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 청남대 구상이다. 더 정확히 하면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구상이다. 김 지사는 조성 40년, 개방 20년을 넘긴 청남대를 지역 대표 문화·관광 상품으로 키우려 한다. 그는 청남대를 중국 자금성, 프랑스 파리 베르사유궁보다 아름다운 공간으로 치켜세운다.
김 지사는 이 과정에서 청남대 부속도서인 큰섬과 작은섬까지 개발 구상을 내놨는데, 섬 관할인 대전 대덕구와 환경단체 등이 반발한다. 김 지사는 2023년 9월26일 “20년간 방치된 섬은 왕래가 없어 수목이 밀식되고 생태계 보전이 잘돼 업사이클링(새활용)을 통한 활용 가치가 높은 자원”이라며 “전 국민 아이디어 공모 등을 통해 충북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큰섬, 작은섬은 충북을 위해 축복 같은 곳이자 개발 가치가 무궁무진한 곳이다. 대기업 등 민자를 유치해 영빈 공간을 조성하면 세계적인 명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른바 청남대 앞 ‘큰섬, 작은섬 구상’이다.
큰섬은 청남대 초가정에서 430m 떨어진 대청호에 있으며, 수목이 우거진 무인도다. 면적이 70만9423㎡로 강원도 춘천 남이섬(46만㎡)보다 크다. 옆엔 작은섬(17만2757㎡)도 있다. 큰섬 소유는 충북도이지만 관할은 대전 대덕구다. 2003년 4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청남대를 개방할 때 청와대는 청남대와 부속도서인 큰섬·작은섬의 소유도 충북도에 넘겼다. 이에 따라 지금 큰섬의 36만1574㎡는 충북도유지이고, 34만7849㎡는 국유지다. 작은섬은 11만1192㎡가 국유지, 5만9305㎡가 도유지, 2260㎡는 사유지다.
김 지사의 청남대 큰섬, 작은섬 구상에 대덕구가 반발한다. 두 섬의 행정구역은 대전시 대덕구 황호동 산 1-1번지다. 최은호 대덕구 공보팀장은 “청와대가 청남대와 부속도서 관리권을 이양하면서 큰섬, 작은섬 소유는 충북도다. 하지만 관리권은 대덕구에 있고 각종 개발에 앞서 인·허가권 역시 관할 대덕구에 있다”고 선을 그었다. 최 팀장은 “충북도가 개발 계획·협의 등을 제안하지 않아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어떤 식으로든 개발하려면 대전시·대덕구·환경부 등과 협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큰 섬, 작은섬 소유권이 있다고 개발 구상을 일방적으로 밝히는 것 또한 관할 지방자치단체로서 유쾌한 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최충규 대전 대덕구청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큰 섬은 대전과 대덕구 관할이지만 탁상행정으로 소유권이 충북으로 넘어갔다. 정부에 이양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한 발 더 나갔다.
환경단체는 대청호 큰섬, 작은섬 막개발을 우려한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무인도에 영빈 공간을 개발하면서 상수원보호구역 대청호를 오염시키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청호는 충청권의 식수원인 만큼 충청권의 합의, 환경부와의 협의 등이 필요하다. 충북도는 일방적인 막개발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도 신중한 태도다. 조희송 금강유역환경청장은 2023년 국정감사에서 “충북도의 협의가 없었다. 큰섬 생태계는 보전해야 하며, 법에 따라 엄격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주자연 금강유역환경청 상수원관리과 주무관은 “상수원보호구역인 대청호 관련 지도·단속, 개발 인허가 등은 관할 자치단체에 있다. 상수원보호구역 보호·보전은 환경부의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대덕구, 환경단체 등의 반대에다 상수원보호구역 규제에 막힌 충북도는 대청호 무인도인 큰섬, 작은섬 개발 구상과 관련해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애초 김 지사의 영빈 공간 개발 구상이 나오자마자 태스크포스팀을 꾸리려 했지만 아직 구성하지는 않았다.
충북도는 환경부 등을 상대로 청남대 상수원보호구역 해제와 상수원관리규칙 개정 등 제도 완화에 힘을 쏟는다. 대청호 상수원보호구역은 1980년 대청댐을 만들면서 지정됐다. 충북 101㎢, 대전 78㎢인데, 충북은 이 가운데 청남대를 포함한 대청호 수역 5㎢를 빼달라고 환경부에 청했다. 수도법 등을 보면 상수원보호구역에선 행락, 야영, 야외 취사 등이 금지되는데, 청남대와 주변을 상수원보호구역에서 풀어 이들 금지행위를 허용해달라는 것이다.
앞서 2023년 10월 청남대 가을축제 때 청주시·충북도 등의 허락을 받고 청남대에서 푸드트럭 영업을 한 업자들은 수도법 위반 등으로 입건돼 처벌 위기에 놓였다. 충북도·청주시 등은 푸드트럭 영업을 ‘실내 취사’라고 자의적으로 판단해 허가했지만, 금강유역환경청 등은 수도법에서 금지한 ‘야외 취사’로 불법이라 판단했다. 감사원은 이들에게 청남대 영업을 허용한 충북도·청주시 등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종식 충북도 수자원관리과장은 “환경부와 대청호 청남대 주변 규제 완화와 관련해 실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작은 식당·카페 영업 허용 등 청남대 이용객 편의를 위한 것이어서 환경부도 긍정적으로 규제 완화를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큰섬, 작은섬 개발과 더불어 청남대 활성화에도 힘을 쏟는다. 청남대는 2003년 4월18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개방된 이후 지금까지 1423만3947명이 관람했다. 하루 평균 2243명이 찾아 충북의 대표 관광지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여파 등으로 2022년 관람객이 50만 명대로 떨어졌다. 청남대 관광 활성화에 나서면서 2023년 72만349명으로 늘었고, 2024년 들어 1월28일까지 1만2956명이 다녀갔다.
청남대는 665대 수준이던 주차 공간을 1600여 대로 늘리고, 대통령과 경호원 등이 묵던 공간을 일반 숙박 공간으로 개방했으며, 2024년 7월께 나라 사랑 리더십 교육문화원이 문을 연다. 더불어 전망대 모노레일·케이블카 등은 중장기 사업으로 추진한다. 조미애 충북도 기획팀장은 “청남대 무인도 개발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없지만 구상을 접은 것은 아니다. 청남대와 주변 규제 완화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오윤주 <한겨레> 선임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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