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1일 일본 국회 참의원 선거가 끝났다. 이번 선거는 일본 헌법 개정 여부를 좌우하는 선거라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결과는 알다시피 여당 자민당의 압승. 전쟁 포기, 교전권 부인을 선언한 헌법 제9조의 개정 실현이 현실화됐다.
선거 결과를 지켜본 언론, 특히 한국과 중국 언론들은 일본의 우경화를 압승 이유로 거론했다. 2010년 참의원 선거에서는 자민당이 아닌 민주당이 승리를 해 참의원의 과반수 의석을 차지했다. 분석대로라면 3년 동안 일본 국민은 그야말로 급속도로 우경화했다. 하지만 이 분석은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 도지사와 위안부 망언의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이 이끄는 일본유신회가 8석밖에 확보하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이번 선거에서 주목할 점은 일본공산당의 약진이다. 일본공산당은 이번 선거에서 15년 만에 의석수가 증가했다. 정당으로 뽑는 비례제가 아니라 개인을 찍는 선거구에서는 12년 만에 의석을 얻었다. 국회 법안 제출과 당대표 토론에 참가할 권리를 얻은 것이다. 일본공산당의 의석 증가에 대해서는 ‘반원전’ 세력이 지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반원전을 내건 연예인 야마모토 다로는 무소속으로 무려 66만 표를 얻어 당선됐다. 원전을 추진하려는 자민당에 반발하는 국민의 열망이 표로 연결된 것이다. 그런데 일본공산당의 약진이 자민당의 승리와 겹치는 면이 있다.
무엇보다 자민당 압승의 가장 큰 원인은 투표율 저하와 야당의 분열이다. 야당끼리의 경쟁에서는 민주당이 패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 표를 두고 보수 야당인 우리모두의당과 일본유신회가 다투었다. 은 민주당의 선거 패배를 분석하면서 도쿄에서 벌어진 ‘분열선거’를 소개했다. 민주당은 도쿄에서 2명을 후보로 내세웠다가 선거 직전 1명만 인정함으로써 다른 한 명은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반면 자민당은 도쿄와 지바 외에 선거구당 후보자 한명을 원칙으로 했다. 결과는 자민당의 승리였다.
무당파층이 분산된 것은 색채가 뚜렷하면서도 당원 기반이 강한 전통적인 정당(자민당·공산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공산당처럼 반원전을 주장하지만 당원이 적은 사민당이나 지난해 발족된 녹색바람의 패배 원인 역시 이런 맥락에서 짚어볼 수 있다. 각 당의 색채가 뚜렷하면서도 당원 기반이 강한 당이 유리했다. 이번 참의원 선거의 투표율은 52.61%. 국민의 반 정도가 투표를 하지 않았다. 그러니 ‘꼭 투표하는 당원’을 조직적으로 관리한, 각 지방 당조직이 든든한 자민당이나 공산당의 득표율이 상대적으로 올라간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처음 도입된 인터넷 선거의 효과도 주목할 만하다.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 역시 자민당과 공산당이었다. 공산당은 후보자 63명 중 90%가 트위터를 이용했다. 총 트윗 수도 9864건으로 정당 중 가장 많았다(). 또 공산당은 정책을 알리는 ‘확산부’를 설치하면서 트위터에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8명의 계정을 만들었고, 이 계정은 국민 ‘신문고’ 역할을 했다.
아베 신조는 일본 정치인으로는 열 손가락에 들어가는 파워 트위터리안이다. 팔로어가 16만 명에 이른다. 페이스북도 적극 활용했다.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운동은 덩치가 작아 순발력이 좋은 소수당이나 무소속 후보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전통적인 당이 큰 무기로 삼은 것에 대해 일본 시민세력들은 잘 짚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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