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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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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부활 추석을

등록 2012-09-26 15:31 수정 2020-05-03 04:26

1.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네요. 추석은 예로부터 설·단오와 함께 3대 명절로 불렸죠. 한 해의 노고와 결실을 갈무리하는 가을의 정점을 기리는 농경사회의 풍습에 뿌리를 두고 있다죠. 배부르고 등 따습다면 뭘 더 바랄까요. ‘백성의 하늘은 밥’이라는 옛말도 있잖아요. 추석이 으뜸 명절로 불리는 까닭입니다.
그런데 올 추석은 아무래도 풍성하긴 어려울 거 같습니다. 태풍 ‘볼라벤’과 ‘산바’가 농촌과 어촌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려, 고향의 많은 어른들은 결실의 계절을 즐길 마음의 여유가 없을 겁니다. 도시에선 세계경제의 동시 하강으로 가게문을 닫거나 사무실과 공장에서 쫓겨날 처지에 몰린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가을 뒤엔 늘 겨울이 오지만, 올겨울은 유난히 추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봄·여름·가을·겨울의 계절 순환과 무관하게 ‘혹독한 겨울’이 기약 없이 이어질지 모를 일입니다.
그래도 추석은 추석인가 봅니다. 국토해양부 추계로는, 추석 연휴 ‘특별교통대책기간(6일간) 전국 예상 이동 인원’이 2925만 명에 이를 거랍니다. 지난해 추석(2667만 명)보다 9.7% 늘 거라네요. 살기가 넉넉해져도, 팍팍해져도, 더 보고 싶은 게 가족인가 봅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음식도 맘껏 드시고, 이야기꽃도 피우시길 바랍니다. 대선이 임박했으니 정치 얘기도 많이 하시겠지만, 다투지는 마세요. 분위기가 험악해지면, 의 추석맞이 필살기 ‘퀴즈큰잔치’ 풀기에 온 가족이 도전해보세요.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상품을 준비했습니다. 400명 가까운 독자님들께 상품이 돌아갑니다. 정답을 하나도 맞히지 못해도 ‘패자부활전’을 통해 상품 받을 기회를 새로 마련했습니다. 보잘것없는 작은 선물이나마, 얇은 지갑 탓에 처진 어깨와 주눅든 마음에 위로가 되면 좋겠습니다.

2.
가을을 맞아 지면 구성을 일부 바꿨습니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의 ‘박래군의 인권이야기’를 3~4주에 한 차례씩 싣습니다. 박 이사는 대추리·용산·강정 등 인권침해 현장을 한결같이 지켜온 한국의 대표적 인권운동가입니다. 현장의 뜨거운 숨결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하승수 녹색당 사무처장의 ‘하승수의 오, 녹색!’도 격주로 연재합니다. 이 땅 구석구석에서 오랜 숨결과 생명의 가치를 지키려 애쓰는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줄 것입니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 뉴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현실에 발맞춰 주요 대선 후보 캠프의 속살을 살펴보는 ‘대선 캠핑’ 칼럼을 매주 싣습니다. 정치팀의 이지은·고나무·송호균 기자가 신문과 방송 보도에 나오지 않지만, 중요한, 대선 후보와 관련한 사람 이야기와 맥락 드러내기에 힘을 쏟을 것입니다. ‘노 땡큐!’의 새 필자로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한지혜 소설가가 참여합니다. 스포츠 칼럼 필자로 이은혜 SBS ESPN 기자가 합류하고, 김중혁 소설가도 기존 ‘아스트랄 보이즈’와 다른 콘셉트의 카툰을 새로 선뵐 예정입니다. 상차림을 좀더 풍성하게 하려는 바람을 담았는데, 평가가 어떠실지 궁금하네요.

따뜻하고, 즐겁고, 여유로운 한가위 보내시길 제작진 모두를 대신해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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