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양군이 ‘서핑 성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핫플’인 양양 해변에서 불과 10㎞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국제공항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국내외 관광객이 서핑을 즐기기 위해 이 공항을 이용하는 일도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국비 3567억원이 투입된 이 공항은 연간 항공기 이착륙 3만7천 회(1일 101회), 연간 317만 명(1일 8685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여객터미널을 갖춘 말 그대로 ‘국제급’ 공항입니다. 2002년 문을 열었으니 2023년으로 21년째를 맞은 이 공항의 이름은 ‘양양국제공항’입니다. 그래도 잘 모르겠다는 분들도 ‘유령공항’이라는 이름은 한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2008년 11월2일부터 다음해 8월14일까지 9개월 동안 단 한 편의 비행기도 뜨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양양공항이 또다시 ‘유령공항’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2023년 8월28일 양양공항과 청주공항을 매주 한 차례 오가던 국내선 여객기가 운항을 종료한 데 이어 9월1일에는 매주 수요일(한 차례)과 목·일요일(두 차례) 양양~김포 노선을 운항하던 항공사 플라이강원이 양양공항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강원도는 그동안 두 항공사에 적게는 편당 60만원, 많게는 120만원을 주고 양양공항에서 비행기를 띄웠습니다. 공항이 개점휴업 상태에 놓이자 혈세를 들여 모셔온 항공사마저 떠나 또다시 ‘비행기 없는 공항’이 된 셈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양양공항은 그동안 노선 중단에 따른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2019년 양양공항을 모기지로 삼은 항공사 ‘플라이강원’이 등장하면서 양양공항에는 활기가 돌았습니다. 2022년 양양공항 이용객은 38만4642명으로 8년 만의 최다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2002년 개항 첫해 21만7115명을 기록한 양양공항의 종전 최다 이용객 수는 25만3269명(2014년)이었습니다. 플라이강원은 장기간 침체해 있던 양양공항을 활성화해줄 비장의 카드로 기대를 모았지만 코로나19 악재에 따른 경영난이 이어지면서 결국 5월부터 운항을 중단하고 기업회생 신청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내몰렸고, 현재 매각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9월11일 기자간담회에서 “강원도 오려는 사람이 많다. 국내외 항공사들에 (이런 상황이) 알려지면 양양공항에도 불이 붙을 것 같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제대로 살려보겠다”고 했습니다.
강원도가 지금껏 운항장려금과 손실보전금 등의 명목으로 양양공항을 이용하는 항공사에 지원한 예산만 343억원입니다. 이와 별개로 양양공항 유지를 위해 지난 21년 동안 쌓인 운영 적자 규모는 2천억원이나 됩니다. 해마다 111억원 넘는 혈세가 ‘밑 빠진 독에 돈 붓기’식으로 사용된 셈입니다. 문제는 양양고속도로와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등으로 항공 수요가 늘어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앞으로 양양국제공항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양양(강원)=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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