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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이동국… 폴란드·UAE와의 경기에서 빛나는 골 감각 드러내진 못했지만 K리그에서 현역으로서 마지막 땀방울까지 소중히 여기길
등록 2011-10-20 16:17 수정 2020-05-03 04:26

먼저 박주영 이야기를 해보자. 폴란드와의 평가전, 그리고 아랍에미리트연방(UAE)과의 월드컵 3차 지역예선에서 박주영은 3골을 성공시켰다. 흔한 비유지만, ‘박주영이 왜 박주영인가’를 유감없이 입증해냈다. 그래, 그건 그렇다 치자. 나는 다시 한번 그의 ‘기도 세리머니’를 말하려 한다. 제발 그것을 멈추기 바란다.
첫째, 부상 위험성이다. 축구에서 골은, 특히 결정적 순간에 결정적으로 터지는 골은, 격렬한 감정 폭발을 동반하는 세리머니로 이어진다. 그 순간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무릎을 꿇고 기도 자세를 취하면 동료 선수들의 ‘습격’을 받을 우려가 있다. 실제로 박주영은 프랑스 리그에서 후반 인저리 타임의 짜릿한 결승골을 터뜨린 직후 기도 세리머니를 하다가 큰 부상을 입은 적 있다. 아직 박주영이 잉글랜드 아스널에서 골을 넣지 못해서 ‘다행’인데, 그 격렬한 운동장에서 골을 넣은 뒤 곧장 무릎을 꿇게 되면 정말로 위험하다.
둘째, 과연 누구에게 고마워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치과의사인 친구가 내게 들려준 얘기가 있다. 극심한 치통에 시달리는 환자를 치료해줬는데, 환자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지는 듯싶더니 이내 엄숙한 표정으로 두 손을 그러모아 기도를 올렸다던가. ‘어라, 일단 의사인 내게 고마워해야 하는 게 아닌가?’ 바로 그런 얘기다. 축구의 보편성에 기대어 말하건대, 최근 3골을 넣은 박주영이 가장 먼저 취해야 할 행동은 아름다운 패스를 해준 서정진을 끌어안는 것이고, 열렬히 환호하는 팬들에게 답례하는 것이다. 그 뒤 기도를 올릴 때, 아마도 그때 하느님이 ‘보시기에도 좋더라’가 되지 않을까. 하느님은 그렇게 옹졸한 분이 아니다.

이동국

이동국

완성되지 못한 ‘불규칙적 균형’

이제 이동국 이야기를 해보자. 조광래 감독은 감독 부임 이후 꽤나 긴 시간 동안 거리를 뒀던 이동국 선수를 발탁했다. 1년4개월 만에 대표팀에 합류한 이동국은, 그러나 올 시즌 K리그에서 보여준 골 감각의 25.7%도 보여주지 못했다. 폴란드와의 평가전에서는 전반전을 뛰고 교체아웃됐고, UAE와의 월드컵 3차 지역예선에서는 후반 막판에 큰 부상을 입은 박주영 대신 들어갔다. UAE와의 예선전 직후 조광래 감독은 곧 다가올 중동 원정에서는 “국내 K리그 선수 몇 명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이동국 선수가 다시 대표팀에 합류할 가능성은 줄어든 것이다. UAE와의 경기를 마치고 이동국은 인터뷰를 사양한 채 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갔고, 구자철은 “(이)동국이 형이 기분이 별로 안 좋다”고 말했다.

조광래 감독은 K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이동국을 선발했지만, 그는 다만 확인하고 싶었을 따름이다. 박주영·이청용·구자철·지동원·남태희·손흥민, 그리고 이번 두 경기를 통해 뛰어난 활약을 보인 서정진 선수 등으로 짜맞춰나가는 조광래식 ‘만화 축구’에 과연 이동국은 그 조합의 완성을 장식하는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이 될 것인가. 국내 최고 수준의 골 감각을 지닌 이동국은 안타깝게도 퍼즐을 완성하는 마지막 한 조각이 되지 못했다.

그것은 이동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구조와 관련된 문제다. 문제의 핵심은 ‘불규칙적 균형’을 찾는 일이다. 조형예술의 기본인 불규칙적 균형은, 이를테면 에드가르 드가의 그림이나 랠프 깁슨의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프레임 안의 각 요소를 반드시 물리적 크기와 형태로 ‘균질하게’ 나눠야 균형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개념이다. 각 요소(형태·색상·크기·질감)가 오히려 서로 긴장하고 갈등하며 서로를 배척하며 한쪽으로 기우뚱하는 듯싶다가 또 다른 쪽으로 강한 운동 지향성을 보여주는 불규칙적 균형이 축구에서도 필수적 요소다.

이 균형 감각을 찾아낸다는 것은 감독과 선수 모두에게 어려운 숙제인데, 그 극단적 사례가 이동국과 서정진이다. 이번의 두 경기에서 이동국은 씁쓸한 기억만 남겼고, 반면 서정진은 박주영의 3골에 모두 관여하며 이청용의 부상 공백을 확실히 메웠다. 그런데 이동국과 서정진은 같은 팀(전북 현대) 소속이다. 지난 9월27일, 세레소 오사카와 가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전북 현대는 무려 6골을 몰아쳤는데, 그 중 4골이 이동국의 결실이고 그 가운데 3골, 즉 그날 이동국의 해트트릭 완성은 모조리 서정진의 어시스트로 이뤄졌다.

그 경기를 관전한 뒤 조광래 감독은 “문전에서 움직임이 아주 좋아졌다”며 이동국을 발탁했으나 이 조합이 대표팀으로 수평 이동하자 수많은 변수에 부딪혔고(특히 장신의 거한으로 구성된 폴란드와의 경기), 결과적으로 이 조합 자체가 대표팀의 변수가 되었다. 폴란드의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힘에 의해 팀의 상체 밸런스가 흔들리는 걸 간파한 감독으로서는 필사적으로 불규칙적 균형을 찾아내야 했고, 특단의 결심으로 이동국을 교체 아웃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비극적’이게도 골이 터졌다. 후반 13분에 교체 투입된 서정진은 박주영의 2골을 모두 어시스트했고, UAE전에서도 똑같은 모습을 한 번 더 빚어냈다. 축구란, 정말 알 수 없는 세계다.

K리그에서 최선 다하겠다는 포부

이동국은 어쩌면 마지막 대표팀 경기일 수도 있던 폴란드전을 마친 뒤, 트위터에 “얼굴에 금방 표시 나는 성격이라 말실수할까봐” 인터뷰를 사양했다고 밝히며 “이제 모든 것을 잊고 전북의 우승을 위해” 다시 뛰겠다고 썼다.

나는 이동국이 이제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기 바란다. ‘조커’라는 이름으로 후배들의 자리 하나를 꿰차기에도 부담스럽고, 그들을 도와 지역예선을 통과해도 2014 브라질월드컵의 ‘최종 엔트리’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금의 축구 흐름은 이동국의 뛰어난 능력이나 스타일과는 미세하게 어긋난다. 그가 “모든 것을 잊고”라고 말한 것은 현역에서의 마지막 땀 한 방울을 K리그에 온전히 흘리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그것이 그에게는 또 하나의 아름다운 목표가 될 수 있다. 회한은 남겠지만, 그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처럼 “마지막까지 걷지는 않았다”는 것을 증명할 또 하나의 소중한 그라운드를 아직 갖고 있다. 그 위에서 그가 올 시즌 내내 그랬듯이 연거푸 골을 터트려주기 바란다.

정윤수 스포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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