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의 편지 조선 정조(재위 1776~1800)의 18세기는 애틋한 그리움이다. 유럽에서 문화국가의 전범으로 르네상스기의 베네치아·피렌체를 그리워하듯, 21세기 한국인들은 ‘문화로 싱그러웠던’ 정조 시대를 못내 아쉬워한다. 군주·관료·지식인들이 당파를 넘어 예술과 사상을 논하고,...2009-03-10 11:20
황폐한 세상, 황폐해지지 않는 법 ‘예술을 구하지 않는자여, 그대는 머지않아 황폐해질 것이다.’ 20세기 초 오스트리아 빈의 지식인들에게 청년 화가 에곤 실레(1890~1918)는 이렇게 내뱉었다. 오스트리아 제국을 지탱해온 합스부르그 왕가의 몰락이 눈앞에 닥쳐온 시대 상황 속에서 빈 예술인들의 불안...2009-02-26 17:44
삼국유사, 진실 혹은 거짓? 한국사의 ‘아라비안나이트’? 13세기 고려 승려 일연(1206~89)이 편찬한 의 텍스트를 둘러싼 후대의 열광과 논란은 800여 년이 지난 오늘날도 지속된다. 새해 벽두부터 텍스트를 둘러싼 ‘쑥덕공론’이 한창이다. 지난 1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전북 익산 백제 미...2009-02-11 16:44
흙먼지 속, 칠레의 꿈을 보다 “황당무계? 그게 바로 원없이 상상하는 행복이다.”발파라이소에서 만난 40대 화가 마르티네즈는 벽에 걸린 자기 그림을 보며 껄껄 웃었다. 잉카문명의 요람인 마추픽추 유적이 보이는 집의 창문 안쪽에 버섯처럼 눌어붙은 짐승들을 담은 동판화였다. 다른 그림들에도 사람 머리...2009-01-21 15:20
근대미술전 보는 불편한 마음 이 땅의 근대 그림들을 모은 전시회는 필자에게 편안한 감상거리가 못 된다. 20세기 초 곡절과 단절로 얼룩진 우리 그림의 뒤틀린 역사를 과제처럼 복기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강박처럼 밀려올 때가 많았다. 색채와 선이 활개치는 서양 모던 그림에 대한 맹렬한 모방 욕구, 뒤...2009-01-09 16:21
클래식 연주회에서 땀에 젖다 브라보! 비바 두다멜!전례 없는 열광과 파격이 연주회장을 뒤덮었다. 27살 지휘자와 젊은 악단이 절정의 손길을 거두며 교향곡 4악장을 막 끝내자 청중들은 튕기듯 일어섰다. 함성 지르며 손뼉을 쳤다. 객석 곳곳에 해일처럼 환희의 파도가 물결쳤다. 앙코르타임. 남미풍 ‘...2008-12-25 18:04
조선 그림 가득 걸린 일본 전시장“사실… 이 전시를 꾸리려고 10년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제 전공은 아니지만, 고고한 조선의 옛 그림이 사랑스럽고 보기가 좋았습니다.” 10년! 일본의 산골 소도시 박물관의 학예사가 털어놓는 고백 속엔 결기가 맺혀 있었다. 전문가가 없어 숱한 조선시대 그림들이 일본·...2008-12-09 14:11
뒤샹과 ‘생각대로’ 코드‘생각대로 하면 되고!’얼마 전 대박을 터뜨린 국내 휴대전화 광고 카피의 진짜 원조는 프랑스의 괴짜 예술가 마르셀 뒤샹(1887~1968)일 것이다. 91년 전 그는 미국 뉴욕 대형 전시회장에 변기를 출품했다. 공장에서 만든 소변기에 ‘샘’ 제목을 붙인 뒤 자기 작품이...2008-11-28 17:07
혜원은 ‘여자 신윤복’을 어찌 볼꼬 풍속화의 거장 혜원 신윤복(18세기말~19세기초)은 오늘날로 치면 해군 장교 출신이다. 20세기초 화가 인명록 에는 그가 수군 첨사 벼슬을 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지방의 해안가 포구에서 수군 병사들을 감독·훈련하던 하급 무관이다. 군대 막사에서 필력을 묵히던 시절 혜...2008-11-13 16:42
간송의 후예여, 미래를 구상하라중국 대륙을 침략한 일본군의 승전 뉴스와 지원병 권유 담화가 조선 팔도를 울리던 시절이었다. 1938년 8월29일, 일제에 나라를 빼앗겼던 국치일이던 그날, 경성(서울) 혜화문 밖의 성북리 숲 언덕에는 새하얀 2층짜리 미술관이 솟아올랐다. 장식 없는 직사각형 몸체, 2...2008-10-28 12:00
살로메와 미국발 금융위기“당신 머리는 내 거야… 네 입에 키스했어, 요한… 네 입술에서 쓴맛이 나. 피맛이었나?”대사가 부르르 떨린다. 목 잘린 예언자 요한의 머리를 쓰다듬고 입맞춤한 살로메의 외침. 그 광기의 질감이 뜻밖에 차갑다. 지난 10월2~5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국립오페라단...2008-10-17 14:06
권력 앞에 허리가 휜 문화재변심했는가. ‘문화유산의 보루’라는 문화재위원회 위원들에게 지금 많은 이들이 묻는다. 권력의 자장에 위원회의 권위와 양심이 휘어지고 있어서다.서울시의 무단 철거로 사경에 놓였던 옛 서울시청사를 척추 잘린 불구자로 남겨두는 것을 위원들은 묵인해주기로 했다. 문화재위 근대...2008-10-02 15:21
82살 시청의 참담한 뒤안길82살 먹은 옛 서울시청사는 은퇴 뒤 참담한 노후를 맞았다. 자신을 둥지 삼았던 시청 공무원들의 포클레인에 척추였던 태평홀이 깨어져나갔다. 사적 가지정으로 추가 철거는 막았지만, 건물은 산송장처럼 변했다. 서울시장과 관료들이 민원업자로 돌변한 8월26일 벼락 철거 뒤 ...2008-09-10 14:07
육태진 작가의 죽음 앞에서마지막 순간까지 미디어아트 후학 양성에 힘써… ‘백남준의 후예’들의 악전고투 ▣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지난 8월1일 새벽 서울대병원에서 평생을 비디오아트에 몸바쳤던 토종 작가가 임종을 맞았다. 대전에서 20년 가까이 수행자처럼 영상 설치작품을 만들...2008-08-29 00:00
예술의전당 신홍순 사장님께 ‘%식’의 목표를 가진 ‘강남 부유층을 위한 문화공간’을 벗어난 예술경영을 보여주길 ▣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패션으로 기억되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13년 전 신홍순 사장님의 육성을 기억합니다. 1995년 LG패션 사장 시절 당신이 직접...2008-08-15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