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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이 무시한 이태원 참사의 쟁점들

등록 2024-01-19 13:02 수정 2024-01-20 03:23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2024년 1월17일 서울광장 합동분향소에서 출발해 침묵행진을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2024년 1월17일 서울광장 합동분향소에서 출발해 침묵행진을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다층적으로 조사하도록 보장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2024년 1월18일 국민의힘이 이 법에 재의요구권(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정부·여당은 독립 진상 조사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부인해 왔다. 이미 진상 규명이 다 됐다, 그럼에도 조사하려 한다면 정치적 목적일 뿐이란 주장이다. 대표적으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월10일 기자에게 “검·경 수사와 재판을 통해 (참사) 진상이 대부분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쉽게 말하면 좁은 지역에 많은 사람이 모였고 그 과정에서 인파 통제를 제대로 못했다. 사후에 제대로 조치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점이 있었고 그런 점들 때문에 발생한 비극적 사건”이라는 것이다. 그는 야당이 주도한 법을 가리켜 “이런 사안을 가지고 정치적으로 1년 6개월을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손쉬운 정리를 시도했으나, 인파 통제를 ‘제대로 못했다’는 말로 다 설명되지 않는 정황이 있다. 참사 당일 저녁 6시34분부터 11건이나 쌓인 112 신고는 경찰 수뇌부에 위험신호로 전달되지 않았다. 용산구청 직원들은 혼잡한 길거리 상황을 알면서도 대통령 비난 전단을 떼러 가야 했다. 그날 이태원 거리는 질서유지 경찰 대신 마약단속 하는 경찰만 많았다. 용산경찰서장은 늦은 밤 이태원이 아닌 대통령실 앞 교통상황을 확인하러 갔다. 조직의 우선순위가 드러나는 대목을 그저 ‘역량 미비’로만 치부하긴 어렵다.

‘사후 조치에 부족한 점이 있었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응급환자를 가리지 않고 사망자부터 대거 이송한 점이나 100명 넘는 인원을 수도권 각지로 뿔뿔이 흩어뜨린 점, 가족에게 희생자를 벌거벗겨 인계한 점 등은 과실과 무성의, 의도가 뒤섞여있다. 대규모 인원을 어떻게 구조하고 대응했어야 하는지 적나라하게 파악하지 않은 채 ‘부족했다’고만 말하는 것은 책임 회피로 비칠 여지가 크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국회 국민청원이 올라온 지 11일 만에 국민 5만명 동의를 얻어 입법 논의가 시작됐다. 2023년 10월12∼13일 한국일보가 실시한 이태원 참사 국민 인식조사에서 응답자(808명)의 53.0%가 “참사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2024년 1월13∼14일 ‘미디어토마토’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1003명)의 54.4%가 “대통령이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한 위원장이 진상규명 주체로 지목한 검·경찰은 참사 발생 1년3개월이 흐른 2024년 1월19일에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기소를 결정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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