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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샤와 맨유의 3등 없는 싸움

올시즌 최고 성적의 바르셀로나FC와 저력의 맨체스터Utd 가운데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
등록 2009-05-07 11:48 수정 2020-05-03 04:25

역사는 우승팀만 기록한다. 그리고 기억한다. 그래서 기록한다. 만약에 올 시즌 FC바르셀로나(바르샤)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지 못하더라도, 2008~2009 시즌에 유럽을 통틀어 가장 멋진 축구를 한 팀은 바르샤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이하 기록은 5월1일 현재). 그것은 기록이 말한다. 바르샤는 현재 유럽에서 가장 많은 승점을 쌓은 팀이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라리가)에서 26승4무3패. 33경기에 승점 82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두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가 같은 33경기에서 77점, 이탈리아 세리에A 선두 인테르밀란이 74점을 얻었다.

호날두(왼쪽)가 지난 시즌의 지존이라면, 메시(오른쪽)는 이번 시즌의 최고다. 이들의 발끝에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이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 왼쪽부터 REUTERS/ NIGEL RODDIS· AP PHOTO/ DANIEL OCHOA DE OLZA

호날두(왼쪽)가 지난 시즌의 지존이라면, 메시(오른쪽)는 이번 시즌의 최고다. 이들의 발끝에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이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 왼쪽부터 REUTERS/ NIGEL RODDIS· AP PHOTO/ DANIEL OCHOA DE OLZA

바르샤 2008~2009 시즌 26승4무3패 ‘놀라운 기록’

리그가 달라서 비교하기 어렵다고 ‘우긴다면’, 챔피언스리그 성적이 증명한다.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최다 득점 팀에, 세 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진출에 챔피언스리그 23경기 무패다. 게다가 바르샤는 올 시즌 라리가에서만 94골을 넣었는데 리오넬 메시, 티에리 앙리, 사무엘 에토, ‘판타스틱 스리’가 넣은 득점만 65골. 라리가 3위 세비야의 팀 득점 46골은 물론 맨유의 올 시즌 팀 득점 61골보다 많다. 여기에 바르샤의 삼각편대가 기록한 챔피언스리그 득점이 16골이다. 그런데 골 수가 문제가 아니다. 미드필더 사비와 이니에스타가 삼각편대에 가세해 그리는 그림 같은 골 장면은… 안 봤으면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방송 한준희 축구해설위원은 “요한 크루이프가 꿈꾸었던 토털사커 정신을 현실로 계승한 팀”이라고 말했다. 다시, 축구를 심판이 점수로 매긴다면 올 시즌 바르샤는 10점 만점에 10점은 과해도 9.8점은 됐을 것이다. 이렇게 바르샤는 아름답다. 그러나 맨유는 강하다.

올 시즌 유럽에서 트래블(자국 리그, 협회컵, 챔피언스리그 3관왕)을 향해 나가는 유이무삼(有二無三)한 두 팀은 바르샤와 더불어 맨유다. 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 준결승에서 에버턴에 패해 정통 트래블의 기회는 놓쳤지만, 맨유는 이미 칼링컵을 들었다. 그렇게 바르샤와 맨유는 올 시즌 유럽에서 3등 없는 1, 2등을 다투는 팀이다. 바르샤의 공격이 압도적이라면, 맨유는 공수의 밸런스가 앞선다. 완벽한 바르샤도 2% 부족하다. 강인한 체격의 선수가 부족해 수비에 허점이 보이고, 제공권을 장악할 공격수가 없어 프리킥 같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위협적이지 못하다. 역으로 세트피스 수비에서도 약점을 드러낸다. 장지현 MBC ESPN 축구해설위원은 “밑으로 깔리는 축구의 한계”라고 말했다.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첼시는 ‘안티 축구’로 불릴 만큼 수비로 일관했다. 마치 히딩크 감독이 동아시아 팀을 맡아 스페인 대표팀과 경기하는 상황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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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는 풍부한 선수층·다양한 공격 옵션이 강점

반대로 맨유는 풍부한 선수층이 있다. 한준희 위원은 “선발 11명에 교체선수 3~4명을 더한 선발 라인업은 바르샤가 최고지만, 맨유는 주전 못지않은 후보인 1.1진 선수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풍부한 선수층에 바탕한 원활한 로테이션 시스템으로 맨유는 올 시즌 유럽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하면서도 준수한 성적을 내왔다. 그래서 바르샤를 사랑하지만 내기를 한다면 51 대 49로 맨유에 걸겠다는 사람이 적잖다. 한 위원은 “맨유는 첼시처럼 틀어막고, 첼시보다 매섭게 반격한다”고 지적했다. 유사한 전술로 맨유는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바르샤를 가까스로 물리쳤다. 과연 올해도 지난해의 재방송일까?

아마도 이들의 발끝에 달렸을 것이다. 바르샤의 메시와 맨유의 호날두. 단순히 말하면, 호날두가 지난 시즌의 지존이었다면 메시는 이번 시즌의 최고다. 그렇다면 두 해를 통틀어 최고는 누굴까? 한준희 위원은 메시의 손을 든다. “강력한 프리킥에 능란한 드리블, 헤딩력까지 겸비한 호날두는 온몸이 무기다. 그러나 메시는 세련된 선수다. 잘되는 날의 폭발력은 호날두가 앞서지만 활약의 항상성은 메시가 앞선다.” 장지현 위원은 여전히 호날두가 최고라고 말한다. “메시의 개인 기량은 최고다. 그러나 아직은 경기를 보는 시야와 템포 조절 능력이 부족하다. 호날두는 무엇보다 메시에게 부족한 결단력이 있다. 아직은 호날두가 한 수 위다.” 그러나 메시가 있어 바르샤가 강하단 것에는 이견이 없다. 장 위원은 “메시에게 집중 견제가 들어가면서 에투와 앙리가 살아났다”며 “메시가 원맨쇼를 펼치면서 메시의 원맨팀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메시와 호날두의 스트라이커 경쟁에서 승부 판가름

그러나 호날두가 돌아왔다. 지난겨울에 이적 문제로 체력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해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활약도가 떨어졌던 호날두가 챔피언스리그 8강 포르투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이후에 다시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부상으로 무너졌던 맨유의 철벽 수비도 다시 살아났다. 반면에 바르샤는 죽음의 일정을 치르고 있다. 5월2일 레알과 엘 클라시코 더비에 이어 6일엔 런던에서 첼시와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을 치른다. 더구나 주전 수비수 마르케스가 부상으로 남은 경기를 뛰지 못하게 됐다. 이렇게 시즌의 막바지, 바르샤는 시련에 들었다. 물론 첼시와 아스널이 두 팀을 누르고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를 확률도 적잖다. 그러나 스페인, 잉글랜드 리그의 선두가 이탈리아 로마에서 챔피언스리그 결승을 치른다면, 유럽 축구의 삼두마차가 끄는 완벽한 피날레 아닌가.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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