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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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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사는 곳 아닌 ‘함께’ 사는 곳

다양한 가족 형태 모여 사는 컬렉티브하우스
등록 2015-06-05 16:05 수정 2020-05-03 04:28

한국보다 일찍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한 일본에는 ‘컬렉티브하우스’라는 곳이 있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마을 공동체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공동주택’에 모여 일종의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다.

도쿄 외곽의 세이세키 지역에서 만난 히로아키 야다 컬렉티브하우스 이사(사진 오른쪽)는 “일하는 여성의 공동보육 문제를 25년 전부터 고민하기 시작했고, 1995년 한신 대지진 때 낡은 집에 남겨져 있던 고령자들이 피해를 입는 것을 지켜보면서 ‘함께 사는 커뮤니티’에 대한 구상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이 시민단체는 뜻맞는 부동산업자들과 손잡고 5곳의 컬렉티브하우스를 만들었다. 건물을 빌려 1인 가구부터 노인 세대까지 다양한 이들이 모여 살 수 있는 셰어하우스 형태의 집을 만든 것이다.

“아들과 아빠 사이도 아닌데 함께 놀고, 할머니와 손자 사이가 아닌데 아이를 봐주며, 형제간이 아닌 아이들이 서로 어울려 노는 곳”이라고 히로아키는 설명했다. 도시 내에 이렇게 친밀감 있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비결은 이틀에 한 번꼴로 함께 하는 저녁식사에 있다. 컬렉티브하우스는 개별 방마다 부엌이 있지만 함께 모이는 커뮤니티룸에도 대형 싱크대와 조리대를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입주자들은 돌아가며 요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요리는 당번을 정해 남녀 예외 없이 한 차례씩 맡는다고 했다.

컬렉티브하우스에 살고 있는 오하시 데페이(사진 왼쪽)는 “이웃이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는 잘 모르지만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무슨 취미가 있는지는 안다”며 “현대사회에서는 이웃과 이렇게 지내기 어렵다”고 웃었다. 이 시민단체는 건물을 빌리고 입주자를 구성한 뒤에는 입주자들이 자치회를 구성해 운영하도록 돕는다. 월 1회 회의할 때마다 5시간 넘게 걸리는 등 많은 의견이 나온다고 했다. 주택이 단순한 거주 공간이거나 재산을 늘리는 수단이 아니라, 함께 지내는 공간으로 진화할 수 있음을 컬렉티브하우스는 보여준다.

이토시마·도쿄(일본)=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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