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경찰서는 성차별적 풍토에서 벗어나 성평등한 수사를 진행하라!”
전국 여성·노동·인권 단체가 연합한 ‘페미니즘사상검증공동대응위원회’는 2024년 8월8일 서울 서초구 서초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국가기관이 혐오와 차별을 승인해주었다”며 경찰이 심각한 인권침해를 묵인했다고 비판했다.
2023년 11월 게임업체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홍보 영상 속 여성 캐릭터가 남성 비하 목적으로 집게손가락(집게손)의 특정 모양을 취하도록 그림을 그렸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때 그림을 그린 애니메이터로 잘못 지목된 여성 ㄱ씨를 향해 온라인 집단괴롭힘(사이버불링)을 한 가해자들에 대해 경찰이 2024년 7월24일 불송치(각하) 결정을 내렸다. ㄱ씨는 집게손을 그리지도 않은 자신에게 쏟아진 성적 모욕과 신상 공개 등 3500여 건의 온라인 게시물과 메시지 가운데 정도가 심한 308건을 특정해 정보통신망법(명예훼손), 성폭력범죄처벌법(통신매체이용음란) 위반 등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이 중 일부 고소건에 대해 ‘다소 무례하고 조롱 섞인 표현에 불과’하다고 판단해 각하했다.
경찰은 ㄱ씨가 페미니즘에 동조하는 듯한 트위터(현 ‘X’) 글을 게시한 적이 있고 온라인 집단괴롭힘을 ‘논리적 비판’이라 판단하면서 폭력 발생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모양새를 취해 비판을 받았다. 경찰은 문제적인 혐오 게시물을 발견했지만 “수사 실익”이 없다며 트위터에 협조 요청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도 드러났다.
여성·시민 단체들은 경찰이 여성폭력 문제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답습하고 성차별적이며 편파적인 인식으로 피해자 보호를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경찰은 부랴부랴 결정을 번복하며 재수사에 나섰다. 8월7일 서초경찰서는 “일부 혐의에 대해 수사가 필요함에도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각하 결정한 것은 미흡한 결정”이었다며 “재수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유진 선임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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