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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에 빼앗긴 희망을 되찾자

부동산값 치솟는 대만에서 인간다운 삶 위한 주거복지 주장하는 시민단체 도시개혁조직(OURs)
등록 2015-06-05 16:23 수정 2020-05-03 09:54

대만은 부동산 문제에서는 세계적 흐름과 거꾸로인 곳이다. 2008년 세계를 덮친 서브프라임 사태와 뒤이은 유럽 재정위기는 전세계 대부분 나라의 집값을 떨어뜨렸다.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오르던 집값은 그 뒤 주춤했다.
그러나 대만 타이베이의 집값은 홀로 고공 행진을 했다. 미국 경제매체 는 “2008년 4분기에서 2014년 1분기까지 타이베이의 부동산 가격이 91.6% 오르는 등 대만의 부동산 시장이 이상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지구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곳은 영국 런던이나 미국 뉴욕이 아닌 타이베이다.

가장 집값 비싼 곳, 타이베이

김진수 기자

김진수 기자

부동산 가격 폭등은 집 없는 저소득자, 장애인, 젊은이들의 희망을 뺏는다. 오르는 집값을 감당할 수 없어 더 싼 집으로 밀려나야 하기 때문이다. 참다 못한 대만 사람들이 2014년 10월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타이베이 시민 2만여 명은 초호화 아파트가 모여 있는 도로를 점거하고 정부를 향해 분노를 드러냈다. 이 집회를 주도한 곳은 도시개혁조직(OURs) 등 시민단체가 모인 ‘사회주택시행추진연맹’이었다. 서울연구원이 주최한 ‘동아시아 주거복지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OURs의 활동가 잔쥔제(사진)를 5월15일 만났다.

타이베이 시민들은 왜 거리에 누웠나.

타이베이의 주택 문제는 ‘3고3저’로 말할 수 있다. ‘3고’는 부동산 가격, 주택보급률, 공실률이다. 타이베이는 집값도 비싸고 집은 많이 보급돼 있는데 비어 있는 집이 많다. 대만은 주택 보유에 대한 세금이 무척 낮다. 그렇다보니 팔리지 않더라도 가격을 낮추지 않고 그냥 비워둔다. 대만에서는 집으로 임대수익을 거두는 것보다 집을 팔아 얻는 수익이 훨씬 크다. ‘3저’는 부동산 세금, 거주 품질, 공공주택 비율이다. 대만의 소득세는 5%인데 부동산 세금은 0.5%에 불과하다. 오래된 집도 많고 공공주택 보급률이 0.08% 밖에 안 된다.

28년 전에도 타이베이 시민 5만 명이 모여 집을 달라고 집회를 한 적이 있다. 그때는 우리도 살 수 있는(구매할 수 있는) 집을 공급해달라는 것이었다면, 지난해 시민들이 거리로 나온 까닭은 살 수 있는(거주할 수 있는) 집을 달라는 것이었다.

OURs는 어떤 활동을 했나.

두 가지인데 하나는 도시정책을 연구해 정당과 정부에 정책 제안을 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지역사회와 소통해 마을 활성화를 돕는 것이다. 주로 제안하는 정책은 ‘사회주택’의 공급이다. 주택 임대료를 낼 수 없는 경제 상황에 처한 이들, 장애 등으로 사회적으로 배제된 사람들에게 임대주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10년 이전에 대만 정당들은 ‘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만 있었지 임대주택을 얼마나 공급하겠다는 공약이 없었다. 대만 시민단체의 역할로 이제는 중요한 공약이 됐다.

‘사회주택’을 공급하라마을과 소통하는 사업은 어떻게 하나.

타이베이시가 저소득층을 위해 1970년 안캉마을에 공공주택을 건설했다. 건물이 오래되는 등 거주 환경 악화로 타이베이시가 2012년에 재건축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과 소통하지 않은 시정부의 일방적인 계획이었다. OURs는 안캉마을의 주민 조직을 결성하고 거주 취약계층의 개별적 요구를 수렴해 임대료나 주택 설계 등에 반영하도록 노력했다. 특히 참여설계 워크숍을 열어 한부모 가정, 장애 가족, 노인 등을 위한 주택 모형과 도안을 주민과 함께 만들어 재건축 설계에 실질적으로 반영되게 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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