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장병 여러분, 제발 이러지 마세요!”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2월3일 밤 10시28분께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약 2시간 동안 여의도 국회 안팎은 혼란으로 가득했다. 국회의원들은 계엄령 해제를 결의하러 속속 국회에 도착했고, 국회로 달려온 시민들은 국회의원들의 계엄령 해제 의결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계엄군을 온몸으로 막아냈다.
12월3일 밤 경찰이 국회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한 건 밤 10시58분께다. 경찰이 옆으로 도열해 시민들의 출입을 막자 시민들은 경찰을 향해 분노를 쏟아내고 몸싸움을 벌였다. 시민들은 “(경찰을) 밀고 들어갑시다”, “당신들이 국민 편에 서야지 왜 대통령의 불법을 돕느냐”라고 외쳤다.
밤 11시47분께 국회의사당 상공에 군용헬기 2대가 나타났고, 이 헬기가 국회 안에 착륙하는 듯한 모습이 포착되자 시민들은 한층 격앙되어 경찰을 밀기 시작했다. 몇몇 경찰이 “압사당할 수 있으니 자제하라”고 소리쳤지만 시민들은 계속해서 문 안쪽으로 밀고 들어갔다. 몇몇 시민이 실랑이 끝에 국회 안으로 들어갔지만 대부분은 경찰에 의해 제지당했다. 밤 11시48분께 국회 정문은 완전히 닫혔다.
밤 11시57분께 국회 본회의장 앞은 헬기에서 내린 무장 계엄군 수십 명이 청사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자 국회 정문을 뚫고 들어간 일부 시민들이 다함께 몸을 겹쳐 계엄군을 막았다. 이렇게 시민들과 계엄군이 몸싸움을 벌이는 사이 국회의원들과 당직자 등은 계엄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키러 국회 본청 안으로 들어갔고, 우원식 국회의장은 12월4일 밤 0시5분께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국회의원은 본회의장으로 모여달라”라고 밝혔다. 밤 0시6분께 더불어민주당 보좌진협의회는 “공수부대가 국회 후문으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후문 방어를 위해 일부 보좌진들께서는 지금 즉시 본청 후문으로 와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공지를 보냈다. 이 시각 국회 본청 안쪽에선 국회 보좌진들이 집기류와 나무 칸막이 등을 가져와 문을 막아섰다.
밤 0시15분께 시민들은 국회 본청 밖에서 유튜브로 상황을 실시간 중계하면서 계엄군의 동선을 서로에게 소리쳐 알렸다. 멀리서 군인들을 보고 ‘군인이 온다’고 누군가 소리치자 다함께 국회 출입문을 막고 군인들을 몸으로 밀어냈다. 군인들이 다른 방향으로 이동해도 함께 따라붙으면서 ‘옆으로 이동한다’, ‘이쪽으로 와서 도와달라’고 소리쳤다.
정문 진입에 난항을 겪은 계엄군은 건물을 끼고 돌아 청사 측면에서 진입을 시도했다. 밤 0시35분께였다. 몇몇 군인이 유리창을 깨고 청사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군인을 향해 “그만두라”, “위법한 명령을 따르느라 국민에게 죄 짓지 말라”고 소리쳤다. 어떤 이는 계엄군들 앞에서 태극기를 펼치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외쳤다. 또 다른 이는 애국가를 불렀다. 그 사이 군인들은 청사 안으로 계속 진입했다. 안으로 들어가려는 군인을 시민들이 잡아당기고 군인들이 그 손을 뿌리쳤다. 깨진 유리창 조각이 온 사방에 흩어졌다.
밤 0시40분께 민주당 보좌진협의회는 “국회 경내에 계신 보좌진분들께서는 의원님들을 모시고 지하통로를 이용해 국회 본청으로 집결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공지를 올렸지만, 밤 0시45분께 국회의사당 본청에 진입한 계엄군 일부가 로텐더홀에 도착했다. 이에 민주당 보좌진들이 본회의장으로 향하는 입구 유리문 앞에서 계엄군 진입을 차단했고, 일부 보좌진은 소화기를 뿌리며 대응하기도 했다.
대치하던 상황이 반전된 건 약 1시 무렵이다. 12월4일 새벽 1시1분께 정문 앞에서 군인들이 계속 진입을 시도하던 중 국회 안에서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이 가결됐다. 재석의원 190명 가운데 190명의 찬성으로 비상계엄령 해제를 의결한 것이다. 이 속보를 전해들은 시민들은 일제히 “와”하고 함성을 질렀다. 진입을 강하게 밀어붙이던 군인들 기세도 주춤했다. 시민들은 “장병 여러분,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라”, “다시는 이런 일에 동원되지 말라”고 외쳤다. 그리고 청사를 향해 ‘윤석열 퇴진하라’, ‘윤석열 체포하라’ 등의 구호도 외쳤다.
청사 앞에서 잠시 대기하던 군인들은 새벽 1시11분께부터 조금씩 철수하기 시작했다. 군인들의 소지품으로 추정되는 케이블타이 등도 바닥에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국회의원을 체포하려던 도구가 아니냐는 추측이 돌았다. 청사 앞에 서 있던 시민들은 새벽 2시까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해제령을 기다리다가 하나 둘 국회 밖으로 이동해 집회에 합류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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