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진창행성조사반의 홈스 반장이 금방 도착한 메일을 읽고 왓슨에게 물었습니다. “무슨 광고를 말하는 건지 찾아봐주겠나, 왓슨?”
인터넷을 검색한 왓슨이 바로 대답합니다.
“세계 최대의 소고기 생산업체 제이비에스(JBS)의 광고입니다. JBS는 브라질의 작은 도축장에서 시작해, 세계 최대 육가공업체로 성장했죠.”
엉망진창행성조사반은 곧장 미국으로 달려갔어요. 환경단체 ‘마이티어스’(Mighty Earth)의 활동가들이 뉴욕에 있는 대형마트 코스트코에서 ‘아마존 산림 벌채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었죠. 마침 북유럽 최대 자산운용사인 노르데아(Nordea)가 남아메리카 산림 벌채에 연루됐다며 JBS를 자사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였어요. 손팻말을 들고 외발자전거를 탄 사람에게 왓슨이 물었어요.
“그런데, 아마존 산림을 벌채하는 것이 육가공업체와 무슨 상관이 있는 거죠?”
외발자전거가 답했어요.
“브라질은 소고기 수출 1위인 나라입니다. 그 소고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시오? 아마존 밀림, 원주민의 삶터를 불법으로 파헤쳐 만든다오. 나무를 베고 그 땅에 소를 풀어놓는 거죠. JBS 같은 다국적 육가공업체는 그 사람들로부터 싼값에 소를 사서 파는 것이라오. 브라질산 소고기를 먹는 것은 숲을 함께 먹는 것입니다.”
2023년 12월 뉴욕타임스 보도를 보면, 아마존강 상류 볼리비아 국경 근처의 자시파라나 자원보호구역(Jaci-Paraná Extractive Reserve)이 1996년 지정된 이후 77%의 숲이 사라졌어요. 수십 개의 원주민 공동체가 보호구역을 점령한 토지 수탈자와 목장주를 두려워하며 삶터를 떠났고요.
“JBS는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소를 가장 많이 사 가는 업체입니다. 온실가스를 저장하는 습한 밀림 생태계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건조한 초지로 바뀌고 있죠. 기후위기를 조장하고, 생물다양성과 원주민 문화를 무너뜨리는 행위입니다.”
이튿날, 미국 뉴욕주가 JB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뉴스가 전해졌어요. 홈스와 왓슨은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부 장관을 찾아갔죠. 그가 말했어요.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은 힘들게 번 돈으로 환경에 더 좋은 브랜드를 쓰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JBS처럼 거짓 광고를 하는 것은 선한 사람들을 크게 속이는 겁니다.”
장관은 신문 한 장을 테이블 위로 던졌어요. 2021년 4월25일 뉴욕타임스에 실린 JBS 광고였죠.
농업은 기후위기 해결책의 일부가 될 수 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 없는 베이컨, 치킨윙 그리고 스테이크는 가능합니다.
“JBS 한 기업이 내보내는 온실가스 양이 연간 7100만t이에요. 대한민국이 한 해 배출하는 양의 대략 10분의 1 정도라고 하면, 얼마나 많은지 아시겠죠? 불과 기업 한 곳의 배출량이 그렇게 많아요. 소고기의 특성상 온실가스가 많이 나오기 때문이죠.”
“탄소중립 베이컨이 불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왓슨의 물음에 장관이 피식 웃었어요.
“JBS는 공공연히 2040년 탄소중립을 선전했어요. 열심히 해도 달성하기 힘든 목표인데, 이 친구들은 제대로 된 계획 하나 없이 그렇게 광고하고 다녔죠. 이미 2023년 JBS의 계열사인 스위프트와 앵거스 비프는 탄소중립 광고를 중단하라는 전국광고심의위원회의 통보를 받았죠. 탄소중립 베이컨을 만들겠다는 공식적이고도 검증된 계획이 없는데도, 그런 광고를 하는 건 위법입니다.”
“요즘엔 무턱대고 기후위기, 탄소중립을 갖다 붙이는 게 유행이니, 뭐….”
왓슨이 혀를 끌끌 찼어요.
“최근 JBS는 ‘슈퍼 저탄소 소’를 개발했다며, 자사를 방어하기 시작했죠.”
“슈퍼 저탄소 소요?”
홈스와 왓슨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어요. 장관이 대답했어요.
“물론 거짓말입니다. 우리가 완벽한 증거를 갖고 있어요. 내부 제보자가 있거든요. 그들이 브라질의 비밀 연구소에서 개발했다는 슈퍼 저탄소 소가 제보자예요.”
장관은 아마존의 들머리인 브라질 마나우스에서 하얀 배의 선장이 우리를 기다릴 거라고 했죠. 우리는 그의 배를 타고 함께 영화 ‘지옥의 묵시록’ 같은 암흑의 핵심으로 들어갔어요. 선장이 겁을 줬어요.
“영국의 탐험가 퍼시 포셋 대령이라고 들어보셨우? 100여 년 전, 아마존강 어딘가에 ‘엘도라도’ 혹은 ‘잃어버린 도시 Z’가 있다며 평생을 찾아다닌 미치광이였죠.”
“Z요?”
“깊은 숲속에 진보된 문명이 있다고 생각했지. 도시 전체가 황금으로 만들어졌다는 소문도 있었고. 슈퍼 저탄소 소 연구소는 바로 그 자리에 세워졌어요. 가장 고대의 것인 소에서 가장 현대적인 저탄소 문명을 만들겠다는 거요.”
보름 넘게 숲속을 항해하자, 확 트인 개활지가 나타났어요. 수십 마리의 소가 풀을 뜯고 있었고, 중심에는 이층 건물이 세워져 있었죠. 하얀 배의 선장이 말했어요.
“하늘에서 보면 지그재그로 연결된 건물이 Z자로 보인다고 하더군. Z자의 뒤쪽 건물로 가보시오. 거기에 제보자가 살 거요.”
배에서 뛰어내린 홈스와 왓슨은 풀밭을 기어서 접근했어요. 뒤쪽 건물은 외부 공간과 차단된 실험동이었어요. 복도를 바라보고 양쪽으로 유리벽으로 둘러싸인 여섯 개의 방이 있었어요. 방마다 소가 한 마리씩 갇혀 있었고요. ‘온실가스 체임버’였어요. 소를 밀폐된 방에 가둔 뒤, 사료를 급여하고 온실가스인 메탄이 얼마나 나오는지를 보는 실험실이었죠.
각 방에는 ‘내일의 소’라고 쓰여진 전자 현황판도 붙어 있었어요. 사료 급여량과 메탄 발생량을 실시간으로 표시하고 있었죠.
그때 맨 오른쪽 방에서 얼룩소 한 마리가 조심스럽게 유리벽을 두드렸어요.
“당신이 제보자군요!”
“쉿! 어서 저 현황판 사진을 찍어 장관에게 전달해주세요. 업체 주장과는 달리 소의 메탄 배출량은 줄어들지 않고 있어요. 슈퍼 저탄소 소? 다 거짓말입니다.”
그때 실험동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였어요.
“당신들은 누구죠?”
왓슨이 기지를 발휘해 대답했어요.
“저희는 잃어버린 도시를 찾으러 한국에서 온 탐험가들입니다. 포셋 대령 이야기를 알고 있습니다. 그가 결국 찾은 곳이 바로 여기라는 것도요. 이 건물은 Z자 형태를 띠고 있더군요.”
남자는 의심을 거둔 것 같았어요.
“맞소. 이곳에 아마존의 고대 문명이 있었죠. 하지만 황금은커녕 돌기둥 하나 없는 소박한 나무 도시였어요. 어쨌든 우리는 고대 문명을 기념하기 위해 Z자 건물을 지은 것이오. 그러나저러나 저는 ‘캐틀맨’입니다만, 당신들 이름은…?”
경계심을 푼 캐틀맨은 연구소에 관해 설명해줬어요. 그는 소의 신체를 개조하는 광범위한 프로젝트, 그러니까 ‘내일의 소’를 진행한다고 했어요.
“미국에서 1946~1948년 진행된 ‘내일의 닭’(The Chicken of Tomorrow) 경연대회를 본뜬 거요. 미국 농무부(USDA)와 식료품점 체인인 에이앤피(A&P)가 연 이 대회를 통해 살찐 육계 품종이 다수 탄생했죠. 내일의 소는 그보다 훨씬 친환경적인 이상을 갖고 있어요. 기후 악당이라고 불릴 만큼 온실가스 배출 기계인 소에게서 메탄을 없애는 것이라오.”
내일의 소 프로젝트는 크게 세 분야에서 진행된다고 했어요.
첫째, 메탄이 적게 나오는 소 개체를 선별하는 작업. 일종의 저탄소 유전자 선별이죠. “그런 다음 저탄소 개체끼리 교배시킵니다. 몇 대를 거치면, 탄소가 아주 적게 나오는 송아지가 나오겠죠? 저탄소 유전자도 찾아내 분석하고 있습니다.”
둘째, 메탄 억제제 개발. “해초와 유산균 등 각종 원료를 사료에 섞어 소에게 먹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메탄이 나오는지 저 온실가스 체임버에서 확인합니다.”
셋째, 사료 급여량과 운동량 그리고 메탄 배출량의 최적 지점을 찾기. “이 수치는 실시간으로 측정돼 중앙 서버에 저장됩니다. 빅데이터가 쌓이면 우리는 최소 메탄 배출량을 기준으로 사료 급여량과 운동량을 결정합니다.”
캐틀맨은 자랑스럽게 말했어요.
“지금 우리는 아마존에서 미래의 소를 진화시키고 있습니다. 인간과 지구를 구원할 ‘슈퍼 저탄소 소’ 말입니다. 이 소만 있다면, 온실가스 농도가 500ppm이 넘어도 마음껏 소고기를 먹을 수 있습니다.”
홈스 반장이 머리를 갸웃하며 물었어요.
“슈퍼 저탄소 소를 만든다 칩시다. 하지만 탄소를 줄인 만큼 사람들이 소고기를 더 많이 먹으면 아무 소용이 없잖아요?”
붉은 해가 아마존의 녹색 밀림 위로 저물고 있었습니다. 강 하류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습니다. 소 방목지를 만들기 위해 누군가 산불을 낸 게 틀림없었습니다. 소들은 슈퍼 저탄소 소를 향해 새로운 진화의 변곡점을 통과하고 있었습니다.
남종영 환경 논픽션 작가·<동물권력> 저자
*본문의 과학적 사실은 실제 논문과 보고서를 인용했습니다.
*엉망진창행성조사반: 기후위기로 고통받는 생물 종의 목마름과 기다림에 화답할 수 있기를 바라며 쓰는 ‘기후 픽션’.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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