적인 손짓과 짧은 명령으로 지시를 하는 등 나이와 무관하게 고압적인 어조로 당신은 내 명령을 따라야 하는 죄수라는 의식을 드러내는 직원들이 있다.
불합리하고 자의적으로 느껴지는 규제도 적지 않다. 지금 내가 있는 교도소에선 침낭·내의 등을 여름철에 갖고 있는 걸 금지한다고 하여 소란스럽다. 교도소장이 휴대물품을 줄이라 하며 법무부 지침에서 침낭 등을 동절기에만 허용한다고 한 그간엔 잘 적용하지 않던 규정을 들이밀어 벌어지는 일이라 한다. 교도소에서 정식으로 구매한 문제될 게 없는 물건이고, 실제로 그동안은 문제없이 잘 써왔기 때문에 수용자들은 당황스러울 따름이다. 얼마 전엔 교도소장이 작업장을 순시하다 일감을 다 끝낸 뒤 쉬며 바둑을 두는 사람들을 보고 기분 나빠해서, 이젠 쉬는 시간에 바둑·장기도 두기 어렵다. 직원들에게 여러 차례 “여러분이 수용자 신분임을 잊지 마라”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때론 그 말이 사람임을 잊으란 의미 아니었나 싶다.
인권을 포기해선 안 된다
침낭 등을 금지하는 것에 대해 국가인권위 진정을 제출했다. 많은 기대는 못하겠지만, 항의 표현 정도는 될 것이다. 그런데 룸메이트 분이 괜히 찍히면 생활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만류하신다. 다른 수용자 분이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고 더 좋은 데로 작업을 옮기는 게 취소됐다는 소문도 있다. 사실 문제제기 하나 하는 것도 두려워해야 하는 건 감옥만이 아니라 여기저기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우리 모두의 모습 아닌가. ‘윗사람’의 자의에 인권마저 오락가락하고 때론 내가 사람임을 잊어버리길 요구받는 건 군인, 학생, 노동자, 아동, 장애인, 노숙인 등 많은 시민들이 드물지 않게 겪는 일 아니던가. 감옥도 옛날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지만 아직 충분친 못하다. 그래도 나는 감옥에 갇혀 있어도 인권을 빼앗긴 건 아니며, 인권을 포기해서도 안 된다고 믿는다. 물론 고작 국가인권위 진정을 낸 걸로 뭔가 보복을 할 만큼 교도소 직원들이 속이 좁진 않으리란 믿음도 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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